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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지역경상북도 영양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 프롤로그
    • 1.문청을 품은 어머니의 강
    • 2.국화가 구름처럼 피어
    • 3.오씨의 집성촌
    • 4.내 소녀 어디 갔느뇨
    • 5.애틋하지만 먼 그리움
    • 6.교감하던 사이
    • 7.무언의 저항
    • 8.꿈의 서사
    • 에필로그

    반변천에서 만나는 꿈의 서사

    - 경상북도 영양군 -

    영양의 자랑은 '자연' 그 자체다. 천연기념물인 측백수림, 선바위와 남이포의 깎아지는 듯한 절경, 우뚝한 산세를 지닌 일월산 등 천혜의 자연 조건을 지닌 영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 학자와 같은 저명인사를 배출 영양. 특히 반변천의 아름다움은 그의 시문학에 모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현대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오일도도 바로 이곳 반변천에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호젓한 반변천과 정갈하게 보존돼 지금도 예스러운 멋을 더하는 영양읍 감천마을에서 그의 시를 품어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과 그 가문들은 강을 따라 터를 잡았듯 낙안 오일도를 낳은 감천마을 역시 기와집과 나지막한 돌담이 하천과 잘 어우러져 있다.

    “반변천은 문학청년들의 고향이란다. 지조론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실마을 출신이고,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석계 이시명을 비롯해 <젊은 날의 초상> 작가 이문열도 두들마을에서 탄생했지.”

    “감천마을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항일시인 오일도를 낳은 곳이죠.”

    순수 서정 시인이면서도 정한을 노래한 민족시인 오일도의 생가. 그중 사랑채에는 국운헌(菊雲軒)이라 쓰인 현판이 아스라하게 걸려 과거를 회상케 한다.

    “‘국, 운, 헌(菊雲軒)’? 무슨 뜻이에요? 국화가 구름처럼 피어난다는 뜻인가요?”

    “글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 사랑채를 국운헌이라 하는데, 한문에서 따온 좋은 구절이지.이 집은 너의 고조할아버지가 되시는 어른의 호를 따서 지었단다.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손자 오일도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니?”

    크지는 않지만 아주 정취 있는 취락지인 감천마을은 낙안오씨의 집성촌이다. 1901년,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태어났기에 자세히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는 과거에 이곳에 오면 가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싫지 않았어요. 윗대 어른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어도 늘 신비한 느낌이었죠. 이 마을의 오씨들을 두고 어른들은 ‘국헌 수눌파(受訥派)’라 했던 게 기억나요.”

    “수눌파는 해주오씨의 한 파란다.”

    팔작지붕이 날아갈 듯 솟은 대문을 나와 골목을 지나면 낮은 구릉들이 울멍줄멍한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일도 시인이 사랑한 한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할아버지는 나중에 ‘일도(一島)’라는 호를 이름 대신 썼어.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가 뭔지 아니?”

    “<내 소녀>죠. 이제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그 시에 등장하는 소녀, 어릴 적 함께 쑥을 캐며 뛰놀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이 언덕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행방을 알 수 없는 소녀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시인이 느꼈을 애틋하고 먼 그리움을 상상해 본다.

    “아지랑이는 박사처럼 얇은 막으로 가려진 채 흔들린다… 여기서 ‘빈 가지’는 잎과 꽃이 진 가지이고 ‘박사’는 생견(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을 뜻해.”

    “그걸 통해 떠올리는 소녀에 대한 생각은 뿌연 ‘박사의 아지랑이’처럼 불분명하게 아른거린다고 한 거군요.”

    같은 영양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으로 꼽히는 조지훈은 주실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시에도 ‘박사’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이 시에서도 ‘박사’가 나오지? 조지훈 시인이 의식하면서 썼을 수도 있겠다 싶어.”

    “선후배 간 동향의 두 시인이 서로 교감을 통해 이 말을 수용했다고 추측하고 계시군요. 애틋한 감정을 압축하는 공통된 정서의 말이 ‘박사’라는 점, 꽤 신기해요.”

    오일도 시인은 14세까지 이 마을 사숙에서 공부했고 도쿄 유학 후 교사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문학의 길을 택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할아버지는 자주 일제의 통제를 절감해야만 했지. 견뎌보려 했으나 옥죄어오는 일제의 마수를 피하기가 힘들었을 거야.”

    “결국 낙향하여 절필하는 무언의 저항을 택한 거로군요.” “맞아, 1942년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 칩거하셨는데, 그 시간이 꽤 길었지.”

    반변천 옆으로 나지막한 둔덕들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진 가운데에 위치한 ‘오일도시공원’은 가을이면 더욱 호젓한 경관을 자아내 꽤 인상적이다.

    “광복이 되자 다시 상경하여 문학 활동을 재개하신 증조할아버지는 ‘시원’의 복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죠.”

