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자연의 아름다움만한 것이 없습니다. 여가 시간이 생길 때면 저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이 줄 수 있는 힘을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선이 놀다 간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고장인 경북 청송은 자연과 함께, 사람이 만든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편의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목적으로 더해진 손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획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에 어우러져라!’
마치 병풍 같이 둘러쳐져 있는 기암절벽에 놀랄 수밖에 없는 곳, 주왕산. 그래서 옛 이름은 석병산(石屛山)이었다고 한다. 주왕산에는 전설 또한 무수하다던데?
“지금의 이름인 주왕산은 주왕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해. 당나라에서 반역을 일으켰던 주왕은 이 산까지 도망을 쳐 와서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는 주왕이 군사를 숨겼던 무장굴, 주왕의 딸이 성불한 곳이라는 연화굴, 그리고 주왕이 죽은 곳인 주왕굴이 있지. 이 산에서는 주왕이 흘린 피 때문에 수진달래가 피어났다고 해.”
주왕산의 상징은 바로 높이 솟은 기암. 주왕은 이곳을 노적가리로 위장하여 적들을 물리치기도 했다고 한다. 기암의 위압적인 자태를 감상해 볼까?
“아직 산을 오르지도 않았는데 기암이 보여! 야, 저게 바위란 말이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의 높이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저 거대한 바위의 틈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더 신기하지 않니?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풍경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일까?”
주왕산에는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월외폭포의 네 폭포가 있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절구폭포와 용연폭포라고 하니, 빼놓을 수 없는 순서.
“깎아지른 것 같은 계곡 사이를 걷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두 단으로 흘러내린 폭포가 만들어낸 풍경이 정말 예술이야. 이게 다 자연의 작품이라니, 믿기지 않아.”
“용연폭포의 모습도 굉장해. 이 폭포 또한 위의 소와 아래의 소, 두 개의 단으로 되어 있어. 높이가 30m는 되겠는데? 위쪽 소에 있는 세 개의 동굴 모양이 정말 신기해!”
주왕산 자락에는 대전사가 자리하고 있다. 창건 당시에는 아주 웅장한 절이었다고 하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이 소실되어 남아있는 것은 일부 뿐.
“기암이 대전사를 굽어보고 있어. 대전사도 천년고찰이라고 하는데, 주왕산이 너무 아름다운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도 하지. 건물이 곱게 낡은 모습이 뒤쪽의 기암과 어울려.”
“절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는 가끔 절이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 본다니까?”
대전사에 이르는 주왕산 등산길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 주왕산의 아름다움을 둘러보았다면, 가까이에 있는 주산지로 이동해 보자.
“맑은 공기에 기분이 아주 좋아. 마치 주왕산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데 왜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는 거야? 단순히 가까운 거리여서는 아닐 것 같은데…”
“주왕산은 자연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고, 주산지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야.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주산지는 주왕산을 흐르는 물을 모아 만든 호수. 다른 인공 호수와는 달리, 이 호수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호수라는데, 그게 정말일까?
“주산지는 1720년에 착공하여 그 다음 해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였대. 그 길이가 100여 미터에 이르는데, 조선 시대에 어떻게 그런 호수를 만든 것인지 정말 놀라워.”
“저수지나 인공 호수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주산지는 다를까?”
“그럼. 주산지는 주왕산의 기암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인걸.”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인 주산지의 풍경은 가히 압도적. 주산지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물속의 나무들이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호수가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예술 사진이 탄생할 것 같은데? 어라,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잖아! 저 왕버드나무를 좀 봐. 나무는 원래 물에 약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수백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주산지에서 살아온 것일까?”
“저게 바로 주산지를 상징하는 나무야. 저 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는 저수지, 주산지. 버티지 못하고 둥치만 남은 나무들과 물속을 맴도는 잉어들이 있기에 더욱 운치를 더한다.
“둥치만 남은 나무에 고인 물이 아름다워. 저 멀리 물을 가로막은 둑이 보이고, 일부러 방생해 둔 것 같은 잉어들도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그건 이 저수지를 만든 사람들에게 자연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까 본 대전사처럼 말이야.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 같아.”
주왕산과 주산지는 각각의 매력보다는 함께 둘러보았을 때의 매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온 몸으로 던져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 파괴, 환경오염과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 나머지,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해져 가는 지금, 주왕산과 주산지에서 배울 점 또한 아주 많습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의 아름다움에 취하셨다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가을이 깊어갈 무렵이면 감의 고장 경북 청도는 온통 주홍빛으로 넘실댑니다. 마을은 물론 들과 산, 심지어 도로변까지 감빛으로 도배됩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농가가 감농사를 짓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물이 들어 아끼던 옷을 버려야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감은 훌륭한 염색 소재이기도 하다는 걸 이곳에서 깨닫습니다. 청도에는 감염색 공방 10여 개가 밀집해 이맘때 감물로 천을 염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청도 천연염색공방에서 가을을 주홍빛으로 물들여라!’
청도지역이 주홍색 물결을 이루는 깊은 가을날, 화양읍 유등리 꼭두서니 감물염색전시장 어디에서나 감물로 천연염색을 한 천 말리기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다.
