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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 보라. 몇 개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커다란 굴을 어찌 곡괭이만으로 뚫었을까. 아픔을 나누지 못하는 아픔이 아득하다.
바다도, 하늘도, 땅도 아닌 곳에 물고기 한 마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전히 퍼덕이는 꼬리가 곧 여행을 떠날 듯 생생하다.
신앙의 자유 대신 강요가 있었던 그 시간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킨 이들이 나란히 섰다.
저 멀리, 삶의 단면들이 비쳐난다. 쉽사리 다가설 수 없음에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다.
낮은 귀퉁이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차가운 제 몸에 따스한 빛깔을 입으니, 절로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보게 된다.
손목시계를 보며 언제쯤 버스가 올까 가늠하다가 문득 입안 가득 고이는 침에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난세에 이름을 떨치며 세상을 호령하려던 이들이 저마다 입을 꾹 다물고서 이곳마저 호령하겠다는 듯 눈썹을 치켜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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