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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의 터, 라고 생각했다. 돌담보다 낮고 잔디보다 높았기에.
만 년의 세월, 이곳에 잠들다. 타임머신을 믿은 적이 있다면 당신의 상상력을 모두 발휘해 볼 때가 왔다.
한 생을 끝내고, 다음 모양새를 준비하는 이들 앞에서 내게 묻는다. 마지막 모양새라는 것이 있을까.
둥근 벽, 그리고 송전탑. 금방이라도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것처럼 두근거리는 풍경이다.
도선국사가 피안이라 이른 이곳. 천 년이 지난 뒤에도 고즈넉하니 영원한 풍경이길 기대해 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저리 거대한 흔적을 세웠을까. 묻고 또 물어도 침묵을 지키니 상상할 수 밖에.
파도 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파도 따라 넘실대고 싶기 때문일까. 파도처럼 굽이치는 가지 끝에 바다를 닮은 초록이 피었다.
낯선 지표들 앞에 망설여본다. 어느 꼭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해야 잊히지 않을 기억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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