    “이 공원 역시 할아버지를 기리는 공간이야. 영양이 자랑하는 오일도 시인을 기리는 일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

    흥미 있는 이야기는 흥미 있는 삶을 드러냅니다. 옛 이야기는 오늘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다시 내일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반변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감천마을에서 듣는 오일도 시인의 일대기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서사시대의 가장 강력한 감성 유혹 장치를 이 자연을 배경으로 신화 같은 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서 그의 일대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그가 꾼 꿈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생성하고 꿈틀대는 그의 문학적 힘을 여러분은 느낄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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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지역경상북도 영덕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 프롤로그
    • 1.코스마다 재미도 낭만도 제각각
    • 2.치유의 공간
    • 3.
    • 4.대게의 다리로 덮인 참포말등대
    • 5.야생화의 미소
    • 6.동해 트레일의 진수
    • 7.블루로드에서 만난 대게원조마을
    • 8.걱정은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걷다
    • 에필로그

    싱그러운 일탈, 블루로드

    - 경상북도 영덕군 -

    맑고 푸른 바다(Beach),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Legend), 가보고 싶은 관광지(Utopia), 일상생활의 탈출구(Exit)… 각 단어의 앞 글자를 조합하면 ‘Blue’가 됩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경북 영덕에는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하며 그 비경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 동해 블루로드가 있습니다. 강구항을 출발해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이 해파랑길을 걸으면 그야말로 답답한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탈출도 가능할까요? 팍팍한 도시를 벗어나려는 자, 이곳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하라! 이것이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끝없는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색적 트레킹코스 영덕 블루로드는 4개의 코스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특색 있는 풍경이 갖춰져 있다. 어떤 코스를 밟아볼까?

    “블루로드 백미 구간이라면 단연 여기 아닐까? 특히 코스가 끝나는 끝지점인 축산항 죽도산은 세종시와 같은 위도의 정동쪽에 위치한 데다 풍광도 가히 일품이라지?”

    “그렇다면 오색향연의 빛의 거리, 창포말등대, 야생화 군락지 등이 끝내준다는 해맞이공원부터 한번 도보여행을 시작해볼까?”

    해맞이공원은 치유의 공원으로도 알음알음 소문이 나있다. 이곳에 가면 정말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도 얻을 수 있게 될까?

    “좌우로 설치된 빛의 거리는 자연 속에서 천지 발광하는 LED 빛의 천국이로구나. 달빛, 조경 빛, 루미나리에 등 공원이 발광하는 무대가 이토록 화려할 줄 누가 알았겠어!”

    “집채마한 이 시비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구나. 주인은 누구일까? 여기 기록을 보니 이것이 변반산 봉수대까지 조성되어 있다는데, 이곳이야말로 답사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음이야.

    해맞이공원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작은 어촌마을인 창포리 물양장으로 향한다. 이곳 창포리에선 반가이 오신 손님들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는데?

    “잠깐, 이곳은 지금 축제가 열리고 있나? 꽤 시끌벅적한 걸?” “어쿠스틱 밴드가 두드리는 맑은 젬베소리와 귀에 익은 기타공연에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며 즐기고 있어.”

    “영덕 칠보주와 대게를 맛볼 절호의 찬스야! 이 도보여행에 지친 몸도 잠시 쉬게 해주자.”

    대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있는 창포말등대부터 ‘푸른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등대 안쪽 나선형계단을 올라 등대의 중간쯤 올랐다면 해안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난간을 잘 부여잡으라고!” “걱정 마! 바다를 시원스레 볼 수 있는 이 전망대가 나는 참 마음에 들어!”

    “사방에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얀 포말로 덧칠해 놓은 해안선, 창공을 나는 갈매기와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코가 뻥 뚫리고 숨통이 제대로 트이는 기분이야!”

    등대를 빠져 나와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운이 좋을 땐 거친 바닷바람과 싸워 이긴 야생화의 미소를 보게 된다는데?

    “수선화를 시작으로 패랭이꽃, 해국, 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의 꽃이 가을까지 피고 진다는데, 이제 철이 지났나 봐. 야생화가 그리 많지가 않으니 뭔가 아쉬운데?”

    “뭐 어때! 하늘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조각품을 감상해도 좋고, 시를 음미하며 눈을 지그시 감아도 좋다고. 스피커에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와 흥을 돋우잖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해맞이공원에서 석리어촌마을을 거쳐 축산항까지 해안길만 걸어도 동해트레일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는데, 그 이유는 뭘까?

    “여기가 원래 해안 간첩을 막기 위한 군 초소길이었다지?” “맞아. 하지만 철조망을 걷어내면서 이제는 관광객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어. 옥빛 바다와 하얀 포말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생태탐방로가 또 있을까?”

    “오랜 세월동안 사람의 손때가 덜 탔기에 길에서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걷기에 그만이야.”

    기암절벽 아래 작은 해변을 지나면 죽도산과 마주하게 된다. 이 산길을 돌아 나오면 바다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축산항. 이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 과연 뭘까?

    “영덕 사투리로 ‘미주구리’라고 불리는 이놈, 참 싱싱하다! 횟감 한 마리 떠 달라고 하자!” “대게활어타운 가서 시원한 물회로 먹는 건 어때?”

    “아~ 그것도 좋지! 매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술안주로 곁들이면, 캬~! 뼈째 입에 넣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어서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지?”

    기암괴석의 바윗길, 해송아래 흙길, 파도가 넘실대는 백사장길, 포근한 어촌마을길까지 흥미진진한 코스가 이어져 걷는 내내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계속 가볼까?

    “깎아지른 절벽에 만들어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전망대와 파도처럼 넘실대는 다리까지. 이 모든 걸 동해바다를 끼고 걸으며 만나볼 수 있다니.”

    “해파랑길에 놓인 보석 같은 풍경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멈추겠어! 파란 바다와 초록의 소나무 세상에 뿌려놓은 듯한 이 블루로드,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는 것 같아!”

