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우리나라의 화폐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칠성시장은 그 이름만큼이나 별들의 천국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시장의 분위기와 더불어진 현대적인 운영과 깨끗한 환경은 대형마트 시장에 익숙해진 젊은 사람들의 발길마저도 돌려놓습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것은, 칠성시장 속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별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의 미션! ‘대구 칠성시장 속 최고의 별미를 찾아라!’입니다.
제철 먹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시장. 뿐만 아니라 도자기, 꽃 등등. 전통시장의 활기참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구 말투가 정겹게 느껴진다.
“저, 칠성시장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칠성시장이요? 여기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이 한 구역이 다 시장이라고 보시면 되요. 골목별로 구분도 잘 되어있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찾으시는 곳도 쉽게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해가 중천에 떴다. 상가 앞의 판매대에 덮여있던 천막들이 걷히고 시장의 활기가 살아난 것이다. 편안한 대형마트를 마다하게하는 칠성시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지매, 이거 한 개 사 들고 가이소. 제철에는 제철 과일을 먹어야제. 하우스 이런데서 나오는 거는 맛이 없다카이.”
“그래요? 그런데 너무 비싼데, 조금만 깎아주세요. 저쪽 가게가 더 싼 것 같은데요? 에이, 그러면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칠성 시장의 밤은 화려하다. 식당들은 저마다 가게 앞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어놓았다.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웃음소리가 더욱 활기차게 느껴진다.
“아주머니, 이 앞에 앉아도 되나요? 가게마다 테이블이 나와 있으니, 식당 안에 앉기 보다는 밖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고 싶네요.”
“편한데 앉으이소. 가게 안에서 먹는 것 보다, 이래 밤바람을 맞으면서 먹으면 뭐든지 더 맛있게 느껴질겁니더.”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간이 잘 배있는 나물 몇 종류와 김치 등 차림새는 소박하지만, 칠성시장의 별미 곰탕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지매, 국물 더 줄까요?
“아, 감사합니다. 나물들도 참 맛깔나요!”
“밥이 적으면 더 말하소.”
“네! 오기 전까진 몰랐는데, 여기 맛집들이 참 많아서 칠성시장 들어서니 엄청 시장하네요.”
최근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그 속에 앉은 사람들은 정장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원들이 많네요? 좋은 식당도 많고, 가격도 더 비싼 장어를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시장에 있는 골목까지 찾아오는 걸까요?”
“우리 장어가 맛나제. 뭐 딴데 가서 먹어봐야 양도 적고, 비싸기만 하다 아입니까.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싸고! 카니까 여기까지 와서 먹는 것 아니겠습니꺼.”
입구에 들어서자 구수하고 짭짤한 족발냄새가 침샘부터 자극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족발을 써는 주인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장님, 여기 족발 2인분만 주세요.”
“예, 지금 썰어 드릴게요. 족발은 미리 썰어 놓는 것 보다 이래 바로 썰어서 먹어야 맛있다 아입니까. 그래야 촉촉하고 더 고소하다 아입니까. 먹고 갈꺼라예?”“아, 포장해주세요!”
알싸한 연기가 코끝에 닿는다. 점포 앞 화덕에서 불에 직접 구워지고 있는 석쇠 불고기는 타닥타닥, 불에 익어가며 점점 그 맛의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와, 고기에서 정말 ‘불 맛’이 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군요! 얇은 고기가 직접 연탄불 위에서 구워져서 그런지 색도 독특하고 향도 너무 좋아요. 특히 맛은 더욱!”
“밖에 화덕에 보면 알지예. 세월의 흔적이 쌓여가지고, 주변에 재도 널려있고 화덕에는 기름때도 묻어있고. 저 흔적들이 고스란히 이 맛의 비결 아니겠습니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골목을 형성해 저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칠성시장.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너무 많이 먹었나봐! 배가 너무 부르다. 그래도 여기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었던 것 같아. 시장 구경을 하면서 먹었던 주전부리들도 너무 좋았고, 낮에도 밤에도 먹고싶은 별미들이 가득 한 칠성시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
"다음에 또 와서는 무엇을 먹어야할까? 음, 나는 다 먹을테야!”
