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그치고 이제 막 밝은 빛이 얼굴을 내미는 봄날입니다. 마당으로 민지가 작은 모종삽을 들고 나왔지요. 민지는 앞니 두 개가 빠진 개구쟁이 여덟 살입니다.
민지네 집은 경주에서도 아주 유명한 집이에요. 바로 민지의 할아버지 아니, 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쭉 경주에서 터를 잡고 대대로 경주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민지네 할아버지는 경주의 토박이로 터줏대감 할아버지로 불리고 계시지요.
어쩐 일인지 민지는 아침부터 소란입니다. 마당에서 이리저리 삽을 들고 아빠를 재촉하지요. 오늘은 아빠와 작은 귤나무를 심기로 한 모양입니다. 어디에 심으면 좋을지 고민을 하던 민지는 작은 텃밭 옆에 한 곳을 가리켰지요. 민지와 아빠는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민지의 삽이 흙 속에 쑥 들어가자 덜거덕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지는 조심스럽게 흙을 파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도자기 같은 물건이 땅속에 박혀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민지는 놀란 마음에 다급히 아빠를 불렀고 아빠는 조심스럽게 물건을 꺼내었습니다. 마당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자 민지의 할아버지가 마당에 나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마당에서 나온 청동으로 만든 접시를 살펴보았습니다. 심상치 않은 물건임을 감지하신 할아버지는 나라에 신고하셨고 민지네 집에 문화재 조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민지는 어리둥절하여 아빠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어요. 아빠는 민지를 무릎에 앉혀두고 집 마당에서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민지야. 우리가 발견한 청동 접시 말이야. 저번에 민지도 가봤던 박물관 있지?
그곳에 전시될 거야. 그곳에 우리 집 주소도 적힐 것이고 발견자로 민지 이름도 적힐 거야. 어때? 신기하지?”
유물 그리고 문화재에 큰 관심이 없던 민지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그날로 아빠를 졸라 경주에 있는 세계문화유산과 문화재를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민지는 사실 경주가 신라 천 년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수학여행도 서울에서 경주로 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었지요. 그런 민지가 아빠에게 먼저 경주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을 구경 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지는 먼저 별을 관측하였다는 신라인들의 과학지식이 엿보인 첨성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분황사를 지나 오릉까지 구경하며 스탬프를 찍고 신라 시대의 과학의 집결지인 불국사와 석굴암까지 둘러보았습니다.
그렇게 신라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살아있는 천 년 역사의 고장 경주를 경험하고 온 민지는 그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졌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역사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잠든 민지는 꿈에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민지가 빙그레 웃습니다. 꿈에서 신라인이라도 만난 것일까요? 아니면 마당에서 발견한 유물이 박물관에 전시된 상황을 본 것일까요?
그동안 민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주의 문화재와 역사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한 의미를 알지 못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직접 유물을 발견하고 세계문화유산에 대해 깊이 느끼고 나니 자신이 경주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잠든 민지가 한 번 더 빙그레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