    길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그 길과 길이 쌓여 역사가 됩니다.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욱 좋습니다. 영덕 블루로드, 그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합니다. 청정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블루로드를 걸으며 삶을 사색하고,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는 그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의 치료제가 됩니다. 아름다운 길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영덕의 블루로드 도보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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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윽한 향, 술독에 빠지다

    그윽한 향, 술독에 빠지다

    지역경상북도 안동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그윽한 향, 술독에 빠지다

    • 프롤로그
    • 1.술 ‘酒’ 대신 소주 ‘酎’
    • 2.보는 맛도 일품
    • 3.술은 술다워야지!
    • 4. 75일간 정성을 빚다
    • 5.오로지 고집 하나로
    • 6.삶의 애환을 곁들여
    • 7.그윽한 향, 술독에 빠지다
    • 8.명주의 계보 잇는 안동 사람들
    • 에필로그

    그윽한 향, 술독에 빠지다

    - 경상북도 안동시 -

    얼굴은 거울에 비추고 마음은 술에 비춘다는 말이 있습니다. 술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문화를 반영합니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명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전통주를 추천하며 우리 정신문화를 정의하곤 합니다. 일제에 맞선 의병투쟁에서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민족사 100년을 소설 <아리랑>과 <태백산맥> 그리고 <한강>으로 살려낸 작가 조정래는 “안동소주는 진짜다”라고 말했습니다. 안동소주에는 어떤 맛과 문화가 담겼기에 ‘진짜’라 하는 걸까요? 그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세 번 빚는 술이라는 의미에서 안동소주는 ‘酒’ 대신 ‘酎’자를 쓴다.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 목록에도 올랐던 안동 지방의 명주, 안동소주의 명성은 얼마나 대단할까?

    “안동소주가 유명해진 것은 이곳 특산품인 마 잎으로 향을 낸 독특한 누룩과 좋은 물을 들 수 있다죠?”

    “맞아요. 안동 개성 제주에 몽고군의 군사 주둔지가 들어섰고, 이후 이들 세 지방은 각기 소주의 명산지로 이름을 얻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동지방 소주를 최고로 쳤어요.”

    안동소주와 안동 음식을 알고 싶다면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으로 가보자. 무형문화재 겸 전통식품 명인인 조옥화 할머니가 사재를 들여 건립한 곳이라 의미가 더 깊다.

    “안동소주의 제조과정은 물론 술의 역사와 계보, 한국 무형문화재 민속주의 종류 및 안동소주 양조 과정과 의례 접대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군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전통음식박물관에는 관혼상제의 상차림, 수라상에 주안상까지 각종 전통음식 재현해놓고 있죠.”

    조정래 작가가 안동소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술이 독하기 때문이다. 마시기 전에는 고량주 같은 향취가 느껴지는데, 입안에 들어가면 목젖이 알알할 정도로 화끈하다.

    “웰빙시대여서 그런가, 요즘은 순한 술이 유행이던데, 안동소주는 고량주처럼 독하죠. 그렇더라도 빨리 취하지만 빨리 깨니까 마냥 독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전통소주도 다양한 도수의 술이 나오는데 안동소주는 알콜함량 45% 한 가지만 고집하고 있죠. 그 독한 맛에 담긴 원료가 바로 ‘전통’ 아닐까요?”

    박물관 옆 안동소주공장으로 가면 제조방법을 견학하러 방문객들 앞에서 기능보유자 조옥화 할머니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쌀과 누룩으로 안동소주를 빚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장 지하 발효실에서 만드는데, 여기는 오직 나랑 우리 며느리만 들어갈 수 있어요.”“그렇다면 누룩과 지에밥을 어떻게 만들어 어떤 비율로 섞는지는 보기 어렵겠네요”

    “안동소주는 이제 우리 며느리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혹시 알아? 알려줄지. 나는 아들보다 며느리가 든든해요.”

    시어머니의 소주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그의 삶도 닮으려고 한다는 며느리에게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장작불로 술을 빚을 때는 불 조절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시집와서 술을 빚을 때 불 조절을 잘못하면 그동안 한 일이 다 허사가 돼 울기도 많이 울었죠.”

    “미세한 불길을 조절하면서 소중한 곡식을 사용해 빚는 술이 잘 되기를 바라고 바라던 그 정신은 옛 맛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안동소주만의 고집으로 이어져온 거로군요!“

    1997년 안동으로 내려와 민속주 안동소주 만들기의 맥을 잇는 이 며느리처럼 안동인들의 삶의 애환과 고집, 정성까지 고스란히 담기는 안동소주 제조 과정을 살펴보자.

    “안동소주는 예부터 조, 수수 등을 사용하지 않고 쌀로만 빚어냈어요. 지금도 그 술맛을 내기 위해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죠.”

    “그 덕에 ‘안동소주’가 전통주를 대표하는 술이 된 거 아니겠어요? 좋은 술이 계속 발전하려면 좋은 술 만들기가 지켜져야 하니까요.”

    ‘술도 음식이고 음식은 정성’이라는 안동소주. 그 말대로라면 안동소주는 제대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캬~ 이 알싸한 맛. 그저 좋은 술 한 가지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삶까지 녹아든 맛이네요.”

    “안동 출신의 한 여성 시인은 이 민속주의 멋과 맛을 이렇게 예찬했죠. 사나이 눈물같은, 피붙이의 통증 같은, 첫사랑의 격정 같은 약술‘이라고….”

    이곳 사람들 안동소주 누룩의 발효 특성에 관한 논문을 학회지에 발표하는 등 안동소주의 발전을 늘 고민하고 있었다.

