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 경기도 광주시 -
경기도의 3대 도자기 엑스포 장소 중 한 곳인 광주. 궁중의 행사나 하사품, 외국 사신의 영접 등에 쓰이던 백자를 공급하던 지방일 뿐만 아니라, 임금의 음식을 담는 도자기까지 이곳에서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광주에서 이천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달리다 보면 경기 세계 도자 비엔날레가 열리는 엑스포장과 장인들의 도예촌을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도자 체험을 하러 광주에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도자 공예는 정신을 가다듬는 데에도 으뜸이라고 하지요. <트래블아이>의 미션, ‘복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라!’
경기 세계 도자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한 달에 걸쳐 진행되는 대형 행사. 다른 축제와는 달리 진한 흙냄새가 풍겨오는 이곳은 풍경 또한 으뜸이다.
“어, 도자기 축제라고 해서 초가집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완전히 달라요! 넓은 꽃밭도 있고, 분수 놀이터도 있네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여요!”
“그럼. 지금은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평소에도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단다. 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고, 대규모의 야외 조각 공원도 갖추고 있어서 나들이 장소로도 좋은 곳이지.”
엑스포장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커다란 인형이 하나 있다. 그릇 모양의 얼굴에, 그릇 손잡이로 된 귀를 가진 이 인형은 사실 광주의 유명 인사라는데?
“하하, 저것 좀 보세요.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이 정말 귀여워요. 달려가서 꼭 안아주고 싶은 걸요? 저 도자기 인형의 이름이 뭐예요?”
“토야라고 한단다. 이 이름의 뜻이 재미있는데, 흙의 근원인 땅을 나타내는 한자인 地를 土와 也로 풀어서 표현한 것이라고 해. 토야는 도자기 엑스포의 마스코트란다.”
광주 도자기 엑스포장 안에는 국내 유일의 조선 도자 전문 박물관이 있다. 광주에 남아 있는 도자 관련 유적은 물론, 각종 도자기들을 다 만나볼 수 있는 곳.
“다들 저 건물로 향하고 있어요! 저 안에 대체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길래?” “들어가 보면 알겠지? 도자기 타일로 만들어진 계단이 아주 예쁘구나. 예술 작품을 밟고 올라가는 느낌이라, 조금 미안한 걸?”
“엑스포장 곳곳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데요?”
경기 도자 박물관의 1층에는 도자문화실이 있다. 도자기의 역사, 제작 기법과 재질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갖추고 있는 이곳은 도자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적격!
“그 버튼을 누르고 가마터 모형을 살펴보렴. 도자기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단다. 가마터 주변의 사람 모형이 마치 살아 움직일 것만 같구나!”
“와, 정말이네요. 도자기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처음 알았어요. 저도 빨리 저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도자기들에서 壽(수), 富(부), 康寧(강녕), 攸好德(유호덕), 考終命(고종명)의 오복(五福)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이상한데요? 아까부터 비슷한 한자들이 계속 눈에 들어와요. 도자기를 만든 사람은 제각각일 텐데, 왜 거기 쓰인 글자들은 같은 걸까요?”
“우리 조상들이 한결 같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가 바로 오복이기 때문이야. 저 백자를 좀 보렴. 둥근 달덩이 같은 모양이 정말 아름답지 않니? 안에 복이 가득 담겨있을 것 같아.”
축제 때에는 흙 높이 쌓기, 토야 만들기, 물레 체험, 흙 놀이방 등 도자기가 되기 전의 흙을 만져 볼 수 있는 체험들이 가득하다. 도자기를 만들기 전, 흙과 친해져 볼까?
“저 아이들 좀 보세요! 온 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꼭 원시인 같아요!” “가서 흙을 한 번 만져보렴. 저 흙이 바로 고령토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니?”
“아, 미술 시간에 썼던 찰흙이랑 촉감이 비슷해요! 도자기 만들기에 자신감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 미술 시간에도 제가 제일 예쁜 찰흙 인형을 빚었거든요.”
도자기 체험장에서는 흙을 밟는 작업에서부터 가마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즐길 수 있는데, 축제가 아닌 때에도 근처 도예공방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자, 드디어 네 손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볼 시간이야. 네 동작 하나 하나가 도자기의 모양을 결정한단다. 우리 가족의 복을 비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꼬막 밀기부터 힘이 드는데요? 만만한 일이 아니네요. 초보자인 제가 물레를 쓰기는 무리이니 고령토를 같은 굵기로 말아 쌓아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요?”
즉석 도자 만들기 코너를 이용하면 두 시간 만에 완성된 도자기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으로 도자기가 배달될 때까지 두근거리며 기다려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드디어 글자를 새길 시간이 왔어요. 제 손을 좀 보세요. 고령토로 범벅이 되어버렸는데요? 하지만 시원하기도 하고, 말캉말캉한 것이 기분 좋은 감촉이네요.”
“무슨 글자를 새길 것인지는 결정했니?” “엄마도 참. 당연하지요! 아까 박물관에서 보았던 글자, 福을 새겨야지요!”