“저기를 좀 봐. 감물로 염색한 천을 햇볕에 말리고 계셔.”
“마당 한가득 저렇게 감물 밴 광목이 빨랫줄에서 펄럭이는 장면은 청도의 또 다른 가을풍경이 아닐까?”
“맞아. 그런데 이곳은 또 달라. 저분처럼 소금물 뿌려주는 과정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청도군 전역에 천연염색 공방들이 즐비하다. 홍시가 무르익을 무렵 이곳 꼭두서니 감물염색전시장에 가면 감물들이기도 체험이 가능하다고.
“감물 입히는 횟수, 물을 뿌려주는 빈도에 따라 스무 가지도 넘는 색깔이 나옵니더.”
“아~ 그렇군요!”
“청도에서는 우리 천연염색 공방이 원조라예. 우리 대표가 원래 다른 사업하다가 요 근방에서 천연염색 시작한 게 벌써 십 수 년도 더 됐쟤 아마.”
천연염색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꼭두서니 공방 주변으로 소소하게 놓인 하나하나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건조장 옆 쪽밭까지…. 이 부지가 다 체험장으로 쓰이나 봐요?”
“맞심더! 10여 년 전만 해도 천연염색은 초창기라 꼭두서니가 대표적인 체험장으로 부상했지예.”
“전시실에서 내다보면 마치 별장과 같은 아늑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주민들의 구수한 모습은 체험장을 찾는 손님들을 편안하게 한다. 이중 느티나무 공방은 옻염색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데?
“안내하시는 분 말씀대로, 옻염색 과정에서 제직과 화공 등 섬유 계통에 30년이나 종사한 경력자들로부터 기술을 정말 배울 수가 있을까요? 상당히 고급기술일 텐데.”
“아니라예. 천연염색 기술을 함께 나누고 저변확대를 위해 천연염색 체험학습의 기회의 문을 이렇게 활짝 열어두고 있는 것도 우리 장점 아인교.”
실내 어디든 들어서면 벽장과 탁자에 진열된 완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재료는 다 어디에서 얻어지는 것일까?
“염색천으로 생활한복, 침구류, 커튼, 방석, 가방, 모자, 슬리퍼 버선, 토시, 식탁보, 속옷류, 카펫, 신발 등 못 만들 것이 없네요. 다 감물로만 이런 색이 나온 건가요?”
“감물뿐이 아니지예. 쪽과 치자, 애기똥풀, 꼭두서니, 자단목, 석류, 황토, 복숭아 가지, 쑥, 쇠뜨기, 밤 껍질 등 색감 내는 자연의 모든 것이 귀중한 재료라 안 합니꺼.”
이곳뿐 아니라 대구 종로에서도 꼭두서니 전문판매점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염색천으로 가방이나 방석 등 아기자기한 용품이 탄생할 땐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짜잔~ 내 손에서 탄생한 식탁보! 정말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럽기까지 해요! 하지만 옆에서 다 도와주셔서 제가 만들었다고 말하기가 좀 멋쩍네요.”
“한 주에 한 번씩 개인교습도 하니까, 집 가까우면 들르고 해. 우리 체험 프로그램은 생쪽체험 7~9월, 쑥염색 6~8월, 감염색 5~12월에 가능하니 참고 하시고.”
감빛고을에서는 1200여 평의 넓은 공간에서 천연염색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실에 염색을 하는 ‘사염’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데?
“사염? 그게 뭐죠?”
“말 그대로, 실에 염색하는 기라예. 단순해보여도 천연염색 단점은 극복하고 더 다양한 색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이만한 게 없지예. 아, 결국 특허까지 획득했다 아입니꺼.”
“방법을 터득하려 2년 넘게 실험을 거쳤다는 게 바로 이거로군요!”
청도에는 다양한 감 관련 체험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감 따기는 단연 인기. 끝 부분에 가위가 달린 장비도 있지만 잠자리채 모양의 정겨운 옛 도구를 직접 활용해보자.
“이 반시를 봐. 청도에서만 볼 수 있지. 달콤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이 맛. 먹을 게 지천에 널린 요즘도 가을이 되면 그 옛날 할머니 체취가 묻어나는 홍시가 그립더라.”
“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는구나. 하긴, 시골집에 가면 ”내 새끼들~“ 하시며 서리가 내린 뒤 딴 홍시를 대광주리에 그득 담아서 내어주셨지.”
추억의 계절 가을이면 감에 담긴 추억을 반추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은 풍요의 상징입니다. 주먹만 한 감이 가지가 부러질 듯 주렁주렁 열리면 저마다 오래된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쟁반처럼 납작하게 생긴 청도의 홍시가 반시(盤枾)로 불리듯, 청도에 가면 감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다시금 쌓고 올 수 있습니다. 이중 감물염색은 이 지역에서만 보고 또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움은 더욱 배가됩니다. 감 수확철 `청도반시축제`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꼭두서니로 색다른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혼잡한 세상을 피해 홀로 떠나보지 않으면 여행의 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속이 꽉 찬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경북 의성의 고운사가 제격입니다. 길은 깊어지고, 한적함은 더해만 가는 그 끝에서 만난 산사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질 겁니다. ‘너는 누구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들여다볼 때도 역시 숲은 물을 겁니다. ‘너는 누구냐!’고. 그러면서 ‘번뇌가 있다면 이곳에 다 내려놓아라’ 이르고 있습니다. 그곳에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있을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고운사에서 참된 나를 만나라!’