생각보다 칠성시장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조그만 시장을 생각하고 들렸다가는 이 맛난 별미를 모두 맛보기도 전에 지쳐버릴지도 모르니 미리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이 좋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별미가 가장 맛있어 보이나요? 칠성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여온 음식문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별미와 함께 시장의 분위기, 전통시장 특유의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은 여러분의 배고픔을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가장 맛있는 별미를 고르기위해, 칠성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가을 참게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향수의 어종이기 때문일 겁니다. 늦가을 참게들은 산란을 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유역으로 지류를 따라가면 지금도 하천 지류에 옛 선인의 방식 그대로 게살과 게막을 치고 참게 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추억의 풍광은 바로 칠갑산 맑은 물이 갈 지(之)자로 흐르는 충남 청양의 지천구곡에 있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미션은 바로 ‘옛 전통방식 그대로 참게 본연의 맛을 찾아라!’입니다.
칠갑산 맑은 물이 갈 지(之)자로 흐르는 충남 청양의 지천구곡은 참게의 고향으로 불렸다. 지금 이곳에 가면 청정자연 속 향수를 자극하는 옛시절이 떠오를까?
“참게는 지난 시절 가재와 더불어 개울에서 흔히 잡던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어. 지금도 금강 유역 청양에서는 전통 참게 잡이가 한창이라지?”
“맞아. 지천참게를 찾는 건 맛 이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 또 칠갑산 청정수가 흐르는 지천은 워낙 맑아 예로부터 참게의 명산지이기도 했고.”
참게는 10월~11월이 제철이다.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금강지류 지천의 야행성 참게를 잡는 시기는 따로 있다고.
“횃불 잘 들고 따라와유. 오늘은 좀 더 상류로 올라가볼 테니께.”
“어르신. 지금 참게 잡기는 좀 이르지 않을까요?
“어떻게? 물장구를 쳐볼까? 이렇게!”
“허~ 이 사람들! 이 컴컴한 데서 그렇게 물장구를 친다고 참게가 보이기나 하겠어?!”
느긋하게 기다려 게막에 걸려드는 게를 주워 담지만 자칫 억세게 운 좋은 놈들이 게막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이때 우리 선인들은 어떤 기지가 발휘됐을까?
“밤새 게막에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참게를 열심히 주워 바구니에 담으면 내일 아침은 공짜로 줌세! … 아니, 이 친구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참게 다 빠져나갔네! 어이쿠~”
“아! 이거 어쩌죠?!”
“괜찮여. 빠져나가는 웬만한 참게는 싸리나무로 만든 원추형의 통발이 기다리고 있으니.”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참게장이 귀했던 것처럼 마을마다 참게잡이 게살과 게막을 갖고 있는 것도 부의 상징이었다는데?
“참게는 조선시대 임금의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명품 행세를 했고, 20년 전에도 참게 한 마리에 5000∼6000원을 호가했다고 하니, 웬만한 부잣집 아니면 참게장 맛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였겠어. 안 그래?”
“그러고 보니 ‘게막 하나와 논 다섯 마지기는 안 바꾼다’는 청양 옛말도 정말 있었을 법해.”
음식 맛보기에 앞서 일단 추억의 밥그릇을 살펴야 한다. ‘전통식품은 전통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주인의 소신으로 옛날 고향집 밥상에 차려졌다. 어떤 밥상이기에?
“福자가 선명한 사기그릇에 밥과 찬이 담겨 나오는 거며, 밥도 고봉으로 담아 주시고,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정감 넘치는 밥그릇에 추억을 밥상에 마주한 느낌이에요.”
“그뿐일까. 무쇠솥에 갓 지은 기름진 쌀밥을 참게장이나 참게탕과 곁들여 먹어야 밥도둑이란 말도 가능하지!”
살과 장이 꽉 찬 참게를 숙성시켜 만든 참게장은 깊은 향과 맛이 일품. 윤기 흐르는 더운밥에 게장을 비벼먹으면 게 눈 감추듯 밥이 사라지고 공기 몇 그릇이 쌓인다.
“본래 참게는 겉껍질이 딱딱한데, 이 집의 참게장은 오돌오돌 씹힐 만큼 야들야들하네요?”
“그만큼 숙성이 잘돼 있으니께. 간장게장 맛은 3개월 동안 조선간장을 6~7회 반복해서 끓여 부으며 깊은 장맛을 냈고. 누룽지랑 조합도 괜찮으니까 함 잡숴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을 이제 알겠네요!”
