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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는 그늘 아래에서 웅크리며 살아왔다. 아래에는 땅을, 위로는 지붕을 만들어 보이는 두려움을 가려왔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흙이 맴도는 기분이다. 한 입 물면 푸근한 향이 퍼질 것만 같다.
곳곳에 준비된 쉼터들이 주는 것은 아름다움 뿐만이 아니다. 그곳에 담긴 배려와 감성 한 모금에 목을 축일 수 있는 곳.
'공작의 꼬리를 빌려 전하는 퍽 느닷없고도 향긋한 편지. '두 가지가 아닌 한 가지 마음을 가질 것.'
다리 아래 잠긴 의문의 구조물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마치 버려진 이를 위한 쉼터 같다.
불 꺼진 거리에는 타다 만 연탄 냄새만 맴돌고 지난 밤 피어오르던 왁자한 말소리 온데간데없네.
이 먼 곳에서도 마음은 밝혀지고, 또 꺼진다.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기어코 어두워지지는 않으리라.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가지를 흔들며 쫓아오는 너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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