엑스포장 안의 공원에서 눈을 크게 뜬다면,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사용되는 가장 소중한 무엇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뜨거운 가마의 불구덩이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라는 정호승의 시 ‘항아리’의 한 구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수 세기에 걸쳐 그래왔듯이, 도자기에 福을 담아 보세요. 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이 복을 담은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의 오랜 기다림은 단순한 도자기 체험을 넘어서 마음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갈방아소리에 깃든 황금전어의 맛
- 경상남도 사천시 -
전어는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는데, 이때 지방량이 많아지면 꼬리가 황금색으로 변해 ‘황금전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방이 많아질수록 전어의 맛은 더욱 고소해집니다. 이 황금전어 떼가 남해안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가을이 무르익으면 사천바다에서 남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섬 마도의 어부들은 ‘갈방아소리’를 불러 재낍니다. ‘갈’을 갈아 그물에 먹이는 전통어업방식을 이어오며 이곳 주민들은 만선을 염원하는 노래를 합니다.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갈방아소리 정겨운 마도에서 황금전어를 맛보라!’
가을전어를 놓고 고소함과 풍미를 표현하는 재미진 말들도 참 많다. 하지만 예로부터 전어의 주산지로 알려진 곳이 사천만이라는데, 그 유래를 알 수 있을까?
“고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다 못해 가출한 며느리가 가을 전어의 맛 때문에 돌아왔을까마는 그래도 돌아오는 핑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그만큼 가을 전어가 고소하다는 이야기니까.”
“전어 하면 섬 마도를 빼놓으면 섭하다 안했능교. 혹시 여기 섬 주민들 노동요 갈방아소리 압니꺼? 그거 알모 전어 맛도 더 맛나다카이!”
선장은 비슷한 또래의 선원과 함께 자망을 내리기 시작했다. 사천바다에서 그물을 내리는 지점은 어떻게 정해질까?
“한 수십 군데 될라나. 물때를 봐서 그때그때 (그물) 던지는 데는 따로 안 정한다 안허나! ‘학섬 학떼가 학춤을 추면 전어떼 멸치떼 독안(사천만)에 논다~ 배마다 다 실어도 아직도 전어는 수백통이다~’란 갈방아소리 가사도 니는 몬들어본기가?”
“정말이지 사천바다가 다 전어의 주 어장이라고 봐야 할까요?”
면사어망은 풋감을 찧어 그 즙으로 갈칠을 했으나 전어잡이 그물은 대형이어서 마도에서는 장날 소나무껍질을 사 갈을 만들었다. 이때 노래가 절로 나오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 번 갈을 멕이는 데 필요한 3~4가마니를 요 가루로 맹글어야제. 여염집 아낙들이 찧어내기 참 너무 쌔가 만발이 빠진다카이. 힘센 장정들이 메방아로 작업을 안했나. 큰 절구통 하나에 메를 든 4~6명이 몇 시간을 찧어쌌는디 엄청 대지.”
“참 그 고단함이란… 얼마나 잊고 싶었겠어요.”
전어를 만나러 사천시 삼천포항으로 가면 전어잡이가 한창이다. 이곳 삼천포수산시장은 먹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즐거움도 크다는데?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활어전문 상설전통시장어서 그런가, 항구를 중심으로 활어와 회를 판매하고, 농산물, 건어물, 조개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이 정말 즐비하구나!”
“여긴 40년 전만 해도 인근 어촌과 도서지방에서 밤새 잡은 생선을 사고팔던 포구 물양장이었지. 진주, 남해 등지에서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된 거라고.”
전어가 제철을 맞으면 경남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전어축제도 삼천포항 일대로
“‘학섬 학떼가 학춤을 추면 전어떼·멸치떼 독안에 논다~ 배마다 배마다 다 실어도 아직도 전어는 수백통이다~’ 이 노래 구절에서 뭘 알 수 있니?”
“독안이 사천만을 가리킨다고 보면 이 일대가 전어의 주 어장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맞아 삼천포항수산물축제에 가면 마도갈방아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있다지?”
밤새 조업해 오전 9시30분에 맞춰 위판장에 내놓는 전어. 갓 손질한 전어를 얼음물에 잠시 담근 후 먹으면 살이 단단해져 더욱 맛이 좋다는데.
“이놈은 뼈째로 자르고 큰 놈은 반을 갈라 뼈를 제거한 거라요. 도마 위에 가지런히 썰어놓고 된장에 찍어 먹어보이소.”
“갓 잡아선지 살이 참 탱탱하지? 거기다 고소하기까지 해.” “맞아. 야들야들하니 고놈 참 맛이 제대로 올랐네!”
전어요리의 최고는 단연 구이다. 서서히 익어갈수록 고소한 냄새가 십리 밖까지 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 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구이를 맛보기 위한 조리 법은 따로 있다는데?
“전어를 오데 꾸워? 뭐라캐쌌노! 요래요래 칼집 쪼매 내고 굵은 소금 뿌려서 바로 여기 놓고 꾸워야 제 맛 나제!”
“‘전어는 깨가 서 말’이라더니, 진짜 전어 머리부터 먹어야 한다는 말이 맞네요! 이 머리에 고소한 맛이 아주 몰려 있어요. 굽는 과정에서 어떤 노하우가 있었던 건가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대상에 빛나는 한려수도의 중심 삼천포대교에서는 매년 ‘삼천포대교 해맞이 축제’를 연다.