마른 김에 밥을 한 숟가락 얹고, 간장게장을 반 숟갈 떠 얹은 뒤 참게탕의 배추시래기를 건져 올려 먹는 조합도 꿀맛이다.
“우리 마을은 웬만한 식재료는 친환경적으로 직접 생산한 것을 쓰니깐. 참게탕에 넣는 배추시래기도 그늘에 4개월 이상을 말린 거여. 그래서 여느 무청 시래기보다는 더 깊은 맛이 있지.”
“정말,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싶어요!”
칠갑산 풍경에 취해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참게가 늦가을 나를 유혹한다면, 거울 같은 수면에서 청둥오리가 날아오르는 지천구곡의 절경이 자꾸만 발길을 잡아끈다면 더 이상 지체할 겨를이 없습니다. 낮에는 산천을 유람한 뒤 암청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찾아드는 지천 까치내마을에서는 게막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횃불을 밝힌 마을주민을 만나면 짭조름한 참게장으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번 여행은 청양군 장평면 지천구곡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맛깔나게 느껴지는 음식, 부대찌개. 칼칼한 국물에 햄과 김치가 함께 있으니, 밥 한 공기가 비워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어느 지역의 골목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인데다가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메뉴입니다. 그런데, 이 부대찌개도 원조가 있다고 하니 그 발원지가 바로 의정부시입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의정부에서 원조 부대찌개를 맛보고 오라!’
의정부 경전철 중앙역 2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원조 부대찌개의 참맛을 볼 수 있다는데 정말일까?
“안 그래도 날씨가 추워져서 칼칼한 음식이 당기던 참이었어.”
“추운 날엔 역시 부대찌개지. 어렸을 때에는 김치찌개에 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했는데, 크고 나서 보니 부대찌개에는 부대찌개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원조 부대찌개의 고장에 왔으니, 어떤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데?”
이곳의 부대찌개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매년 부대찌개 축제를 열만큼 특색 있는 것이 바로 의정부의 부대찌개.
“작년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부대찌개 축제가 열릴 때 와서 참 재미있었어.”
“부대찌개를 소재로 축제가 열렸다고? 재미있는 사실인데?”
“골목 가득 만국기가 걸리고, 각 매장 앞에 마련된 매대에서는 포장된 부대찌개를 팔았지. 각설이패 공연도 했었고 말이야. 볼거리가 많으니 먹을 맛도 더 나더라.”
이 골목에서 ‘어느 집이 가장 맛있는 집이냐’고 묻는 것은 실례다. 평균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곳의 주인장들은 제각기 특별 레시피를 개발했다는데?
“음, 여기 이쪽 집은 국수장국을 육수로 써. 저쪽 집은 야채 육수를 우려냈기 때문에 국물이 뽀얗고, 저 앞 골목에 있는 집은 육수에 카레가루를 넣어서 독특한 맛이 나지.”
“네가 한동안 의정부로 부대찌개를 먹으러 다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정말이었구나. 부대찌개를 처음으로 개발한 집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말이야?”
의정부는 부대찌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곳. 소시지와 다진 쇠고기, 햄, 파, 당면, 두부를 넣고 끓인 육수는 다른 지역보다 국물이 많고 맑다고 한다.
“어느 날,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기를 들고 나와서 ‘이걸로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달라’고 말했대. 그래서 처음 했던 음식은 부대 고기볶음이었는데, 나중에 부대 고기로 찌개를 했더니 그것이 더 좋았다고 해. 부대찌개가 탄생한 순간이지.”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찌개를 끓였단 말은 들었는데, 구체적인 탄생비화가 있었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들어서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부대찌개를 먹으러 이곳을 찾은 사람이 아주 많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곳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맛!
“이야, 이거 참 먹기 전부터 반성하게 되는데? 사실 그 흔한 부대찌개를 먹으러 의정부까지 오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거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원조의 맛을 알기 때문에 이곳까지 먼 걸음을 한 것이겠지? 한 술을 뜨기 전부터 맛에 대한 신뢰가 생겨.”
“속단은 금물이야. 물론 한 입 먹자마자 의정부 부대찌개에 반하게 될 테지만 말이야.”