구계리 마을을 지나 등운산(騰雲山)에서부터 고운사까지 한참을 오른다. 제법 가파르지만 솔향기에 심취해 가다 보니 일주문까지 금방이다.
“금강송으로 꽉 찬 이 산사 길은 그야말로 호젓하기 이를 데 없구나. 산에서 내려온 청량한 바람도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는군. 최치원 선생도 이 자리서 바람 한 점 안았을까?"
"{하긴, 의상 스님이 지은 사명 ‘고운사(高雲寺)’를 최치원 선생이 ‘고운사(孤雲寺)’로 바꿨을 정도이니 그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이 무언지 알 만해. ‘고운(孤雲)’은 그의 호가 아닌가.”
좀 더 올라가면 대웅보전이 보인다. 곁문에 잠시 걸터앉아 있노라면 조용한 사찰이 보여주는 풍경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경건함과 안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돌담길로 올라서니 저 3층석탑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구나.”
“어떤 귀인이 왔을까 생각하며 와 보니 우리 보살님이 계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 ”
“안녕하세요! 스님, 저에게 ‘귀인’이나 ‘보살’이란 표현은 제게 좀 과합니다. 그래도 제가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처님을 떠올리며 가족의 건강을 빌곤 하죠.”
외로운 구름이 머문다는 절, 귀중한 보물과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사찰 고운사는 아담하지만 정성스레 소원을 올리면 부처님이 꼭 들어주실 것만 같다.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지요? 어떤 소원을 비셨습니까?”
“제 앞날에 대한 이러저러한 걱정거리를 좀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제 복잡한 바람을 빌려면 반나절은 이곳에서 부처님과 대화를 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일화에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물어본다죠? 그래서 전 여기 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거 최치원은 여지(如智), 여사(如事)라는 두 스님과 함께 불사를 일으켰는데 지금도 유명한 전각 두 채가 있다. 그 하나는 가허루, 또 하나가 우화루다.
“고운사의 향훈에 젖었던 최치원은 마침내 자신의 멍에를 가뿐하게 털어버리고 허공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것일까요?”
“우화루의 뜻만 보더라도 ‘몸에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따온 말이니 그는 멍에를 던져 버리고 그는 신선이 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우화루는 다실로 개방되어 있다. 이곳은 누가 따로 차를 내어주지 않는다. 차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차 우리고 마신 후 알아서 보시하면 그만이다.
“차 한 잔 하며 벽면 하나에 빼곡히 꽂아둔 불서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좋고, 벗과 차 한 잔 해도 좋겠네요.”
“우화루로 들어오는 바람과 마주하며 한 잔 해도 누가 뭐라 말 안 한다. 차와 책, 그리고 우화루. 다 대중을 향한 부처님 뜻 아니겠습니까?”
‘함께 하는 세상’이란 ‘나와 너’가 공존공생 하는 조화로운 세상을 말함이니 부처님 뜻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깨달음과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데?
“상대존엄이라는 전제 조건이 구현되었을 때 공생이 가능한데 이는 ‘무아’라는 빗장을 열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아집착이라는 걸림돌 때문입니다. 타인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자아의 관점은 참으로 무서운 겁니다. 갈등만 일으키고 불만족에만 휩싸여 상생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구름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저 소나무 보세요. 좀 더 들여다보면 새도 있습니다. 소나무가 제 잘났다고 새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턱 하니 내어놓지 않습니까? 언제든 말입니다."
"새도 한 구절 노래로 답례하고 있지요. 저 소나무, 겨울이면 눈을 받아 주지요. 눈은 또 그 답례로 ‘설송’(雪松)‘이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겨울의 숲입니다.”
소나무 속의 새 한 마리요, 새 속의 소나무 한 그루라! 그야말로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이치가 아닌가. 산책로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이지도 않군요. 소나무는 새 보고 앉으라 한 적도 없고, 떠나라고 한 적도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저 그렇게 서로서로 공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소나무는 소나무이고 새는 새이지 않습니까? 연기적 삶을 통한 조화로운 세계, 바로 화엄의 세계입니다!”
상생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소나무처럼 자신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그렇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이 상생의 최대 걸림돌이란 걸, 결국 자신 들여다보아야 무아 체득도 가능하다는 걸 고운사는 알려줍니다. 무아의 세계를 안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것만도 분명 아닙니다. 분명한 건, 고운사가 펼쳐내는 화엄이 ‘상생조화’의 세상을 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혼잡한 세상에서 잠시 나와 길을 걷고 싶다면 고운사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땅에서 마지막 남은 오지의 물길이라는 왕피천은 자동차의 경적이나 그 어떤 기계음의 방해도 없이 잘박잘박 제 발자국 소리만 데리고 가는 길입니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왕피천의 거울처럼 맑은 물을 바라보며 바위를 딛고, 자갈밭을 걷고, 발목을, 무릎을, 허벅지를 적시면서 용소까지 가는 트레킹은 번잡한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립니다. 하지만 이런 천혜의 원시비경을 즐기려면 그만한 고생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 몸도 마음도 준비 됐나요?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바로 ‘왕피천 계곡 트레킹을 완수하라!’입니다.