“해맞이는 대부분이 동해안으로 몰려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곳 사천의 경우는 차별화된 장소와 내실 있는 행사들로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는다지.”
“맞아. 이렇게 아름다운 대교 위에서 다양한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방파제에서는 신년 축포로 새해 새롭게 마음을 다질 수 있으니. 연말에 다시 들르지 않으면 안 되겠어!”
배를 돌려 돌아오는 길, 사천바다 지척에 보이는 마도를 지날 때 어디선가 흥겨우면서도 애절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마도 갈방아소리는 이 섬사람들의 주된 생계수단인 전어잡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전승되어온 특색 있는 노동요입니다. 그 발생연대는 알 수 없으나 소리의 가락이나 노랫말에 자신들의 삶의 애환이 잘 깃들어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배 위에서 먹는 전어회부터 전어구이는 물론 꾸득꾸득 말려 쪄먹던 전어찜까지 섬사람들의 삶이 담긴 음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방아소리 애잔한 이곳에서 황금전어를 두루 맛보는 여행, 어떠세요?
겨울이 오면 꾸득한 그 속이 그립다
- 강원도 인제군 -
칼바람에 코끝이 시린 겨울이 오면 무엇보다 뱃속이 든든해야 견디기 수월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뜨끈한 국물 한사발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파도 거뜬하기 때문입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마음부터 추워지는 서민들의 허한 뱃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넉 달 동안 나뭇가지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만 비린내가 없고 부드러운 살갗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엄동설한에 만나는 맛깔스런 황태의 맛을 오감으로 느껴라!’
칼바람이 부는 겨울, 강원도 인제 용대리 황태촌에 가면 독특한 설경을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에 머리를 메어두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황태덕장을 찾아가자.
“숨만 쉬었을 뿐인데 하얗게 입김이 서려요.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아요. 그런데 명태는 저렇게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얼마나 추울까요?”
“그래야만 제대로 된 황태가 될 수 있단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자세히 보면 명태 입으로 눈이 가득 들어가 있지? 그 눈이 황태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 거야.”
영하의 온도에서 꽁꽁 얼었다 살짝 녹고 다시 꽁꽁 얼었다를 봄바람이 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살갗 마다 겨울이 가득 담겨야 속이 노랗고 부드러운 황태를 만날 수 있다.
“그럼 명태는 언제까지 저렇게 매달려 있어야 해요?”
“음, 봄바람이 불 때까지 4개월간 저렇게 말려야 한단다. 하늘이 말라고 바람이 말려야 맛 좋은 황태가 될 수 있으니까. 겨울 내내 추운 겨울을 인내하며 보내야 하니 명태가 대단하지?”
명태가 하늘과 바람에 익으면서 살이 노랗게 변해 노랑태라고도 한다. 살 겹겹이 눈보라가 들면 가을의 들녘만큼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리 와보렴. 명태의 살은 희고 부드럽지? 그런데 여기 황태를 보렴. 살이 노랗게 변하는 것이 보이니?” “네, 마치 가을에 벼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노랗게 변했네요.”
“녀석, 똑똑하구나. 네 말대로 살이 노랗게 익는다고 해서 황태라고 부른단다."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명태의 사지가 ‘투툭’하고 터진다. 명태의 살이 터질수록 노랗게 여문 살이 꾸득꾸득해진다. 꾸득한 황태 한 접시면 그거면 된 거다.
“황태가 많이 불쌍해요. 전 밖에 조금만 나가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겨울 내내 추운 바람을 맞는 황태는 얼마나 춥겠어요?”
“그게 바로 황태의 꿈이 아닐까? 온몸이 추위에 터져나가도 그저 맛좋고 꾸득하게 익어 배고픈 사람들이 먹고 속이 따뜻해진다면 그걸로 된 거라며.”
아버지가 오늘도 거나하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세월이 흐르는지 당신이 흐르는지 모른 채 밤을 지새우고 나면 어머니는 말없이 식탁에 황태국 하나 얹어놓고 나가신다.
“자, 추우니까 이제 안으로 들어오렴. 집에서 황태국을 먹어 본 적은 있지?”
“그럼요. 저희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그 다음날 아침 메뉴는 안보고도 알아 맞출 수 있다니까요. 아빠는 황태국을 드시면서 꼭 ‘아~ 시원하다.’ 그러세요. 속이 다 풀리신다면서요.”
붉은 양념 몸에 덮고 한숨 푹 자고 나면 촉촉한 황태구이로 변신한다. 노란 속살이 쪄지면서 허연 김을 내뿜으면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소리가 이미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황태마을에 왔으니 황태는 맛보고 가야하겠지? 황태구이와 황태찜, 황태전 등 메뉴도 참 다양하구나. 속까지 훈훈하게 녹여주는 황태국으로 한번 시켜볼까?”
“황태찜은 어때요? 흰 쌀밥에 부드러운 황태 속살 한 점 올려 먹으면 다른 진수성찬이 안 부럽겠어요!”