재료가 든 냄비가 나오고, 이어 주인이 직접 육수를 부어 준다. 뚜껑을 덮고 끓이기만 하면 부대찌개 완성! 찌개를 주문하면 밥이 딸려 나오니 알아둘 것.
“양이 정말 푸짐해! 세 명이서 먹어도 충분할 것 같은 양인걸? 라면 사리뿐만 아니라 생우동면, 소고기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네!”
“이 낡은 냄비를 좀 봐. 아주 오랫동안 부대찌개만을 끓여온 냄비를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니? 아, 보글보글 부대찌개 끓는 소리에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가.”
원조 부대찌개로 유명한 곳인 만큼, 각 가게에서는 부대찌개 맛있게 먹는 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점이 있으니 공통된 사항만 살펴볼까?
“먼저, 사리는 처음부터 함께 넣고 끓여야 맛있대. 뚜껑을 덮고 3분 정도 기다렸다가 한 번 저어주면 찌개가 맛있게 익는다고 하는데? 나는 뚜껑을 덮어 끓이는 부대찌개도 처음 봐.”
“면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데, 짠지를 국물과 함께 먹는다는 게 특이한 것 같아. 찌개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즈음에 냄비에 밥을 넣고 볶아도 참 맛있다고 하더라.”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특색 있는 서비스들 중 하나는 바로 택배 서비스.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이제는 식당에서 집으로 배송을 해 준다고 하는데?
“뭐라고? 부대찌개를 배달시켜 먹은 적은 있어도 배송시켜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혹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만의 비밀 육수도 함께 배송되는 거야?”
“당연하지! 그게 빠지면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었다고 할 수 있겠어? 육수는 물론, 라면사리까지 배송되니 냄비만 준비되어 있으면 집에서도 의정부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어.”
의정부의 명물 부대찌개가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으로 재탄생했으니 먹거리도, 볼거리도 더 푸짐해진 것 같습니다. 이곳의 부대찌개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발걸음이 일 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의정부 부대찌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찾아오는 이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맛집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대찌개에 질리신 분, 하지만 부대찌개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부대찌개 원조의 맛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당장 의정부를 찾아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지리산을 감싸고도는 기나긴 길들은 지리산 옛길, 고갯길, 숲길, 강둑길, 논두렁길, 마을길 등 다양한 테마로 엮여 5개 시군, 100여 개 마을을 연결합니다. 이 길에서 지리산이 보듬어온 역사와 문화를 만나기도 하고 자기 회고와 성찰의 기회를 내어주기도 합니다. 전북 남원시에도 지리산 둘레길이 있습니다. 이중 특히 호젓한 숲길과 청초한 계곡, 때 묻지 않은 산촌의 풍광을 함께 만나는 둘레길은 ‘구룡폭포 순환코스’만한 길도 없습니다. 구룡폭포에서 지리산의 백미를 맛보는 것, 그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지리산 트레킹코스의 대표 격인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짧지 않은 코스와 급경사가 적잖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표정에서 한껏 여유가 묻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 길은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 않아 좋아. 트레커들에게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딱이야!”
“그래? 육모정~구룡폭포 구간에 지리산 둘레길 제1코스를 더해 7km가 넘는다는데, 결코 만만한 길도 아니라고.”
“7km씩이나? 다시 생각하니 좀 버거울 수 있겠어. 하지만 도전의식이 절로 생기는데?”
산행의 시작은 육모정이다. 춘향묘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사무소 구룡분소가 자리해 있다. 이곳 굽이치는 용소에 다다르면 정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널찍한 암반에 6개 기둥을 한 정자라서 ‘육모정’이라 했겠지?”
“오~ 이제 제법 트레버다운 면모가 나오는걸?”
“하하, 과찬의 말씀!”
“여기서 정령치 방향으로 저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 구룡계곡 입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한국의 명수(明水) 구룡계곡답게 가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한곳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다 보면 아홉 절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데?
“가만 있자. 저기는 소나 말의 먹이통인 구유처럼 생겼어!”
“이야~ 여기가 바로 구시소로구나! 이 바닥에 크고 작은 온갖 바위가 산재되어 있다는데, 그 모양새가 정말 아름답다지.”
“하지만 곡의 절경에 취해 있기에는 꽤 빠듯한 시간이야! 자, 슬슬 또 가보자고.”