시간상으로 낭비인 것 같아도 들머리까지 1시간 이상을 구불구불한 시골도로를 걸어가는 게 최선이란다. 왜일까?
“선택은 자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이곳에 왔으니 왕피천 계곡을 은어처럼 거슬러 올라야 제 맛이고 또 순리 아니겠어?”
“내가 전혀 보지 못한 천혜의 비경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 길은 물길을 따라 두 발로 걷지 않으면 아예 접근할 수 없는 건가?”
이 마을은 고개를 아홉굽이 넘어야 나온다고 해 옛날부터 굴구지 또는 구고동으로 불렸다. 과연! 아홉굽이나 돌아가면 마을을 만나게 될까?
“안내판을 따라 들어가니 길이 상하좌우로 굽이쳐 차도 덜컹 사람도 들썩. 허허~”
“ 양옆으로는 금강소나무숲이 시원스럽구나. 이런 길이라면 아흔아홉굽이라도 좋겠지?”
“어, 저기! 드디어 왕피천이 눈앞에 나타났어. 아직은 물 좋은 여느 산골마을의 앞내와 별다르지 않은걸?”
다리를 지나 도착한 마을도 여름날 산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가에는 다랑이논, 길가에는 살구나무, 울 위에는 능소화, 대문 옆엔 접시꽃, 마당에는… 앗! 저게 뭐지?
“요건 소 멕일라고 갈대 벤 기고, 요건 외양간 바닥에 깔아 줄라고 갈잎 모다놓은 기고….”
“어린애 있는 집 마루가 온통 장난감 차지듯 이 집 마당은 소여물과 깔개 차지로군요.”
“우린 또 나갈 채비해야 안 합니꺼. 이 동네가 요새 제일 바쁜기라! 감자, 마늘, 양파 파고 그 자리에 이제 콩 심가야지요, 또 논에 가서 피 뽑아야지요.”
마을 안을 1시간쯤 거닐다 왕피천탐방로 입구에 다다랐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굴구지팔경 중 첫손에 꼽히는 용소계곡을 쉽게 볼 수 있을까?
“계곡 트레킹 기분도 낼 겸 저 아래 내를 따라가면 어떨까?”
“글쎄…. 저기 저 손바닥만 한 밭 가장자리에 앉은 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자.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이 아래 왕피천 물길로 내려가서 걸어도 돼죠?”
“물길은 험하다 안해요. 산으로 가는 게 나을 기라.”
그렇게 산길을 택했다. 세차게 흐르는 계곡이 중간중간 내려다보여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러다 포장길이 끊어지고 흙길이 시작되더니 어느덧 깊은 산중이다. 내심 불안한데?
“낡은 빈집과 흔적만 남은 집터도 제법 되네. 휴~ 휴대전화도 안 터진다, 이제.”
“우리가 오지로 들어오긴 왔구나! 괜히 어깨가 으쓱한데?”“왁! 갑자기 길섶 수풀이 풀썩거린 것 같지 않아?!”
“깜작이야! 뭔가가 후다닥 달아나는 게 살짝 등줄기만 봤는데 작은 멧돼지 같더라!”
수년 전 왕피천 일대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덕에 그 비경도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계곡 트레킹1번지가 됐다. 하지만 탐방관리소를 만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휴~ 용케 도착했네. 아슬아슬~ 휘청휘청!”
“어데까지 가능교?”
“저희가 이번 코스에서 반환점으로 삼은 용소계곡까지 갑니다. 여기서부터 내리막길이죠?”
“하모예~. 허위허위 내려가 보소. 가다 보모 얼마 안 남았다 하는 푯말도 보일 겁니더!”
정말 그랬다. 400m 남았다는 안내표지판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400m가 그리 먼 길일 줄이야! 이 내리막길이 어떻기에 그럴까?
“아이고~ 경상도말로 참 ‘되네’~. 바위와 잔돌을 디디면서 계곡을 따라 걷자니 속도도 안 나고. 계곡에 빠지지 않고는 더 갈 수가 없겠어! 난 여기서 양말을 벗으련다!”
“나 이거 참. 그래도 좋은 데가 하도 많아서 구경하랴 정신이 없네. 발 쉴 곳도 웬만큼 많아야지. 쉴 자리 정하기도 쉽지가 않네.”
잘생긴 그놈 얼굴 한번 보자고 내려가선 온몸이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렇게 포기와 도전을 수차례 반복하다 마침내 만난 용소, 그 모습은 어떨까?
“용이 놀았다는 용소로구나! 이 순간만은 그 용도 부럽지 않아.”
“거센 물살이 희한한 모양으로 깎아 놓은 집채만 한 바위, 그 속에 담긴 시퍼런 물. 낭떠러지에서 내려다보고는 있지만 정말 장관은 장관이로구나!”
“왕피천 최고의 비경이라더니, 우리 이렇게 용소 앞에서 감탄만 쏟아내다 하루 다 가겠어!”