    “안동소주 전래 과정 연그논문을 보니 안동소주의 유래를 1200년으로 재정립하셨더군요.”

    “전통궁중음식을 연구하는 것도 시어머니를 닮고 싶어요. 저희 시어머니의 평생 정성을 보면서 단순히 기술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문헌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희석식 소주와 양주에 젖어있는 소비자들이 우리 쌀로 만든 옛 맛을 찾기 바라요.”

    안동소주는 전통방식을 고수해 100% 순수 우리 쌀로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입니다. 오래 둘수록 점점 풍미가 더해지니 천천히 조금씩 두고두고 마셔야 한다지만 그 은은한 향을 맡고 부드러운 풍미를 맛보면 어느새 한 병이 금새 바닥납니다. 이 술은 1,200년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해방 이후부터는 술을 빚으며 시련과 애환을 고스란히 가슴으로 삭혀 온 명인의 ‘고집’까지 줄곧 담아 왔습니다. 조정래 작가가 안동소주에 반한 진짜 이유는 바로 ‘고집스런 맛’ 때문 아니었을까요? 여러분은 안동소주의 깊이를 어디까지 느끼고 돌아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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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남, 삶, 죽음을 이야기하다

    태어남, 삶, 죽음을 이야기하다

    지역경상북도 성주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태어남, 삶, 죽음을 이야기하다

    • 프롤로그
    • 1. 생명문화의 고장
    • 2.넉넉함으로 위안을 주다
    • 3. 생명의 신비로 안내하는 공간
    • 4.검붉은 기암절벽 따라가면
    • 5.길지의 성주, 넉넉함과 여유를 쫓다
    • 6.삶을 일깨우다
    • 7.생명의 열매
    • 8.섬밖숲의 전설
    • 에필로그

    태어남, 삶, 죽음을 이야기하다

    - 경상북도 성주군 -

    기름지고 산수가 좋은 땅에는 좋은 작물이 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좋은 씨앗을 가지고 건강하게 자라 수확되곤 합니다. 성주참외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는 그 이야기를 정확히 따르고 있는 곳이라 자부합니다. 아, 물론 참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로부터 문명이 뛰어난 사람과 이름 높은 선비가 많았다고 전해지는 성주는, 좋은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 땅의 신비로운 힘을 믿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 미션은 '성주의 신비로운 힘의 근원을 밝혀라!'입니다.

    성주 생명문화축제는 ‘생, 삶,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생, 활, 사의 문화를 모두 간직한 성주의 생활사여행에 빠져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태어남, 삶, 죽음을 모두 볼 수 있는 생명 문화 축제여서, 생.활.사를 최고의 문화가차로 여기는 성주민들의 독특한 생각을 느낄 수가 있어.”

    “게다가 민간인이 주도하고 지역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하니 더 의미가 깊어보여. 또 참외를 생명의 열매라 하며 축제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얼른 들어가보자.”

    조선 8경의 하나에 속하는 한국의 12대 명산 가야산. 성주를 찾으면 가야산 풍광에 넋을 빼앗기고 그 넉넉함에 마음을 위로받게 된다.

    “경관이 뛰어나고 계곡이 풍부한데다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지.”

    “맞아. ‘별 고을’로 불려 왔던 성주(星洲 )의 이 높은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는 영산 가야산을 품은 데서 비롯된 것 아닐까?”

    가야산 등산로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가야산의 야생화를 전문적으로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군립식물원인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이 있다.

    “가야산은 울긋불긋 야생화 박물관이라 표현하면 딱이겠군.”

    “실제 가야산야생화식물원도 이곳에 있지. 여기에 자생하는 120여 종의 야생화와 난대성 기후에 자라는 문주란, 새우난초 등 8000여 본의 나무와 야생화도 함께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고.”

    백운리 중기마을에 위치한 가야산 녹색체험 마을은 가야산 정기가 한데 모이고 우리 조상의 얼과 슬기가 살아 숨쉬는 수많은 전통과 고대 문화 유적이 산재하고 있다.

    “가야산에서 수류면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오니 농촌풍경을 간직한 마을을 만나는구나!”

    “가야산녹색체험마을이라… 지역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달기로 유명한 곳이야. 그밖에 토종꿀, 메밀묵, 청정채소는 물론 특히 고사리, 다래순 등 산채나물에 관련된 체험들로 옛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도 남겠어.”

    온세상이 고요하다 못해 마치 청각을 잃어버린듯하다.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이 산길을 헤집고 가다 보면 성주호가 그 찬란한 위용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성주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신선놀음을 하고있는 듯해.”

    “나는 조금 구슬픈 기분도 들어. 가야산의 단풍나무들도 긴 겨울을 대비하여 마지막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고 있는 듯해.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는 대자연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는 걸까?”

    성주의 한개마을에서는 옛 선조들의 삶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살았던 모습을 따라 축제에서도 ‘삶,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물과 삶의 변천의 모습부터 과거, 미래에 이르는 삶의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잘 마련되어 있어.”

    “특히나 다른 축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고 해. 무엇보다 성주의 명소를 직접 볼 수도 있다니, 배울 것이 많은 축제야.”

    생, 활, 사의 일부분 중 먹는 것은 어디에 속할까? 아마도 성주에서는 생명을 불어넣는 열매라 칭하는 참외를 모든 것을 뛰어 넘는다고 생각하나보다.

    “참외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넘쳐나네. 시큼한 듯 달콤한 참외 향기가 여기에까지 나는 것 같아.”