구시소에서 어느 정도 오르면 계곡이 급경사를 이룬다. 하지만 흐르는 물소리,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다 보면 고생스럽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가는 내내 자연이 들려주는 합창소리에, 이야~ 암반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저 명경지수, 가히 일품이로구나! 그런데, 유선대 주변에 저 특이한 모습을 한 바위는 균열이 가 있어. 훼손된 건가?”
“언제 저런 금이 생겨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바로 저기서 신선들이 바둑을 뒀다지.”
구룡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은 때 묻지 않은 지리산의 청정자연으로 수놓아져 있다. 때문에 맑은 계곡수를 따라 녹음 속 청신한 기운을 만끽하며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왼쪽을 봐!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북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목적지인 구룡계곡도 다 와간다는 신호겠지?”
“맞아, 기분 좋은 신호로구나. 지리산은 장중한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지만. 그중 산세와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구룡계곡을 곧 만나겠어!”
구룡계곡 순환 트래킹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구룡폭포일 것이다. 비스듬히 누운 와폭 형태의 이 폭포는 비가 내린 날 그 웅장함이 더하다.
“딱 봐도 알겠어! 한 폭의 산수화가 살아 움직이는 저 모습….여기가 바로 구룡폭포로구나!”
“맞아! 남원 사람들이 여기를 이 고장의 제1경으로 인정한 이유를 비로소 알겠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폭포, 저토록 풍부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아홉 마리의 용이 실컷 놀다 가기에 족하겠어!”
동편제 소리꾼들에게는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 바로 구룡폭포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득음을 이뤄내듯 이 수행의 폭포와 한 곡조 뽑아 경합을 벌여보자.
“그렇게 불러서야 어디 명창이 되겠어? 배에 더 힘을 줘봐!”
“아이고~ 내가 감히 이 폭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니…. 득음은 꿈도 못 꿀 기세야!”
“하지만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이곳 웅장한 폭포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냈다지. 정말 대단해.”
폭포 주변은 풍광을 트레커들이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나 철제로 된 데크, 현수교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저 흔들다리로 건너가자. 폭포 주변의 기암괴석이 운치를 더해줄 거야.”
“정말이네. 녹음 사이 쏟아지는 밝은 빛을 벗 삼으니 또 다른 관조를 맛볼 수 있구나.”
“어때? 왠지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지 않아?”
“그보다도, 이 아찔한 높이에 휘청, 아찔한 풍광에 또 휘청~. 용을 타고 비상하는 듯해!”
남원이 자랑하는 8경 가운데 제1경인 구룡계곡까지 빙 둘러오는 지리산 둘레길에는 여유와 소리가 함께합니다. 산책하듯 산행하고 산행하듯 산책하다 보면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었다는 전설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시 속살대는 숲과 청량한 구룡폭포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에 흥이 돋습니다. 거기에 바위들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코스가 끝날 때까지 기분 좋은 산행은 계속됩니다. 구룡계곡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여러분은 어떤 전설을 들을 수 있었나요? 그 속에 아홉 절경을 모두 찾을 수 있었나요?
5일장을 구경하려면 꼭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가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서울에서도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매월 끝자리 숫자가 4, 9로 끝나는 날이 장날인 모란시장은 지난 1960년대 생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성남 시민은 물론 인근 서울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정이 느껴져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대형마트와 다른 모란시장의 손맛을 체험하라’입니다.
강남역에서 30여 분 떨어진 곳에서 5일에 한 번씩 모란시장이 열린다. 분당선 모란역에 내려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이곳. 사람들은 왜 이곳에 몰려들까?
“대형마트 가면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모란시장까지 오자는 거야?”
“모란시장은 학교 교과서에도 나올 만큼 유명한 곳이야. 그만큼 배울 점이 많고 와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니겠어? 대형마트와 달리 이곳에선 물건을 살 때 물건 파시는 분과 손님의 대화는 필수야.”
한 때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건이 터지면서 일본산 수산물을 금기시하는 때가 있었지. 그때도 성남모란시장은 손님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품질 보증제가 있는데, 재래시장인 모란시장 물건은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걱정하지 마. 대형마트이든 재래시장이든 손님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스스로 신뢰를 주는 수밖에 없거든. 그러기 위해선 상인 자신은 물론 손님들 또한 속이지 않는 건 필수야. 모란시장 상인들 또한 손님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구.”
