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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 수면 위로 빛이 산란하며 퍼진다. 마치 기억 속의 너처럼.
바다와 해변이 서로를 꼭 끌어안은 그 경계에 섰다. 바다가 밀려드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더니, 해변도 바다를 가만히 안고 있다.
처음은 아닐 것이다. 멋대로 다가와 쌓이는 낙엽이라든가 속까지 젖을 정도로 흠뻑 내리는 비라든가, 살포시 내려앉는 너라든가.
눈을 감아도 비쳐드는 햇살과, 그 아래 선 것들. 위태롭고도 고운 모습들에 눈이 시리다.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어두운 수면, 그 위를 점점이 덮어가는 푸른 것들. 가리고 싶었던 무언가를 덮어감에 아쉬움이 남을 줄 누가 알았을까.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묵묵히 따라 걷다 보면 무엇이 나올지.
언덕 위에 올려둔 모자처럼 천연덕스러운 모습. 빈 언덕 위의 모자를 상상하며 웃었을 이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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