노란 살결이 몇 번이고 터져 투박해 보이지만 그 속은 여리고 또 여리다. 여린 놈의 속살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그 뱃속마저 부드러워진다.
“ 그런데 저는 왠지 거칠거칠해 보이는 것이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보기에만 그렇지 막상 먹으면 아주 촉촉하고 부드럽단다. 자 먹어보렴. 아주 부드럽고 쫄깃쫄깃하지? 어린이들에게 좋은 칼슘과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앞으로는 편식하지 말고 먹어야 한다!”
한번 황태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끝을 모른다. 한 번 먹고 뒤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것이 황태다. 그럴 땐 용대리 황태축제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 집에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많이 아쉬워요. 황태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맛까지 보니까 더욱요.”
“그래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거란다. 한번 맛 본 사람들은 아쉬움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이지. 그래도 때맞춰 열린 황태축제에서 더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냈잖니?”
간밤에 걸친 술이 미처 깨기도 전에 얼얼한 손을 비비며 일터로 나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빈속을 채워주던 황태는 참 따뜻한 음식입니다. 차디 찬 바람을 지내고 비로소 맑은 국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맙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날씨가 황태를 꾸득허니 잘 말려 비로소 거친 속과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줍니다. 잘 익은 황태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찬바람을 견디어온 황태의 기나긴 여정까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일출과 일몰의 순간
- 경기도 안양시 -
매해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새해 첫 일출을 어디에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곤 합니다. 일출을 보거나 일몰을 보며 다짐하는 새로운 각오는 어쩐지 새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름답기로 이름난 일출 명소를 찾아간다 한들 막상 사진에 남은 일출 풍경은 특별하다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도 많을 것입니다. 특별한 일출, 일몰 그리고 야경의 모든 순간들을 담고 싶다면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이번 제안에 주목해 보십시오. 오늘의 미션, ‘망해암에서 찰나의 순간을 담다’입니다.
연말이면 새해 소망과 다짐을 하기 위해 일출과 일몰 명소를 찾는다. 좀 더 조용히 그 순간을 맞이하고자 한다면 망해암으로 가자.
“벌써 한 해가 다 지났네. 시간 정말 빠르다. 돌아보면 크게 이룬것도, 세운것도 없는데 말이야. 안 그래?”
“그래,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곳에서 가는 해의 아쉬움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보려 해.”
망해암은 안양8경 중 제1경으로 망해암 일몰을 꼽고 있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암자라는 뜻을 품고 있다는데, 그 비경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망해암? 암자에서 일몰과 일출을 본다고? 바닷가나 산 정상이 아니고?” “응, 모르나 본데 망해암은 안양8경 중 제1경으로 망해암 일몰을 담기 위해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이름에서부터 그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니?”
“망해암이라면, 바다를 그리워하는 암자라는 뜻인가?”
망해암은 일몰과 야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낙조의 장관에 그만 다짐을 말하는 순간도 잊고 말아버린다.
“망해암 일몰을 보려면 망해암 전망대로 올라야 해. 높지는 않으니까 힘들지는 않을 거야. 다만 조금 서둘러야겠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같이 가.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면 기대 해봐도 좋겠는 걸? 그런데 암자를 먼저 둘러보기 전에 일몰부터 보는 거야?”
전망대로 오르면 발아래 안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은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다는데, 해가 지고 난 뒤라고 서둘러 내려갈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아무렴 어때. 이야. 듣던 대로 경치 한 번 끝내준다. 안양 시내가 한 눈에 다 보이잖아. 저기 우리 동네도 보인다!”
“쉿, 해가 저물고 있어. 안양 시내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어. 이때를 담아야 해.” “그런데 해가 저물고 나면 다시 내려가는 거야?”
어둠이 내려앉은 망해암 전망대는 더욱 더 고요하다. 하지만 시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 찰나의 순간은 낙조만큼이나 장관을 이룬다.
“그렇지 않아. 망해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낙조만큼 아름답거든. 그러니 오늘은 일몰과 야경을 한 번에 담을 수 있지.”
“멋지다. 시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어. 분주히 움직이는 불빛이 춤을 추며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망해암은 용화전, 천불전, 삼성각, 대방 등의 주요 건물이 현존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절벽 끝에 위치하여 운치가 더한다.
“야경까지 담았으니 망해암을 제대로 둘러볼까? 망해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처음으로 미륵불을 봉안하고 '망해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여기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아름답지.”
천불전에는 천불이 부처가 모셔져있다.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높이 3m의 미륵존불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천불전에는 세 개의 불상을 중심으로 천 개의 불상을 모시고 있어. 그런데 망해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용화전의 석조미륵불로, 높이 3m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불상이야."
"조선시대 조세를 운반하던 배가 풍랑으로 인해 위험해 처했을 때 한 승려가 길을 인도하여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았다는 절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대.”
찰나의 순간을 담는 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마음이라면 보다 쉽지 않을까? 어디 한 번 도전해 볼까?
“매번 일출과 일몰을 찾아다니지만 오늘처럼 특별한 곳도 없었던 것 같아. 조용한 사찰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라니. 어쩐지 소망이나 다짐도 더 잘 이루어질 것 같아.”