모란시장은 3천 여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서 열리니, 어떤 것들을 파는지 미리 알아두고 가면 좋다. 무려 13개의 구역이라니, 어떤 구성인지 궁금한데?
“재래시장인데도 물건 종류가 다양하다구? 어떤 종류가 있는데?”
“모란시장은 총 13개의 구역으로 구분돼 있어. 화훼부, 잡곡부, 약초부, 의류부, 신발부, 잡화부, 생선부, 야채부, 음식부, 애견부, 고추부, 가금부랑 나머지 것들을 파는 구역. 대형마트는 구역별로 이동할 때 천장에 부착된 간판을 보고 찾아다녔는데, 이곳에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네.”
시장은 장보러 오는 사람들만 오는 곳은 아니다. 장터에서 파는 음식은 장 볼 일 없는 사람들에게도 매혹적이다. 특히 따뜻한 보양식 한 그릇은 하루를 버틸 원기를 준다.
“저 흑염소 간판은 뭐야? 모란시장에서 흑염소도 팔아?”
“흑염소는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인식돼 왔어. 민속장인 모란시장도 예외는 아니지. 모란시장에서 파는 백숙 등 각종 보양식은 몸보신 좋아하는 손님, 특히 남자 손님들에게 꽤나 매력적일 것 같아. 보양식집에서 나오는 구수한 냄새는 대형마트에선 맡기 힘든 냄새 아닐까?”
안주거리가 넘쳐나는 만큼, 모란시장에서는 거하게 술에 취한 어르신들의 모습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 또한 모란시장의 특징이라고?
“정말 그런 것 같네. 시장이라고 해서 물건만 파는 줄 알았는데, 먹을 곳도 많은 것 같아.”
“그렇지. 특히 모란시장 안주골목은 고된 하루를 보내고 술 한 잔 걸치러 온 남자손님들이 비교적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야. 시장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이랄까, 푸근함이 있으니까.”
모란시장 뒷골목으로 돌아서면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40개가 넘는 기름 가게들이 모여 있는 기름골목이 모습을 드러낸 것. 이곳의 기름에 특별한 것이 있다는데?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서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맞아. 모란시장에는 여러 가지 코너가 있지만, 그 중에 참기름만 파는 코너도 있어. 여기가 바로 그곳인데, 참기름 들기름 등 다양한 기름을 동시에 팔고 있지. 구수한 기름 냄새를 맡으니 식욕이 돋는데? 또 마치 시골 외할머니집 마당에 온 것처럼 기분이 편안해져.”
시장 물건 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제수 음식이다. 일년 중에도 여러 번 제사를 지내는 우리나라답게, 민속장인 모란시장에도 제수음식을 팔고 있다.
“여기는 동태포를 파는 곳이네? 이게 말로만 듣던 어물전인가?”
“어물전 맞아. 그런데 어물전이라 해서 생물 생선만 파는 것은 아니야. 대부분의 시장이 제수음식을 팔 듯, 이곳 모란시장 역시 동태포와 같은 제수음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어떤 게 제일 싱싱한지 골라볼까?”
요즘에는 삼계탕, 백숙 등 닭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많이 있다. 그러나 모란시장에는 씨암탉을 팔고 있어서, 직접 집에서 닭을 ‘잡아’ 요리하려는 사람에겐 제격이다.
“우와 웬 닭이 있네? 집에서 기르는 닭인가?”
“에이, 척 보면 몰라? 집에서 닭 잡아 요리할 때 쓰는 씨암탉이잖아. 옛말에 사위가 오면 씨암탉 잡는다는 속담도 있잖아. 대형마트에는 잘 손질된 닭이 포장용기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는데, 모란시장에 오니 살아있는 닭도 볼 수 있어 신기하구나.”
언젠가부터 서울, 지방 구분 없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곳곳에서 성업 중입니다. 이에 따라 어렸을 때부터 마트 또는 백화점에서 장보는 습관이 들어버린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예부터 민속장이 발달했습니다. 민속장에 가면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정, 푸근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더욱 사람 냄새 나는 대화도 나눌 수 있지요. <트래블아이>를 따라 재래시장 투어 떠나보는 것, 어떠세요?
‘역사를 잊은 나라에게 미래는 없다.’ 한동안 인터넷 등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이 한 문장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겨냥하여 이 문장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 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여행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통해 즐거움 이상의 울림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한민족의 분단의 설움을 가슴으로 느껴라!’
