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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벽이 따라온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짚자 서릿발 같은 냉기가 팔을 타고 올라왔다.
대전역사를 스쳐간 이들의 기억 귀퉁이에 하나같이 자리하고 있을 따스함.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 지워지지 않는 온기.
생각의 구체화가 때로는 미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어디선가 날아온 너도 미동 없이 바라보기만 하는구나.
낙엽 몇 개, 빈 새 둥지 하나 사람을 위해서 만든 곳이라 더 쓸쓸해 보인다.
항상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바다를 내다 볼 마음 한 조각을 남겼다. 서로의 무게로 지탱되는 푸른 마음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마당에 비친 너의 그림자가 보인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서성였을 너의 그림자가.
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언젠가 브라운관 너머로 보았던 그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굳게 닫힌 철문과 담 너머로 솟은 탑의 모습이 형벌의 상징인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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