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따라 한양을 두루 거닐다, 한양도성박물관
구 한양이 현 서울로 변한 후에도 그 자리에 항상 머무르며 수도를 지켜온 한양도성. 보고 있으면 가슴 뭉클해지나 그 성곽길을 따라가자면 하루가 벅차다. 성곽을 짚고 걷는, 자그마치 18km가 넘는 거리는 한양도성과 가까워질 엄두를 쉬이 못 내게 한다. 안팎으로 꽃과 버들 핀 굳건한 돌벽에 어린 이야기를 어디서나마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
한양도성을 단번에 주파하는 방법
사적 제10호로 조선 태조 때 축성한 석조성곽인 한양도성. 동서남북으로 낸 사대문과 또 그 사이마다 낸 사소문이 있는 길고 긴 성곽은 옛 도읍 한성부의 경계를 선 긋고 있다. 높고 굳건한 성곽으로 외부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 아래 500년간 한양에 살던 백성들은 안심할 수 있었는데, 긴 기간의 기능 수행은 전 세계 현존하는 수도 도성 중에서도 최장기간이라고. 한양도성은 조선왕조가 와해되고도 그 후의 100여 년을 합해 장장 600년이란 세월 동안 서울 시민의 긍지가 되어 주었다.
그러한 한양도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도록 하는 취지로 2014년 한양도성박물관이 개관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으로서 종로6가 율곡로 위에 들어선 이곳은 한양도성의 문화유산으로의 가치와 향후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굳이 ‘나 꽤 성질 급하다’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끝 모르는 성곽을 따라가기보단 한양도성박물관을 둘러보는 쪽이 트래블피플이 도성을 알아가기엔 아마 더 효율적일 것이다. 돌아보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전후로 예상되니 그 안에 가볍게 18km를 완주하는 효과를 누려봄이 어떨까.
한양도성, 너를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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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층 기획전시실과 2층의 도성정보센터, 학습실, 그리고 3층 상설전시실을 보유하고 있다. 1층은 전시가 매번 바뀌니 3층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 상설전시실은 축성을 거쳐 일제강점기 때 훼손되고 70년대 들어 복원하는 등 한양도성이 지나온 변천사를 주제로 하여 전시를 꾸며놓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네 구역으로 분할해 공간을 나눴는데, 역시 과거 구간은 발굴유물이 주요 볼거리이다. 돈의문 현판과 흥인지문 지붕의 장식기와, 백자 등이 전시돼 있는데, 반면 레고 숭례문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것도 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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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독특한 전시품은 일곱 대의 프로젝터로 22m 한양도성을 구현한 작품이다. 3D애니메이션과 사진 콜라주로도 도성을 표현하니 곧바로 현혹된다. 더불어 벽에 띄운 화면을 손으로 직접 조작해 도성의 정보를 얻는 참여형 체험이 있다. 터치로 연표를 확인하는 시설물은 기본이니 박물관이 아니라 문화공간에 온 듯하다. 상설전시만으로 아쉽다면 기획전시를 보거나 학습실에서 운영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도성정보센터에서 자료를 열람하는 것도 좋을 테니 시간을 넉넉히 하여 오면 되겠다.
낙산 구간과 동대문성곽공원의 연결지점
박물관 인근의 낙산 구간 탐방로는 박물관 남쪽에 있는 흥인지문을 기점으로 시작한다. 길은 이화벽화마을과 장수마을이 반겨오는 오르막을 넘어 낙산 정상의 공원에 다다르고 이어서 혜화문에 도착한다. 마을에서 멈추지 않고 쭉 걸어간다면 한 시간을 못 채워 2.1km로 끝나겠지만 그러면 노닐며 거니는 맛을 느끼기 어려우니 마을도 둘러보면 어떨까?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달동네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도록 하자. 성곽의 약 1/9배 되는 길이니 맘 편히 걷기에 좋을 것이다.
오래 걷기가 마뜩잖다면 동대문성곽공원도 추천하는바, 한양도성박물관은 다름 아닌 동대문성곽공원 안 디자인지원센터에 자리해있기 때문에 건물 밖을 나가면 성곽이 펼쳐진 풍광이 늘 그 자리에 있다. 18km는 엄두가 나지 않더라도 바로 앞의 성곽은 구경할 만할 것. 높이 오르면 동대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위시한 서울의 조망이 펼쳐져 있으니 구경해보자. 벤치와 정자 등이 있어 나들이 오기도 좋으나 그늘이 부족한 점은 유의해야겠다. 자, 성곽의 역사를 깨우치고 직접 걸어보니 어떤가? 한양도성과 더 가까워질 것 같지 않은가?
600년간 우리 수도를 듬직하게 감싸 안고 있지만, 한양도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요? 한양도성박물관과 성곽을 돌아보며 비로소 도성과 친해질 수 있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7년 12월 30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