    “참외 따기는 조금 있다가 하고, 일단 참외를 맛보러 가자! 반짝 경매에선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얼른 가야해.”

    성밖숲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산림이다. 겉으로는 몇 백 년의 시간동안 자라온 왕버들이 한가로운 것 같지만, 이곳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인 성밖숲은 역사, 문화, 신앙에 이르는 토착적인 정신문화 공간을 재현해놓은 곳이래.”

    “성 밖의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는 흉사가 이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어. 이제는 그 나무들이 생명나무가 된 듯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가 있어.”

    생명문화의 고장 성주 “가야산의 모든 지세(地勢)는 성주로 왔다”고 할 만큼 ‘성주 가야산’으로 부르며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관련된 신비를 찾아, 혹은 맛 좋은 참외를 먹기 위해 찾는 사람들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양해보입니다. 좋은 땅에서 나고 자란 참외의 신선함과 오래도록 기억되는 그 맛처럼, 성주에서 볼 수 있는 생, 활, 사에 대한 문화와 역사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성주의 생명력의 근원을 찾으셨나요? 그 비밀은 성주의 길지를 따라가다 보면 비로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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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안에 봄

    겨울 안에 봄

    지역경상북도 상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겨울 안에 봄

    • 프롤로그
    • 1.하늘이 스스로 내린 절경
    • 2.충의공, 우리를 반기다
    • 3.걷고 또 걷다 보면
    • 4.파란 하늘 아래 산수화
    • 5.강, 아름답다
    • 6.기백과 기상을 닮아
    • 7.금빛 모래의 향연
    • 8.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
    • 에필로그

    겨울 안에 봄

    - 경상북도 상주시 -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찾는 겨울 강. 낙동강 물길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고 알려진 국민관광지 경천대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당일치기든 며칠이든 이곳에서 즐기는 겨울 강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수선한 마음까지 눈처럼 녹입니다. 주변 볼거리도 강변을 따라가며 줄지어 있어 발품이 별로 섭섭지가 않습니다. 예부터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고 했으니 도심을 벗어나 잠시 물과 친하게 지내는 건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어수선한 마음, 경천대 겨울 강에 모두 담궈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경천대라 불리기 전 ‘자천대(自天臺)’라는 이름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하지만 ‘경천대’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여기는 천혜의 절경 때문에 과거 자천대라 불린 적도 있었지. 하지만 우담 선생이 이곳에 은거생활을 하면서부터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으로 경천대(擎天臺)라 부르게 됐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 심양으로 볼모로 잡혀갈 때 따랐다던 채득기 선생 말이지? 우담 선생이 경천대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노래한 <봉산곡>을 알고 있니?”

    가파르다 느껴져 숨을 몰아쉴 때면 코끝에 번져가는 소나무 향내가 심신의 피곤을 비워낸다. 그렇게 다다른 경천대관광지에서 가장 먼저 정기룡 장군 동상이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 장군이 젊었을 때 이곳에서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어.” “맞아. 그때 장군이 만들었다고 하는 바위로 된 말먹이통이 이곳에 아직 남아 있지.”

    “바위에 홈을 내어 만들었구나. 그의 용마와 경천대를 사랑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경천대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황톳길과 300m의 돌탑,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선계로 빠져드는 듯 착각이 들 무렵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경천대를 돌아가는 U자형의 낙동강이 굽이치는구나. 폭넓은 푸른 비단의 띠를 두른 것처럼 반원을 그린 낙동강물이 정말 웅장해.”

    “맞아. 안동 하회나 예천 회룡포의 물길이 산하를 부드럽게 감싼다면 이곳은 힘이 넘쳐흐른다고 해야 할까?”

    전망대에서 10여 분 숲길을 내려가면 낙동강 물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를 만날 수 있다. 바위를 뚫고 나온 노송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전망대보다는 멀리 보이지 않지만 눈앞 절벽에서 휘감겨 흐르는 강물이 장엄해 낙동강의 절경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맞아. 기암절벽은 쳐다만 봐도 아찔해. 하지만 절벽 위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이곳 경천대는 푸른 물과 금빛 백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아.”

    경천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노송으로 이뤄진 빼어난 절경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밀려올 것이다.

    “자연은 아름다움의 가치가 있어. 경천대에서 바라보는 강은 특히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순수해지지.”

    “맞아. 아름다움은 영혼을 맑게 하고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 주지. 아름다운 낙동강의 신비를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리는 듯해.”

    경천대 옆에 자리한 정자 무우정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자. 여기서 수백 년 풍상에도 고결한 기상을 잃지 않은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저기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대화하는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우담 선생이 바로 이곳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북벌의 때를 기렸지. 아찔한 절벽은 게으름을 경계함이요, 푸른 솔잎은 충군의 마음, 깊은 강물은 우국의 애끓음이리라 했어. 저들도 우리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강은 흐르다 오른편에 수풀이 우거진 구릉을 만나고 그 건너편으로는 희디흰 모래톱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곳으로 가면 자연은 또 우리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다면 신발을 벗고 이 모래사장으로 뛰어들었을 텐데. 지금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고운 모래를 한 줌 쥐어보는 걸로 만족해야겠어.”

    “하지만, 예전에 찾았던 모래톱과는 사뭇 느낌이 달라. 이 금빛모래 사장이 푸른 강물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냈었는데, 옛 정취가 그만 못한 듯해 조금은 안타까워.”

