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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사이로 줄줄이 들어선 비석의 글자를 보려면 거리를 좁혀 허리를 숙일 것.
꿰어지길 기다리며, 우리는 또 얼마나 설레왔는지. 꿰어나가는 동안 가만히 숨을 죽여 본다.
늘어선 무지개 아래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누군가의 꿈을 옮겨왔을 풍경. 이 앞에 서서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모양새는 달라도 뿌리가 같은 이들. 굳게 다문 입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뭐든 흔들려야 소리를 내는 법이다. 흔들리지 않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고이고 탁해졌다 한 들 아름다움이 바랠 수 있을까. 언제고 맑은 물을 채워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쉬이 외면하기 어렵다.
길을 잃은 중생을 인도하듯 밤이 되면 환히 빛날 테지만 그 빛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음을.
저 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붉은 꽃이 만발해 있다 하였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꽃에 내가 함께 천천히 흔들리고 있으니, 이곳이 피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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