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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 거대한 석탑을 제외한 풍경이 가득히 비워졌다. 빈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잠시 서성여 본다.
아주 조그마한, 머무른 이의 흔적. 어우러져, 스며들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본다.
나그네를 위한 배려인가. 조금씩 젖어드는 꽃잎이 애를 태우네.
들어오기 위한 구멍일까 나가기 위한 구멍일까. 짙어지는 그림자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닫힐 줄 모르는 문 너머로 다른 세대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문을 나서야 할지, 뒤돌아 한 바퀴를 더 둘러보아야 할지.
유채꽃이 지고 갈대가 익은 자리에 연어가 올 것이다. 잠잠할수록 깊어진다 하였으니, 한 발짝 뒤에 서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바다마저 잠재운 곧은 마음을 만나러 가는 길. 서툰 짐작에 대한 염려에 걸음이 느려진다.
길을 걷다 어느 한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단지 그뿐인데도 호흡이 정돈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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