트래킹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가 ‘이참에 마을까지 물길 따라 가 볼까’ 하며 계곡을 옆에 끼고 가봅니다. 그러다가 또 ‘이참에 용소 한번 볼까’ 하며 마음먹었다가 결국 얼마 못가 발길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높은 산과 까마득한 직벽으로 가로막힌 왕피천은 예나 지금이나 접근이 어려운 곳입니다. 협곡을 굽이치는 절경을 갖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때 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길을 끼고 있는 깊은 산중, 오지 속의 오지, 생태의 낙원, 울진 왕피천으로 뚜벅뚜벅 도보여행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머나먼 울릉도 여행은 울렁거림으로 시작합니다. 작심해야 갈 수 있는 머나먼 여행길, 그 먼 바다 한가운데 떠 있을 섬으로 향하는 울렁거림이 그 첫 번째입니다. 쾌속선이 다니는 길이어서 예전보다는 한결 이동하기 편해졌지만 파도라도 높을라치면 뱃멀미 때문에 겪어야 하는 울렁거림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울렁거림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하염없이 걷고 싶을 만큼 운치 있는 숲길에서 울릉도의 속살을 마주했을 때 겪게 됩니다. 맞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울릉도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섬 일주 트래킹을 떠나라!’
요즘 갈 곳 잃어 매너리즘에 빠진 백패커들, 섬 곳곳에 산재한 울릉도만의 참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첫 소감은 과연 어떨까?
“천혜의 비경들이 즐비하다더니, 숲이 마치 원시림에 가까워! 포장도로가 놓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내륙 옛길은 수풀이 머리 위를 껑충 치솟는 곳이 많아.”
“제1호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될 만도 하지? 하늘 한 점 보이지 않게 가릴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고, 사방은 온통 생명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어!”
안평전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불편함도 있지만, 등산로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짜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길이 벌써부터 가팔라지는 게, 우리가 숲 속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어느새 그 푸른 바다가 한 조각도 보이지가 않네.”
“빛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시간마저 멈춘 듯하구나. 하지만, 발걸음 뗄 때마다 나무와 풀, 흙이 발산하는 상쾌한 기운이 기분을 좋게 하지 않아?”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은 이 섬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다보면 흡사 정글탐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속살을 보기 위한 장소는 따로 있다고.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평지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 우리가 향하는 저 봉우리, 원시림이 정말 빼곡하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신기하게도 여긴 뱀이 없다지? 그래서 더 자유롭게 발길을 내딛을 수 있다고.”
“그거 참…. 그나저나 저 중앙에 솟은 최고봉의 모습, 멀리서 봐도 참 장관이야.”
성인봉 정상은 별다른 풍경 없이 표지석 하나 덩그러니 서 있어 뭔가 밋밋하다. 시야마저 답답한 듯한 이곳을 벗어나 아래로 향하다 보면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는데?
“나무가 어른 키보다 높게 자라 있어 봉우리 몇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발밑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을 기대했는데, 이거 좀 실망스러운 걸.”
“이쪽으로 내려와! 여기가 바로 명당이었어! 형제봉, 미륵사, 송곳봉들까지 훤히 다 보여.”
“정말! 가을에 오면 주변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가목 열매들을 실컷 보고 갈 수 있겠다.”
하산 길은 나무계단이 계속돼 비교적 편안하다. 그러나 나리분지에서 출발한 사람들에겐 여기가 ‘공포의 계단’으로 불린다는데 왜일까?
“오르는 길은 산비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나무계단만 보더라도 내려가는 길은 참 편하게 가겠다! 한 1천600개 계단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소리~. 2천개도 훨씬 넘는다던데?”
“정확히는 몰라도 아까 이쪽에서 오르던 사람들은 계단 수를 헤아리다 이내 포기했겠지?”
과히 식물의 보고라 할 수 이곳의 상쾌한 숲길은 나리분지까지 계속된다. 이 길을 걸으며 자생하는 나무와 꽃, 풀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는데?
“부지깽이부터 명이, 노랑털머위꽃, 미역취 등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 종류만도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부지깽이? 옛날 아궁이에 군불 피울 때 사용하는 나무자루를 일컫는 말 아닌가?”
“이 안내판을 봐봐! 잘 설명해놓았잖아. 여기 가장 흔한 ‘너도밤나무’ 이야기도 있네!”
등산로가 끝나더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는 이어지며 행의 묘미를 더한다. 산들이 철갑을 두른 듯 분지를 감싸고 있는 나리분지 평원에서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통나무로 집을 짓고 지붕에 돌을 잔뜩 올린 울릉도식 집구조의 너와집이 있는 나리마을로 가볼까? 통나무와 나무껍질로 지은 투막집들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을 거야.”
“나리전망대로 가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마을 전경은 물론이고,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만큼 넓고 평평한 땅을 갖게 된 섬을 앞으로도 쉽게 감상하기가 힘들 테니까.”
흙냄새, 나무냄새 구수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집을 지나고 ‘신령수’라 부르는 샘터가 나온다. 이곳 물맛이 어디에 비길 데 없을 정도로 좋다는데?
“신이 내린 물맛이야! 달고 청량해. 하여튼 물맛 하나는 이름 그대로 신령스럽구나. 마트서 산 생수는 쏟아버리고 이 약수로 가득 채워야겠어!”