“맞아, 유명한 일출 명소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조용하고 특별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을 담는 것도 하나의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 될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처럼.”
찰나의 순간은 짧은 순간에 강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닷가나 산 정상 등 국내 손꼽히는 유명한 일출, 일몰 명소가 있지만 망해암은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맞는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소망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일출, 일몰 그리고 발아래 놓인 시내의 꺼지지 않는 불빛이 화려하게 도심을 비추는 야경까지 담을 수 있는 망해암에서 새로운 다짐과 특별한 소망을 이야기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공유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야기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단풍터널 속으로
- 전라북도 정읍시 -
가을이면 아기단풍과 같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도열하는 내장산자락은 국민관광지가 됩니다. 전라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내장산은 어느 골짜기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1∼2시간이면 정상을 밟을 만큼 산세가 부드럽습니다. 산도 높지 않고 골도 깊지 않건만, 내장산은 꽃봉오리를 닮은 산속에 무엇을 숨겨놓았기에 ‘내장(內藏)’이란 이름을 얻었을까요? 단풍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빛의 잔치를 펼치는 단풍터널길을 걷다보면 궁금증도 풀릴까요? 단풍터널에서 심신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밤낮으로 꽤 선선해진 기후 때문인지 단풍나무 품종 때문인지 똑 떨어지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이 산의 단풍들에 드는 붉은 물은 유난히 진하고 곱다.
“지금은 내장산으로 통하는 지방도로가 확장돼 그나마 덜하다지만, 몇 해 전만 해도 단풍시즌이면 호남고속도로 정읍 IC부터 혹독한 정체에 시달렸지.”
“바로 이 새빨간 애기단풍을 보기 위함이 아니겠어?” “그 말이 정답이네. 여하튼 내장산 단풍이 천하제일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거야.”
그 좋다는 내장산 단풍을 사람에 치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한다면 내장산 자락을 끼고 도는 옛 고갯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내장산을 겨우겨우 넘던 고개가 바로 여기로구먼. 먼 길 오가기도 힘든데 이런 절경을 제대로 구경이나 했겠어?”
“그러게. 워낙 유명한 탓에 이제 단풍 절정기면 내장산 단풍놀이도 꽤 곤혹스럽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유유자적 호젓한 단풍놀이도 가능할 거야.”
내장산국립공원에 들어서기 전, 이른 아침 아름다움이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내장저수지를 먼저 들러보자. 국립공원 입구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벌써 해가 중천이라니. 이거 좀 아쉽게 됐어.” “이토록 청량한 호수를 마주하면서 웬 볼멘소리인가?”
“이른 아침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라고. 하지만 단풍터널로 접어들면 내장산이 꼭꼭 숨겨 놓은 속살을 하나둘 볼 수 있을 테니 정말 다행이야.”
내장저수지 근처에 있는 내장산조각공원도 들러봄직하다. 이곳에는 다양한 조각물 외에도 단풍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줄 눈요깃거리가 다채롭게 자리하고 있다.
“한눈에는 그저 황량한 공원 부지로만 보였는데 이토록 다양한 식물원과 볼거리가 널려 있다니. 생각지 못한 색다른 추억이 되겠어.”
“5만여 점의 국화를 전시하는 내장산국화축제도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지. 시기만 잘 맞춰 오면 이 가을 단풍여행이 더욱더 풍성해지겠어.”
다시 탐방로를 10여 분 정도 따라가면 닿을 수 있는 내장사는 백제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 내장산의 기운을 품고 살아온 이곳 산사에 가보자.
“천왕문을 거쳐 경내로 들어서니 일주문에서 서래봉까지 중생의 번뇌와 성찰을 상징하는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이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행락객으로 북적이는 내장산 분위기가 이곳에도 있는데, 왠지 세속적인 온갖 시름과 삶의 무게를 잠시잠깐 내려놓게 돼.”
내장사 입구에서 만나는 단풍터널은 내장산의 간판얼굴이다. 내장산국립공원 입구에서 내장사까지 이르는 3km의 단풍터널에서 붉게 물든 내장산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산 속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내장산(內藏山) 아니겠나. 그중 이 터널처럼 긴 가로수 길은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코스이지.”
“맞아. 새빨간 단풍잎이 촘촘함을 넘어 터널을 이룬 모습을 봐! 가히 장관이로세. 이곳 단풍과 함께라면 이 가을을 후회 없이 보낼 수가 있겠어.”
지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내장산은 ‘호남의 금강’이라는 수식어로 자주 거론되는 만큼 지리산, 월출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 산신령이 보살펴 주는 것 같다. 아름다운 계절에 단풍을 보며 기쁘게 산행하고, 좋은 산기운을 받아가자.”
“그러게. 그래도 산행객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등산복과 단풍이 잘 어우러지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구먼.”
내장산의 가을은 10여 종에 달하는 단풍나무 수종 덕분에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도 색깔이 다양하고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느 인공적인 색깔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저 자연의 빛깔을 좀 봐. ‘춘백양 추내장’(春百羊 秋內藏)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이야!”
“나는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노래한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 날‘이 떠오르는군.”
