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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연등 아래 서니 몰랐던 향기가 풍겨 온다. 이토록 향기로운 도시를 밟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차가운 물 속에서 잠든 가족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 둘러앉아 나누는 정겨운 목소리들이 작은 집의 틈새로 새어나오는 듯 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었을까. 물빛으로 물든 돌덩이들이 정겹고도 고맙다.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놀라운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저 어린 뿌리 위로 잎사귀들이 핀다.
뱃사공도 손님도 없이 덩그러니 떠서 오가는 바람만 태웠다가 그러다가 다시 흔들흔들.
설산이 전해주는 선명한 메시지.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흐르는 것이 있다.
우선 멈춰야 한다. 숨 가쁘게 갈 필요가 없다. 움직이는 것은 나 자신뿐이므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바람이 불면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람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너는 바람 그 자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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