“내 생각은 좀 달라! 이끼와 양치식물들로 가득 메워진 바위들 틈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이 물, 고로쇠 수액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워. 울릉도의 속살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혹자는 항구와 항구를 오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여행이야말로 울릉도의 ‘속살’과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울릉도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습니다. 그 모든 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닷길과 연해 있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쉴 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올레길과 둘레길 등 수많은 길들을 새로 내고 있지만, 울릉도의 길은 예전부터 자연 그대로 거기 있어 왔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외딴섬의 원시비경에 숨겨진 그 속살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은 울릉도로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멀리서 바라보는 동네는 두 팔로 감싸 안은 듯 아담하고 봉긋한 산이 정겹고, 마을주민들의 소박한 인심에 푸근함이 절로 느껴지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 일대는 단순히 산과 물, 소박한 시골 인심이 어우러진 농촌체험마을이 아닙니다. 조선시대 고택과 예스런 돌담, 1960년대 우리 농촌의 모습이 옛 형태 그대로 남아 발걸음하는 곳마다 조상들의 정신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그 중심에 놓인 금당실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어떤 체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트래블아이>의 미션! ‘금당실마을에서 선조들의 얼을 담아라!’
조선 태조가 도읍지로 고려할 정도로 금당실마을은 한 눈에도 그 경치가 빼어나다. 실제 마을에 들어서면 그 자체로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을 방불케 할까?
“입구부터 고택들을 연결하는 이 구불구불 얽히고설킨 돌담길이 가장 시선을 끄는 게 참 재미있지? 십수 년 전 우리 농촌의 정겨운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구나.”
“그렇긴 한데, 아까 ‘골목에서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한 주민이 일러준 말이 농담은 아닌 것 같아요. 골목 길이가 얼마나 될까요?”
금당실의 돌담길은 대부분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길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금당돌담길과 소나무숲 ‘쑤’에서 동서남북을 찾아라!
“돌담길 아래가 출발점이야. 다섯 가지 미션을 줄 테니 이를 모두 수행을 하고 빨리 돌아오는 사람이 승리예요! 자~ 다 같이 동서남북을 찾아 파이팅!”
“우리는 오늘 영화촬영지를 모두 찾아서 도장을 받는 미션이에요! 빨리! 1등에게는 금당꿀이랑 쪽마늘을 준대요!”
영화 ‘영어완전정복’이 촬영됐던 고택은 박연이 씨 댁이다. 이곳에서 골목을 벗어나 역시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를 촬영했던 집도 곧장 찾을 수 있다. 과연 어디 있을까?
“서울서 여꺼정 구경왔는가벼?”
“예. 여기서 박춘수 씨 댁을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팸플릿만 보고 찾아가려니 우리 같은 길치는 곧 잘 헤매네요.”
“쭉 가다가 사거리가 나옴 오른쪽 틀어가 세 번째 골목 끼고 가면 나옵니데이. 살펴 가소!
전통놀이를 겸한 체험거리가 이 마을에는 즐비하다. 이중 짚을 이용해 새끼나 계란 꾸러미를 만들어 보는 직접 짚으로 공예품을 만들며 멋진 예술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짚신, 짚 바구니, 계란 꾸러미, 새끼꼬기… 쓸모없을 거라는 지푸라기가 이렇게 화려한 변신을 한다고요?”
“물론이지. 벼의 나락을 추수하면서 남은 볏단을 잘 말리면 튼튼한 짚이 된 거야. 이걸로 옛날 초가집의 지붕도 얹었단다. 물론 금당실 돌담길을 장식할 수도 있지.”
최근 웰빙 열풍에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 된장을 이곳에서는 좋은 콩 고르는 법부터 전통장 담그는 법까지 하나하나 순서대로 배워볼 수 있다는데?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면서 이 숨 쉬는 옛날 항아리에 맑은 공기와 햇볕을 가미해 자연 숙성시켰지.”
“전통 재래식 된장 만드는 건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구나.”
“예로부터 된장은 우리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음식이었으니까.”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금당실마을에서 우리 조상이 즐겨 먹던 인절미를 떡메치기로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서로 마주보고 박자를 딱딱 맞춰서 내리쳐야 하는데, 자꾸 떡을 보면서 치면 어떻게 해?”
“안 그러면 떡을 똑바로 못 내려칠까봐 그렇죠.”
“쿵짝이 맞아야 해! 철떡, 철떡, 쫄깃해지는 소리가 들리도록 공을 들여야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차진 인절미를 먹을 수 있다고.”
초간정 앞 맑은 물에서 발도 담가보고 솔솔 바람 부는 노송 숲을 거닐기 위해 향하는 길, 이때 범상치 않은 다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와! 여기 서봐요! 흔들~ 흔들~ 하하!”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지나갈 때 네가 크게 움직이니까 다들 깜짝 놀라잖니!”
“너무 신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도 이렇게 흔들거리는 다리를 만나 뜻밖의 추억을 만들게 됐네!”
금당실마을에서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건 단연 양반가 둘러보기다. 선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선연들의 그들 생각의 깊이와 그 힘을 느낄 수 있을까?