‘춘백양 추내장’이란 말마따나 내장산의 가장 눈부신 비경은 가을단풍이 빚어내는 파스텔톤 빛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기단풍과 굴참나무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활엽수로 단장한 내장산은 설악산만큼 현란하지도 지리산만큼 장엄하지도 않지만, 시골 아낙처럼 수수한 자태로 산행객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가을의 비경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넉넉한 심성을 가진 내장산에서 당신의 마음까지 붉게 물드는 것을 느꼈나요?
꽃향기가 나는 그곳에
- 충청남도 아산시 -
봄꽃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주말에는 걸핏하면 비소식이 겹칩니다. 딱 이맘때 어디로 가야할지 행복한 고민 중이라면 아산 세계꽃식물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이곳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실내 식물원이니 따뜻한 온실에서 모처럼의 데이트나 가족나들이를 망칠 일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다채로운 꽃을 구경하며 눈과 코만 호사를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꽃으로 맛을 낸 요리까지 있으니 즐거움은 배가됩니다. 멀리 가지 못할 때는 가벼운 봄나들이로 365일 꽃이 피는 아산으로 가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봉곡사에서 국도 21호선을 따라 온양온천역 방향으로 가면 도고면 봉농리 세계꽃식물원이다. 이곳이 바로 365일 꽃이 핀다는 곳이다.
“휴~ 아직 꽃샘추위로 밖은 칼바람이 매서워요. 이제 막 들어서서 한기도 다 안 가셨는데 온실 안 식물들은 이렇게 싱싱하게 피어 있네요?”
“정말 딴 세상이야. 아, 맞다! 입장료 영수증은 네가 버리지 말고 잘 갖고 있으렴. 네 손바닥만한 화분을 나가기 전에 받아볼 수 있으니까. 그건 네 화분이 되겠지?”
한 겨울 꽃이 그렇다. 안 보이면 더 보고 싶고, 마음 간절해지면 훨씬 더 예뻐 보인다. 제철은 아니라도 이곳에서 보는 꽃은 평소 느낌과 전혀 딴판이다.
“꽃은 같은데 색깔이 더 선명하고, 나무들도 훨씬 더 싱그러워요. 실내온기까지 더해지니 눈이 즐겁고, 한파에 얼어붙은 마음도 스르륵 놓는 듯해요. 여기 식물은 얼마나 될까요?”
“잘은 몰라도 수천 종은 되겠지? 20여 년 전에 이곳은 화훼수출생산단지였어. 개관 당시에도 이곳에 있는 꽃 규모가 어마어마해 입소문을 많이 탔었지.”
각각의 온실운 다양한 테마에 맞춰 꾸며져 있다. 이 중에 카페 앞에 조성된 화사한 꽃터널로 들어서면 시공간을 초월해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빨간 꽃 심어진 화분이 천장에 나무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여기 오니 바깥세상과 전혀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더 강하게 들어요!”
“맞아. 세상과 단절된, 뭔가 비밀스럽고 꿈같은 장소야. 이곳에선 언제나 시간의 질서가 무너지지.”
추운 겨울에도 화사한 꽃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언제나 튤립과 백합, 세이지가 만개해 있고 그밖에도 이름 독특한 계절 꽃들이 반겨준다.
“세이지도 활짝 피었네! 세이지는 향에 따라 이름이 붙어. 이 세이지는 체리향이 나니까 체리세이지, 저건 파인애플향이 나니까 파인애플세이지지.”
“이건 어떤 이름인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 과일 향은 나는데….” “그러면 후르츠세이지가 정답 아닐까?”
봄에도 포인세티아를 볼 수 있어 365일 크리스마스 같은 곳이다. 발길을 옮기면 한창 튤립이 만개하여 화사함을 빛내고 있다. 그 색깔도 참 다양하니 눈이 호사다.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인데, 아까는 황사가 있어 그리 좋은 날씨도 아니었지.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화사한 꽃들을 마주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말씀이시군요!” “맞아! 이렇게 힐링이 돼서 그런가,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
천장에서 보라색 꽃비가 내리는 곳에서 꽃비빔밥을 즐겨도 좋다. 눈으로도 보고 입으로도 맛보는 이 꽃비빔밥은 세계꽃식물원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아래는 잘게 다진 소고기가 깔려있고 위로는 초록 야채들이 가득, 그리고 맨 위에는 이쁜 꽃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앗 여기 올려진 이 꽃 아까 봤던 제라늄이에요!”
“정말이네. 식재료로 넣는 꽃의 종류도 계절마다 달라진다지? 빨간 초고추장에 고소한 참기름을 솔솔 몇 방울 뿌려 비벼내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오는 것 같구나.”
세계꽃식물원은 단일 실내식물원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식물원은 농지 한 가운데 들어선 모양새가 덩그렇지만, 실내는 한겨울 꽃구경하기에 모자람 없다.
“만약 정원을 벤치마킹 하려고 갔다면 충남지역에도 이렇게 좋은 세계꽃식물원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맞아. 하지만 이제 이곳은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주더라. 2004년 개원 이후 매년 3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아산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됐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은 아산 세계꽃식물원을 참 좋아한다. 이곳에서 귀여운 동물들과 만나는 시간도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새에게 먹이를 주는 건 아직 좀 겁이 나요.” “꽃으로 만든 저 익살스러운 루돌프 사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이라도 하자구나.”
