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활은 많은 사람들이 발명한 갖가지 물건에 둘러싸여 있다. 머리를 깨끗하게 감겨주는 샴푸, 자주 입는 청바지의 지퍼, 온종일 껐다 켰다 하게 되는 전구 스위치도 누군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개중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적 지식이 기반이 된 발명품도 있기 마련. 그러나 발명의 세계를 전문적인 기술발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생활 속의 소소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은 의외로 지금 나온 기술을 조금 더 편하게 응용하는 데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넓은 발명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바로 특허청 산하에 있는 발명교육센터의 창의발명체험관이다.
발명, 어디서 시작할까?
발명교육센터의 전경. 1층으로 들어가면 창의발명체험관이 나온다.
당연하게 쓰는 물건들은 알고 보면 제각기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고 있다. 밴드형 반창고는 요리가 서툴러 유난히 손을 많이 다친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삼각팬티는 속옷이 반바지처럼 길었을 무렵 더위를 못 참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만들어준 속옷이었다. 이처럼 주변의 사소한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발명이다. 달리 말하면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도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발명이라는 것. 발명교육센터에서는 창의발명체험관과 함께 발명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며 한국의 발명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발명에 대한 일시적인 착안이나 아이디어만을 제시하는 것만이 아니다. 창의력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멘토식 수업부터 지식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특허출원서 등의 행정 과정을 실습하는 실제적 수업까지 망라되어있다,
그중 창의발명체험관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찾기 좋은 발명체험관이다. 총 네 개의 테마와 19개의 전시체험을 갖춘 국내 유일의 발명 체험시설이다. 첫 번째 테마인 <클릭, 상상아이콘>으로 들어서면 예쁜 담쟁이덩굴과 붉은 지붕을 가진 학교 바닥벽화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삐딱한 거울 안에서는 학교에 손을 대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스파이더맨 마냥 나온다.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참여자들의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워밍업인 셈이다. 이와 함께 발명을 위해서는 근기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명사들의 어구도 볼 수 있어 발명의 어려움과 즐거움에 대한 생각을 되새기게 만든다.
세상을 바꾼 발명, 생각보다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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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발명체험관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체험과 발명의 원리를 깨우치는 체험이 균형 있게 배열되어있다.세상을 바꾼 발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고대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바퀴와 도르래, 종이, 유리, 나침반 등이 있다. 중세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화약과 인쇄술이 있다. 현대에서는 무선통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체험들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바꾸었는지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이미 그 기술이 상용화되어서 편하게 쓰이는 시대에 익숙해졌으니 그 기술이 없을 때를 상상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두 번째 테마인 <상상의 힘을 보다>에서는 이렇게 세상을 바꾼 발명품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그 발명품이 발전했는지, 어떻게 사용했는지 체험할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재질로 이루어진 바퀴를 직접 작동시켜보며 바퀴가 좀 더 가볍고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는 것을 체험해보는 식이다. 그 외에도 지식의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린 인쇄술 체험, 병력 증강과 직결이 되었던 화약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불꽃놀이 등 소소한 체험들이 요소요소를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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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열매>에서는 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발명품과 그 유래를 만날 수 있다.한편 세 번째 파트인 <상상의 열매>에서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발명품이 어떤 동기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분류해놓은 체험공간으로 꾸며놓았다. 특히 코너 중 하나인 ‘improve, 한 걸음 더’에서는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소한 발명품들을 모아 슈퍼마켓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궁금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가면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그에 대한 일화가 계산대 화면에 펼쳐지는 것이다. 한편 세이프티 코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레이싱 게임이 펼쳐지는 곳이다. 빨간색 스포츠카에 올라타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설명이 하나하나 나온다. 큰 화면으로 안전부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그간 무관심했던 안전장치가 새롭게 보인다. 무료로 진행하는 발명체험실 체험시간이 아니면 가장 길게 줄이 서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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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실.6
발명교육센터의 프로그램 참여 후 남긴 메모 후기들. 실제 체험에 충실해 만족도도 높다.창의발명체험관이 자랑하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면 바로 발명체험실일 것이다. 비어 있을 때는 아늑한 교실에 의자와 넓은 책상이 갖춰진 곳일 뿐이다. 그러나 하루에 3번, 체험이 진행될 때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발명 프로세스 6단계에 따라 아이디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발명 주제를 선택해 갖가지 물건을 조립하고 특허출원과 상품홍보영상까지 찍는다. 걸리는 시간은 30분가량이지만 프로그램을 끝낸 뒤 명예특허증까지 받아보면 은근히 자신도 발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흥미를 자극한다.
창의발명체험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교육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그램과 지재권창출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창의적 문제해결 프로그램은 제각기 조를 지어 문제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해결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반면 지재권창출과정은 조금 더 본격적이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제품의 도면을 작성하는 것부터 특허출원서와 무료변리서까지 작성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취약계층으로 분류돼 대한변리사 혹은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서 무료로 특허출원신청을 할 수 있으니 더욱 실용적으로 다가온다.
잘 만든 발명품 하나는 사회를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해야만 발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엉뚱하고 특이한 생각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오히려 발명에 더 가깝지 않을까. 물론 여러 번 실수와 실패를 거듭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에서 나오는 발명품도 있는 법. 포스트잇이 그렇고 전구가 그랬다. 창의발명체험관은 지금도 수천 번의 실패라도 다시 걸어나가는 한 괜찮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색다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발명의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지요. 늦은 나이에 새롭게 발명가로 투신했던 미국의 화가 모스, 일본의 주부였던 사쿠라이 씨 등을 떠올리며 나만의 발명품을 생각해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5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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