“와~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 놓인 정자가 특이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을 만든 저자 권문해 선생이 건립한 초간정인데, 지금 그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유고를 보관하는 전각을 현손이 세웠지.”
이 마을의 특별한 체험 한 가지를 더 소개하면 소달구지에 올라 문화재와 고택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때, 자동차가 없던 시절 먼 거리는 어떻게 이동했는지, 물건 나를 때는 어떠했는지, 어려웠던 시절 소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재미난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집니다. 천년고찰 용문사가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이곳은 예로부터 살기 좋고 정취가 뛰어나 정감록에 수록된 십승지 중의 한 곳 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의 돌담길부터 발길 닿는 곳곳 선인의 얼과 마을인심까지 두루 맛볼 수 있는 시간, 이번 기회에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떠세요?
‘신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은 경북 영천시 화남면 별별미술마을의 독특한 공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셉트입니다. 마을의 문화유산과 자연풍광은 물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양상까지도 이곳 예술작품과 함께합니다. 그래서 이곳 궁벽한 시골마을의 새로운 거리가 더 특별할지 모르겠습니다. 설치,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가 있는 ‘걷는 길’ ‘바람길’ ‘스무골길’ ‘귀호마을길’ ‘도화원길’ 등에는 자연과 마을의 역사 이야기가 어떻게 녹아 있을까요? 마을에 숨어든 미술이야기를 들어라! 바로 이것이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가다보면 고택이 보이고 고택을 감상하다보면 또 예술작품이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고.
“한눈에도 고택이 20여 개는 넘겠는데?”
“정말 그래. 산길을 따라 10여 리 정도 가면 산성터도 있고, 백학서원 터도 있다는군.”
“망미대를 좀 봐. 단종을 향하여 배향했던 흔적이야. 가상리는 520여 년 전 권열 선생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살았다고 하던데, 권열 선생의 종택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걷는 길’이다. 가상리 마을을 중심으로 골목골목 숨어있는 예술작품들을 찾아내어 유심히 관찰하고 음미해보자.
“산책길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인포메이션 센터, 바람의 카페, 우리동네 박물관, 알록달록 만물상들에는 아트숍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네!”
“고택인 풍영정도 이 길에 있어서 역사를 살피게 되는구나. 어라, 관광객이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탁본벽화도 있군.”
이 중 ‘바람길’은 메인루트라 할 수 있겠다. 자전거와 아트자동차로 바람을 일으키며 마을을 한 바퀴 휘이 돌아보자!
“버스정류장이 참 예술이로세.”
“캬~ 네 말대로, 느티나무 쉼터도 있고, 산수벽화와 전돌을 이용한 벽화도 볼 만해!”
“박건주 씨의 작품 이라고 써있는데, 난 그 분이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 말이야, ‘가상리에서 바라보다’ 참 정감이 가.”
‘스무골길’은 역사와 풍수로 짚어보면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생태역사 예술 트레킹 코스. 수달관측소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신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스무골의 혈등 자리에 이렇게 서 있으니 가상마을이 한눈에 다 내려다보이는구나.
“앗! 저기 좀 봐! 수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다섯갈래 행복길을 보면요,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마을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신기하다. 역사와 어우러진 예술작품을 만끽하는 길은 또 어디에 있을까?
“‘바람길’에서 곁가지처럼 뻗어나온 이 길 귀애고택이 아주 멋지지 않아?”
“난 아까 지나온 ‘도화원길’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그야말로 꽃길이잖아. 넓은 복숭아밭이 펼쳐진 모산 골짜기의 정경 속으로 난 아지랑이와 같은 환상의 길, 봄날 도화가 만발한 풍경을 상상만 해왔는데 말이지.”
동네역사와 마을 주민들의 기증유물로 꾸며진 ‘마을사 박물관’에는 농촌지역의 옛 살림살이 도구와 농기구들이 잘 펴져 있다. 여기서 ‘위대한 손’을 만날 수 있다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핸드 프린팅이 되어 있는 이 ‘위대한 손’, 이곳 마을 사람들의 농사로 굵어진 손들을 보여주고 있어.”
“농산물판매와 마을 주민들이 만든 전통 규방공예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알록달록 만물상’도 있네?”
영천시는 다양한 공예작품뿐만 아니라 4개 마을에 걸쳐 조성된 다양한 전시관과 카페 등은 모두 연중 미술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다. 어디부터 가볼까?
“세계로 환상여행을 떠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예쁜 시골버스정류장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구나.”
“빈 집을 대나무로 소쿠리 짜듯 덮은 ‘바람의 카페’는 또 어떻고. 맞다! 작품들을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아트투어차량과 아트자전거가 마련되어 있다지?”
그뿐만이 아니다. 이 미술마을에는 시안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전국의 뛰어난 작가를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여기가 바로 시안미술관이야. 폐교를 활용한 이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물이 참 볼만하지? 지역민들에게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군 그래.”
“맞아. 주민들이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을 거야.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추상화 등을 보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가르친다니 나도 배워보고 싶어.”