“돌아가는 길, 무료로 나눠주는 다육이는 꼭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 식물원에도 메타세쿼이아가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눈이 오건 비가 오건, 365일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는 세계꽃식물원은 눈으로만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꽃비빔밥을 먹으며 오감으로 음미하고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세계꽃식물원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일 것 같지만 연인들도 상당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천연방향제와 허브가 들어간 수제쿠키 등을 오붓하게 앉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허브숍 등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곳에 누구와 함께 갈 생각인가요?
고난과 영광이 공존하는 섬 소록도
- 전라남도 고흥군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작은 사슴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졌지만, 실제 사슴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소록도는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1km가 채 안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섬의 면적은 15만평 정도로 작지만 깨끗한 자연 환경과 해안 절경, 역사적 기념물 등으로 인해 고흥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육지와 연결하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소록도는 더이상 외롭고 쓸쓸한 섬이 아닙니다. <트래블아이>의 미션! 고난과 영광의 소록도 소록도가 들려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라!
소록도로 향하는 길. 2009년 완공된 소록대교 다리 위엔 하늘 높이 길쭉하게 솟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상징이 눈길을 끈다. 무엇을 의미할까?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의 애환이 깃들어 있어. 그때는 최대 6천여 명이 살고 있었지. 지금은 약 600명 환자가 ‘기도의 용사’로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있지만 말이야.”
“소록도는 이제 외롭고 쓸쓸한 섬이 아니군요. 저 다리를 보세요. 일반인과 한센인이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소통하라고 말을 하고 있는 듯해요.”
소록도에 처음 교회가 생긴 때는 1922년 10월. 2대 원장으로 부임한 일본인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구북리교회가 창립됐다. 이후 12년간은 태평성대였다.
“1934년 성결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소록도 기독교’라 개칭하면서 일제의 만행에 따른 탄압도 시작됐어. 41년 태평양전쟁이 확대되면서 주일이면 더욱 심한 중노동을 시키는 등 교회에 대한 일제의 만행은 더욱 노골화됐지.”
“하지만 이곳에 교회들이 계속 생겨났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이곳 소록도가 한센인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이던 1910년 개신교 선교사들이 세운 시립나요양원을 세우면서부터다. 그들의 한서린 세월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1957년 비토리에서 일어난 한센인 집단학살사건을 알고 있니? 알려진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마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겠지.”
“아름다운 섬 비토에 그런 숨은 핏빛 이야기가 있었다니. 너무나 안타까워요.” “본격적응로 알려진 건 2005년이야. 하지만 그에 대한 기록도 많지가 않지.”
소록리 국립소록도병원 쪽으로 가면 옹벽에 길이 110m로 대형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어떤 메시지가 표현돼 있을까?
“한센인들의 아픔과 희망을 새긴 걸까요?”
“아마도. 그러면서 벽화엔 소록도의 과거·현재·미래가 담긴 듯하구나. 소록도의 아픈 과거는 단종되는 아기 사슴으로, 밝은 미래는 초원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아기 사슴으로 말이야. 야물게 참 잘 만들어졌지?”
천형(天刑)의 낙인이 찍힌 한센인들을 소위 ‘문둥이’라 했다. 일반인과 격리된 그들만의 세상에서도 일제는 강제로 단종수술 등 인권유린의 아픔을 겪었다.
“일제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전염 방지를 목적으로 소록도를 거주지로 마련해줬지만,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서만 삶의 터였을 뿐, 주검이 되지 않고서는 나갈 수 없었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검시실, 감금실 같은 무시무시한 이름의 빨간 벽돌 건물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이라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져요. 검시실에 들어가니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도 철저한 통제와 억압 속에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대표하는 장소가 국립소록병원 입구 수탄장(愁嘆場)에 있다. 말 그대로 탄식의 장소이다.
“과거 한센병 환자는 병사지대와 직원지대 사이에 있는 도로에서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해. 전염될까 손을 잡지도 못하게 해 눈물만 흘리며 서로를 마주보았을 그들의 모습은 소록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묘한 대조를 이루지.”
“부모자식이 도로 양옆으로 갈라선 채 눈으로만 상봉해야 했던 광경이 눈에 선해요.”
일제 강점기에 환자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해 만든 중앙공원에는 적송, 백송, 편백나무 등이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다.
“유한양행의 상징이 된 설송도 이곳에 있구나. 소록도에 기부를 많이 한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가 이 나무를 보고는 안티푸라민 뚜껑에 광고로 사용했다지.”
“고흥반도 남쪽 끝 녹동에서 약 500m 거리의 이 섬이 갖는 슬픈 사연 뒤에 소소한 사연들도 참 많네요.”
아직도 6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소록도에 아름다운 이름과는 상반된 무거운 공기도 아직 감돌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00년 역사를 안고 있는 소록도에 2009년 소록대교의 개통으로 육로로 접근가능해지면서 이제 한 해 다녀가는 관광객이 50만 명을 넘는다죠?”
“전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연관광을 하러 오는 대중들 사이에 어느 정도 깔려 있다는 방증이겠지?”