    이곳 대자연 속에서 모든 감각은 더욱 명민해진다. 바람 속에 하나가 되고 안갯속에서 자연의 정기를 받는다.

    “이곳에서 난 정말 행복감을 느껴. 하지만 저녁이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아침이면 지붕 기와에 앉아 쉬며 노래하는 새 소리에 잠이 깬다면 더없이 좋겠는데….”

    “이 긴 강은 수백 년을 흘러 바닥을 다지고 지금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를 그려냈어. 그리고 현재는 수천 년 이어온 자연의 작품 앞에서 우린 모든 시름을 풀어놓게 되는구나.”

    강물은 범람하고 흐린다 한들 잠시뿐입니다. 사계절 본디 푸른 탓에 흐린다 하더라도 곧 제 색깔을 되찾습니다. 날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린 강물이 본래의 모습을 찾듯 잠잠해집니다. 서로 욕심을 내어 끝장을 낼 것처럼 살벌하게 다투어도 사필귀정은 불변의 교훈입니다. 낙동강 물길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고 알려진 국민관광지 경천대는 푸른 강물이 골치 아픈 세사를 달래주며 마음을 푸르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경천대에서 푸른 강물에 어수선한 마음 모두 담가두고 돌아오는 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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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고을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고을

    지역경상북도 봉화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09-26 호감도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고을

    • 프롤로그
    • 1.말 그대로 ‘환상’열차
    • 2.전국에서 가장 작은 대합실
    • 3.애환을 담다
    • 4.용의 갓
    • 5.출렁, 생명줄 같은 다리
    • 6.숲의 비밀스런 공간으로
    • 7.잠시 식혀가는 곳
    • 8.정감가는 먹거리
    • 에필로그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고을

    - 경상북도 봉화군 -

    경상북도 봉화는 오염되지 않은 산림과 그 자연 경관의 화려함이 유명한 고을입니다. 전통과 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을 만큼 외진 지역이라 하는 봉화에서 또 한 번 고지로 들어섭니다. 접근하기도 힘든 외진 마을에, 근대적인 향수가 물씬 풍기는 승부역이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 한 오래된 간이역인 이곳으로 철도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작은 간이역에서의 사소한 여행으로 커다란 추억을 찾아 떠나라!’입니다.

    승부역 근처,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면 ‘눈꽃마을’이 나온다. 실존하지 않는 마을이라고 하는데, 왜 표지석이 서 있을까?

    “겨울에만 나타나는 마을이라구요?” “그래, 눈꽃마을은 눈이 쌓여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치가 사람이 사는 마을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와, 그러면 그 때 찾아오는 사람들이 눈꽃마을의 주민들이 되는 거네요!”

    태백산맥을 넘고, 둘러가는 영동선의 간이역은 이곳 뿐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가장 작다고 알려진 승부역.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역이예요. 이 작은 대합실에 있으니 작은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 들어요!”

    “작다는 이유 때문에 유명한 곳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구나. 승부역이 엽서에 적혀있는 글은 애잔함과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니?”

    이 험난한 산골에 지어진 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을지 생각해보면 그 슬픔이 아득하다.

    “이런 척박한 지형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들어갔을까요?”

    “그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이 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애환을 전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 남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단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용머리를 닮은 바위가 보인다. 곧 용이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은 절경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 아래에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까지, 누구나가 탐낼만한 안식처가 아닐까 해요.”

    “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귀향을 오는 곳이었다고 하는구나. 그 중 절출장군이 저 바위에 ‘용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

    승부현수고는 승부마을과 승부역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라고 불린다. 지금 재건설되어 있는 다리 말고, 원래 목교였던 예전이 궁금해진다.

    “출렁출렁, 발을 올리니 다리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출렁다리라는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역과 연결된 다리가 두 개인데, 하나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무명교란다. 저 다리에게 이름을 한 번 지어보겠니?”

    열차가 다니는 터널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산 중턱을 깎아내고 들어선 레일을 보니 그 시절 기술이 참 궁금해진다.

    “승부역에서 이어져있는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길을 따라왔는데, 이렇게나 잘 지어진 터널이 떡하니 나오니 조금 놀라워요.”

    “하지만 자연과 잘 어울려서 시간을 지나온 오래된 터널의 모습이 꼭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니?”

    산길을 따라가다 만난 시원한 약수터. 물이 졸졸졸 흘러나온다. 이 시원한 투구봉약수에는 신비한 전설이 있다던데?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후퇴를 하던 중에 이곳에 다달았단다. 위장병에 걸리고 옻이 올라 고생하던 병사들은 이 투구봉약수를 마시고 바르자 병이 나았단다. 그리고 그들은 이 힘을 빌어 전투에서 승리햇다고 하는구나.”

    “정말 말 그대로 신비의 약수군요!”

    맷돌이 돌아가는 소리, 토동 콩이 맷돌 안에서 갈리며 내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건강한 음식이 많은 곳이네요. 메밀, 송이, 감자 등등. 승부 먹거리 장터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지역의 대표음식이 빠진 여행은 서운하지! 봉화의 특산물을 이곳 승부 먹거리 장터에서 즐기면, 봉화여행의 화룡점정이 된단다.”