영천 사람들은 이 별별미술마을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부릅니다.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시민 정서함양과 휴식공간으로도 널리 애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도 큽니다. 이곳을 둘러보면 가히 그럴 만하다는 느낌이 옵니다. 4개 마을에 걸쳐 다섯 갈래 행복길에 조성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여행, 이번 주말은 별별미술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일찍이 깨달음을 얻은 의상대사가 전국의 산천을 돌아다니다 경북 영주의 봉황산 자락에 멈추어 섭니다. 그곳에 그는 부석사를 세웁니다. 속세의 자리에 부처님의 극락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어느 화창한 가을날 절집의 고요한 풍경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고찰에 얽힌 용의 이야기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전설처럼 정말 무량수전을 떠받치고 있는 석룡이 천년의 세월 동안 이 부석사를 지켜온 것일까요? 청량한 가을, 부석사에서 전설의 용을 만나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소백산 부석사, 일주문을 지나니 부석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 가을의 부석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은행나무 길이다.
“부석사 입구에서부터 일주문으로 가는 이 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밟게 될 줄이야. 그야말로 가을 정취가 제대로 나는군요!”
“정말 그래요. 마치 극락의 세계로 통하는 길처럼 절집으로 오르는 이 길은 황금빛 일색이네요.”
일주문을 지나니 천왕문 너머로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꽤나 가파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 다시 멈춰서기를 반복할 정도로 계단은 끝이 없다.
“범종루와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까지 바로 이 108계단을 올라야 극락의 세계로 들 수 있다고 전해지죠.”
“정말 이런 난관에 봉착할 줄이야. 힘들지만 이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고통과 번뇌는 사라지고 마침내 극락정토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이군요.”
천왕문을 지나 다시 계단을 밟아가다 보면 안양루에 닿는다. 이 누각에서 일출 때면 황금빛 부처의 형상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난 계단 앞에서 크게 한숨이군요. 우리처럼 연신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저들의 모습을 좀 보세요. 마지막 계단까지 오르기에 숨이 차기도 할 거예요, 그쵸?”
“하지만 안양루까지 가는 데 마음도 바쁠 거에요. 그곳에서 부석사 경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고, 또 황금빛을 띤 부처의 형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누각에서 바라보는 부석사는 무량수전, 안양루, 조사당, 응향각이 절집 안에 편안히 들어앉은 품이다. 이 사찰이 불교 교리를 건축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고 하는데?
“저 무량수전을 좀 보세요! 눈앞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군요. 하늘 아래 살짝 들린 팔작지붕의 처마선조차도 가볍지가 않아요.”
“한국 전통건축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더니, 정말 균형미가 돋보이네요. 저 위풍당당하면서도 거드름이 없으며 겸손한 풍채는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겁니다.”
7세기에 창건된 고찰 부석사.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니 고색창연하고도 여유롭다. 담담한 듯 보이는 절집 안마당과 빛바랜 단청이 여유를 더한다.
“불전 안쪽에 앉은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으로 햇살 한 자락이 비껴드니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의 얼굴에 잠시 평온한 미소가 깃드네요.”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부석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선묘낭자의 미소를 닮아 있는 듯하군요.”
무량수전 앞 석등은 창건 당시 세워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역시 아름다움으로 치면 손에 꼽히는 건축물이다. 의상과 선묘의 사랑 이야기도 바로 이곳에 깃들어 있다.
“예전부터 석등을 100번만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전해져오고 있다죠? 초파일이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달밤에 이 석등을 돌며 복을 기원한다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의상대사를 흠모하던 여인 선묘 여인이 용이 되어 지금도 이 사찰을 지킨다는 전설이 잠들어 있죠. 선묘 영정을 모셔둔 선묘각으로 가봅시다.”
석탑을 끼고 왼편 산길을 오르면 조사당이 나타난다. 조사당은 의상대사를 모신 곳인데 그 앞에는 ‘선비화(禪扉花)’라 불리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무량수전 왼편에 위치한 저 부석이 바로 선묘낭자가 띄운 돌로 부석사 이름의 기원이 됩니다.… 아, 저 나무도 역시 전설 하나가 전해지고 있어요.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저렇게 나무로 자라났다고 하죠.”
“지금도 해마다 꽃을 피운다는 저 나무에 얽힌 이야기, 정말 신기하군요.”
부석사 여행의 또다른 묘미는 소백산 자락 일몰의 아름다움이다. 특히 무량수전 앞마당과 안양루, 이곳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부석사의 일몰은 신묘할 정도로 장관이다.
“마침내 해가 저물고 담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게 되는군요! 이야~ 탄성이 절로 나오네요!”
“지금이에요! 해가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가는 찰나! 짙은 구름 너머로 여의주를 베어문 한 마리 용이 슬며시 모습을 감추는 듯하지 않나요?”
부석사를 찾아드는 길목에서부터 황금빛으로 물든 숲길을 만나 탄성을 터뜨립니다. 안양루에 기대어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부석사와 함께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고찰에 용에 얽힌 애틋한 전설이 전해지는 탓일까요? 소백산 높고 낮은 산자락이 절집을 감싸 있는 품새는 해가 질 무렵이면 마치 하늘로 솟구치는 커다란 용 한 마리로 변하는 듯합니다. 그때 다시 한 번 탄성을 터뜨리게 되죠. 소백산 산중에 자리한 천년고찰 부석사에서 여러분은 실제 용의 모습과 마주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