믿는 사람의 눈은 역경 속에서도 빛이 납니다. 영광스러운 미래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고난과 영광이 공존하는 땅 소록도 사람들의 눈은 그래서인지 유독 사슴의 눈처럼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고난은 앞으로 받을 영광에 비하면 큰 바다에 떨어지는 잉크 한 방울에 불과하다는 말도 새삼 떠오르게 합니다. 소록도를 보고 여행의 의미를 다시 깨닫기도 합니다. 여행은 경치 좋은 곳만 찾아 구경하는 게 아닌, 과거를 돌이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임을 말입니다. 소록도가 여러분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경남 남해 속의 작은 나라
- 경상남도 남해군 -
경남 남해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해양생태관광 등의 관광도시로 유명합니다. 해바리 마을, 내산 꽃 단지, 죽방렴 등 여러 명물과 체험 마을이 가득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곳을 꼽으라면 ‘경남 남해 속의 작은 나라’ 독일마을과 미국마을이 있습니다. 시골농촌마을 대신 자리하고 있는 이들 외국인마을은 그야말로 동화속 세상을 품고 언제든 찾는 이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여권 없이 해외여행하기’입니다.
독일마을이라고 쓰여 진 커다란 표지석 뒤로 보이는 신기한 마을이 있다. 독일 깃발이 펄럭이는 이 곳. 정말 외국에 온 것은 아닐까?
“와, 태극기과 독일의 국기가 함께 걸려있어. 산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모습이 꼭 그곳을 향해 오라며 손짓 하는 것 같아.”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이 이렇게 선명하게 들다니. 꼭 공항에 들러 여권에 도장이라도 받아와야 할 것만 같아.”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지붕, 티끌 없이 하얗게 칠해진 건물 외벽까지. 우리나라 산에 있는 건물이 맞는 것일까? 이국적인 분위기가 끝이 없다.
“독일에서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한국적인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건물마저 외국 느낌이라니 조금 낯설어.”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간 문화를 모두 벗어날 수는 없으니, 이곳의 모두가 공동체가 되어 다시금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대체로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마을의 사람들. 그러다보니 민박지도 한 장을 들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일마을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에 노출되면서 그 유명세가 한층 더 올라갔다고 해.”
“맞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고, 그 속에서 나왔던 명장면을 따라 연출해보는 것도 이 곳의 새로운 관광문화가 되었데.”
독일의 명물 하면 역시 맥주. 독일 맥주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에서 먹는 진짜 정통 독일 맥주는 어떤 맛일까?
“옥토버 페스트? 독일 서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이잖아! 와, 우리나라에서 작지만 그런 축제를 맛볼 수 있다니 놀라워!”
“축제를 재현해낸 것뿐만이 아니야. 독일 맥주, 소시지 등을 제공하고 공연 등의 볼거리 행사도 제공한다지. 멀리 가지 않고도 독일 축제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겠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이 마을은 한층 더 이국스럽다. 화려한 저택들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야~ 원예 전문가들이 꾸민 정원이라 그런지 정말 독특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맞아. 스페인풍의 조각정원을 비롯해서 네덜란드 풍의 풍차정원, 핀란드 풍의 스파정원 등 원예인들이 조성하고, 또 그들이 직접 살면서 가꾸고 있다고 해.”
“게다가, 공공정원과 전시장, 기념품 점 까지! 정말 관광지로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미국 교포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동시에 관광지로도 개발 된 미국마을. 독일마을과는 또 다른 신비로움을 가졌다.
“저기 봐, 미국의 대표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이야. 조금 작고 어설픈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더 재미있는 것 같은데?”
“다들 자유의 여신상이 되어서 팔을 들어 올리고 사진을 찍고 있어. 미국마을 최고의 명소가 아닐까?”
미국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 살아온 듯이, 미국의 한 마을을 그대로 떼어다 옮겨놓은 풍경이다. 영화 속에 나오던 바로 그 모습이다.
“잘 정비된 가로수 길과 우리나라 문화와는 다른 주차풍경, 또 집의 모양 까지도 정말 미국에 온 것 같아. 꼭 영화 속 주인공들이 지나다닐 것만 같아.”
“개인이 살고 있는 집도 있지만, 미국마을은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는 집들이 더 많다고 해.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이곳에 숙소를 잡아도 좋지 않을까?”
여권도 없이 나선 여행에서 이국적인 감성을 느낀다는 것. 그 색다른 힘이 더해져 이 곳, 남해의 작은 나라의 의미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작은 마을에서 외국을 경험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 사람이 살지 않는 테마 관광지의 인위적인 느낌이 적은 곳인 것 같아.”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교포들을 위해 처음 조성된 곳들이지만, 그 특색은 관광지로서의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경상남도 남해 속 이 작은 나라들은 그저 박물관이나 전시장이 아니라, 모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실제 마을입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조성되었고 숙박시설과 관광지가 연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가면 사람이 사는 냄새를 맡으며 실제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조금 벅찬 감이 있다면 이곳으로 ‘여권 없는 해외여행’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이국적인 남해의 모습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길지도 모르니 마음 굳게 먹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