    승부역의 앞 광장에는 시 한편이 쓰여 있습니다. 하늘도 세평 / 꽃밭도 세평 / 마당도 세평이다 / 영동의 심장이요 / 수송의 동맥이다 / -시기미상의 한 역무원. 담담하게 승부역에 대한 이야기를 읊어놓은 이 시는, 작고 소박한 역, 승부역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시는 승부역의 감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하나의 관광 명물이 되었답니다. 여러분은 작은 간이역 승부역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까요? 그것은 커다란 추억이 되어 앞으로의 인생에도 감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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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와 과거의 발자취를 걷다

    역사와 과거의 발자취를 걷다

    지역경상북도 문경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10-29 호감도

    역사와 과거의 발자취를 걷다

    • 프롤로그
    • 1.새들도 쉬어 가는 고개, 문경새재
    • 2.선조의 발자취 따라 가는 문경새재 과거길
    • 3.솔방울 냄새 은은한 문경새재 숲길
    • 4.문경새재 숲길의 한시(漢詩)비
    • 5.과거 탄광 흔적 남아 있는 문경일대
    • 6.계곡 따라 걷는 문경 숲길
    • 7.일자로 뻗은 문경의 숲길
    • 8.실개천 위로 난 작은 외나무다리
    • 에필로그

    역사와 과거의 발자취를 걷다

    - 경상북도 문경시 -

    새도 쉬어간다는 뜻의 ‘문경새재’. 그 문경새재가 있는 곳이 바로 경북 문경입니다. 문경은 내륙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따기 체험, 레일바이크 등 최근 다양한 관광 상품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문경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경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역사적 가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내륙의 산세가 뽐내는 문경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문경에 얽힌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고개가 험준해서 날아가는 새들도 쉬었다 간다 해 ‘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경 새재를 기념하는 표지석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마침표 역할을 한다.

    “전국에 고개가 이곳뿐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까?”

    “그건 아마 문경새재만이 가진 이야기와 느낌 때문이 아닐까? 그 옛날 조상들이 걸었던 것처럼 여전히 호젓하고, 또한 가파르지만 사색에 잠기게 하는 게 문경새재의 매력인 것 같아.”

    수많은 역사 유적지를 가진 문경새재의 산길을 걷다보면, 선조들의 숨결과 함께 자연, 문화,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역시 자연 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민족이라 할까.

    “문경새재 과거길은 옛날 남도 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러 한양에 갈 때 거쳐갔던 길이라 해서 과거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대.”

    “그렇구나. 과거보러 가는 선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출세를 꿈꾸는 마음은 매한가지이겠지? 그 때를 상상하며 걸으니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져.”

    그 옛날 선조들이 걸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했겠지만, 지금도 문경새재를 오르다 보면 숨이 차다. 걷는 이의 수고로움을 숲길의 솔방울 냄새가 달래준다.

    “저기 벤치가 있네.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바위에 앉아서 쉬었겠지?”

    “그러게. 한적한 숲길에 현대식 벤치가 있으니 편히 쉴 수 있어 좋은 한편, 옛날 우리 조상들은 길을 가다 쉬고 싶으며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솔방울 냄새가 은은해서 올라가는 동안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것 같아.”

    문경새재를 걷다보면 한시가 적힌 바위들의 군집을 마주하게 된다. 한시 비석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 등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정말 가을은 가을인가 봐. 문경새재 숲길에도 낙엽이 한가득이네.”

    “그러게. 문경새재는 한반도에서 중부 내륙에 위치해 있어서 기온이 따뜻한 것 같아. 그래서 늦가을에도 걷기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산 속에 한시가 적힌 바위가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아.”

    지금은 폐광이 된 문경 일대 탄광지대는 탄광박물관 등 관광상품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레일바이크, 탄광 갱도 체험 등이 그 예이다.

    “문경은 조선 시대의 역사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영화를 누렸던 곳이기도 하구나.”

    “그럼. 문경에 오면 탄광체험을 빼놓을 수 없지. 일반인들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탄광 갱을 체험열차를 타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문경만의 매력이지.”

    문경새재 숲길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듯, 문경새재 숲길 역시 숲길 사이로 난 개천을 마주할 수 있다.

    “문경새재는 고갯길이라 나무와 바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그럼. 산이 높을수록 계곡도 깊다는 말 못 들어봤어? 문경새재 역시 높고 험준한 만큼 곳곳에 계곡과 개천을 볼 수 있어. 개천 따라 걷다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지 않니?”

    문경이 문경새재로 유명하다고 해서 고갯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로 뻗은 평지길도 있다. 가로수 사이로 곧게 뻗은 길은 산책하기 더없이 좋다.

    “문경새재도 좋지만 평지는 없어? 조금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그런 길 말야.”

    “있지. 문경에는 휴양림도 많아. 또 산길이라 해도 모두 경사지고 힘들기만 한 건 아니야. 잘 찾아보면 평지도 많고 특히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문경새재 숲길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소박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누가 놓았는지 모를 개천 위의 외나무다리는 향토적이면서도 지나는 이의 웃음을 짓게 한다.

    “문경은 내륙 관광지답게 오밀조밀 숨겨진 명소가 많은 것 같아.”

    “그렇지. 그리고 꼭 명소가 아니더라도 지나다 보면 ‘앗’ 하고 감탄할 수 있는 곳도 많은 것 같아. 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소박한 외나무다리처럼 말야.”

    경북 문경에는 문경새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경은 옛날 우리 선비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며, 또한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던 지난 시절의 영화가 아련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방문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알고 방문한다면 더욱 알찬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문경새재 숲길만이 주는 고적한 느낌에 심취한다면 문경을 방문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트래블아이>를 따라 문경에 놀러와 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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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지역경상북도 김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4-09-26 호감도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프롤로그
    • 1.모퉁이를 돌기 전
    • 2.슬픈 전설
    • 3.직지사가 새겨준 교훈
    • 4.모티길의 시작
    • 5.색다른 기분
    • 6.낯선 풍경
    • 7.오로지 한길로만 가라
    • 8.심신을 달래다
    • 에필로그

    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경상북도 김천시 -

    ‘슬로우’가 관광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 걷기여행은 단연 인기입니다. 바쁜 일상사 속에 여유로움이 없는 현대인들이 산과 들을 배경 삼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슬로우길로 향하는 발길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천의 모티길은 가을 단풍이 절경인 시기 탐방객에게 호젓한 여유를 내어줍니다. 이중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직지문화모티길을 걸으면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따라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은 바로 ‘모티길 산허리를 돌아 세상의 잡념을 떨쳐내라’입니다.

    ‘모퉁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모티’. 그 이름처럼 많은 굽이를 돌고 돌아야 하는 모티길로 들어서기 전 직지사로 가보자.

    “신라 때 두 번째로 창건된 이 고찰은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의 출가득도 사찰로도 꽤 유명하죠.”

    “저는 그보다도 아도화상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와 지었다는 이 절의 유래가 궁금해지는군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을. 그 순리를 거부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전설은 전국 곳곳에 무척 많다. 직지사 금강문에도 역시 안타까운 전설 하나가 전해온다.

    “그 창건설화는 잘 몰라도 다른 이야기는 조금 알죠. 전국을 떠돌던 한 승려가 합천에 있는 대처승 마을에 당도했는데, 이곳 촌장이 승려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사위로 삼기로 했으나 승려는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그가 행여 도망칠까봐 3년을 잡아두었지만 그 승려는 결국 도망쳤고 부인은 이곳 금강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죠.”

    오는 듯 가버리는 가을 어느 길목에서 벌써 날씨가 추워졌다고 푸념할 것 없이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될 터이다. 모티길의 이 고찰은 그러한 교훈까지 새겨준다.

    “부인이 죽은 자리에 금강문을 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금강역사로 하여금 여인의 한 서린 원혼을 막았다는 이야기까지가 설화를 이루죠.”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는군요. 하지만 때가 이미 늦은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

    모티길의 출발점은 직지사 인근 직지초등학교다. 여기서 방하치마을까지 이르는 구간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원래 모티길은 산자락 아래 농로를 따라가게 돼 있지만 마을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한적한 맛은 느끼기 어렵지만, 이 작은 돌들을 쌓아올린 돌탑은 꽤 인상적이군요.”

    “방하치 마을부터 차츰 오르막이 시작되죠. 길의 절반은 오르막이고 숲길 정상부에 올라선 뒤 다시 꾸준히 내려가다 보면 이 심심한 길을 어느새 그리워하게 될 수 있어요.”

    마을 끝에는 300살을 훌쩍 넘긴 거대한 고목이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을 알린다. 임도를 이어서 꾸며진 모티길은 걸을수록 호젓한 자연의 멋이 얼굴을 드러낸다.

    “서두름 없이 차츰차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숲 속 한가운데로 와 있군요.”

    “정말 그렇네요. 소나무는 드문 편이고 거의 활엽수로군요. 가을까지는 산행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겨울이면 무척 쓸쓸한 풍경으로 바뀔 듯해요.” “하지만 그 역시 색다른 맛을 주지 않겠나 기대가 되네요.”

    드문드문 나무가 성기게 자란 곳에선 아래쪽 경치를 굽어볼 수 있다. 숲길 정상부에는 갈림길이 있고, 쇠사슬로 내리막길을 막아놓아 의문이 든다.

    “원래 모티길은 아래쪽 내리막으로 가야 하는데 가끔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이리로 내려갔다가 차를 돌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죠.” “그래서 이렇게 막아놓은 거로군요.”

    “굳이 차를 타고 지나는 이는 분명 재미없는 사람일 겁니다, 역시 이 길은 걷는 맛이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을 하나를 더 만나게 된다. ‘표고버섯 재배지’라 쓰인 안내판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인근 산에는 산양삼과 갖가지 약초를 심어놓았다죠? 그곳에 한번 가볼까요? 왠지 싱싱한 버섯들을 잔뜩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함부로 이곳에서 약초를 캐다가는 주민들에게 혼줄이 나는 수가 있으니 그만 두는 게 좋겠군요.”

    산을 내려서면 돌모마을이 나오고 지방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면 도착지인 직지문화공원에 다다른다. 여기서 지친 몸을 달래며 공원을 즐겨보자.

    “김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이토록 많은 조각작품이 너른 조각공원에 펼쳐져 있을 줄이야!”

    “여기서 저는 또 하나 깨달음을 느끼게 되네요. 모티길은 정겹다는 겁니다. 제법 긴 코스지만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다려지게 하죠.”

    길은 스쳐가는 곳만은 아닙니다. 길엔 느림의 미학이 있고, 역사·문화 체험, 가슴에 청량제를 담는 웰빙 체험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볼거리까지 있다면 꽤 괜찮은 나들이가 아닐까요? 그러한 ‘꽤 괜찮은 나들이’가 가능한 ‘모티길’은 모퉁이를 돌고 도는 산길을 따라 자연과 역사를 함꼐 품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게다가 깊어가는 가을이면 길손들에게 단풍의 절경을 선물합니다. 그러면서 잡념은 어느덧 구름처럼 홀연 날아가버리는 신묘한 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느린 걸음으로 모티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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