김포 시내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김포시 하성면의 한적한 마을은 북한과 인접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평화공원 내의 애기봉 전망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어, 여기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네요? 차량으로만 입장할 수 있다고 쓰여 있어요.”
“북한과 아주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란다. 애기봉 전망대에서는 북녘 땅이 그대로 보이지.”
“무적해병이라는 글자가 든든해 보여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북한 사람들로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한 걸요? 북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건가요?”
애기봉에서는 무려 400km를 흘러 서해에 합류하는 조강이 보인다.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하구와 유도 등이 한 눈에 볼 수 있는 애기봉은 겉보기에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와, 경치가 정말 좋아요! 아까의 삼엄한 경비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인데요? 여기가 정말로 역사의 현장인가요? 믿기지가 않아요!”
“저 강 너머로 보이는 게 바로 북한이란다. 네 눈에 보이는 강은 남한과도, 북한과도 맞닿은 강인 셈이지. 네 말대로 겉보기에는 아주 아름다운 풍경일 뿐인데 말이야.”
애기봉 전망대에서는 북한의 선전용 위장마을인 해물마을과 대남 방송용 스피커를 볼 수 있다. 2005년 장성급회담 합의로 스피커는 철수했으나, 해물마을은 그대로다.
“저기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도 북한인가요? 너무 가까워서 우리나라 같아요. 그런데 네모나고 하얀 건물들만 지어져 있는 모습이 조금 이상한데요? 아, 그 앞에는 밭도 보여요!”
“저 마을은 북한의 위장마을이란다. 원래는 사람이 살지 않았는데, 애기봉 전망대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며 주민들을 이주시켰다고 해. 자세히 보렴. 북한 사람들이 보일지도 몰라.”
애기봉은 원래 154고지라고 불렸다. 1951년부터 휴전협정이 시작된 가운데, 남북한 모두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현장 중 하나인 것이다.
“<고지전>이라는 영화에 대해 들어 보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은 1951년에 사실상 끝난 것이었단다. 이후 완전히 휴전이 체결되기 전까지, 우리 군과 북한군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고지전을 벌여야 했지. 이곳에서도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단다.”
“전쟁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이웃끼리 싸우는 거잖아요.”
‘사랑하는 기생’이라는 뜻의 애기(愛妓). 산봉우리에 붙기에는 특이한 이름이다. 여기에는 남북의 분단 상황과 비슷한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는데?
“옛날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그가 아끼는 기생이 한양으로 피난을 가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만 평양감사가 포로로 잡혀버렸지. 애기는 이 봉우리에서 평양 감사가 건너오기만을 기다리다 죽었다고 해."
"이 얘기를 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 민족의 아픔과 비슷하다’며 이름이 없던 이 봉우리에 애기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글씨로 음각한 애기봉 비석 아래 시 한 수가 적혀 있다. 애기봉에서 민족의 아픔을 느껴보려면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제가 한 번 읽어 볼게요. 조강물이 남북을 꿰뚫어 민족의 한을 껴안고 띠같이 흐르네.…민족은 하나요, 둘이 아니다. 여기 애기봉을 보라. 사랑하는 이를 잃고 일편단심 북녘 하늘을 바라보아 통곡하다 죽었네.… 조금 전에 들은 애기 이야기네요. 가슴이 먹먹해져요.”
“이산가족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구나. 애기봉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야.”
전쟁 당시 남하한 실향민은 500만 명에 달한다. 북한이 보이는 김포에 자리를 잡은 실향민들만 2,000여 가구에 달하니, 애기봉 전망대에는 망배단(望拜壇)이 마련되어 있다.
“마름모꼴을 한 저 제단은 이름이 무엇인가요? 한자로 적혀 있어 읽을 수가 없어요.”
“망배단이라고 한단다. 고향 땅과 그곳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북한을 향해 제사를 드리는 곳이지.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여기에 제단까지 마련됐겠니.”
“만약 우리 할아버지가 북한에 있었다면, 저도 여기에 매년 왔을 것 같아요.”
애기봉 전망대 근처에서는 여러 문장이 적힌 플랜카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상처는 계속 덧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하겠습니다.…북한은 무모한 핵도발을 즉각 중단하라.…천안함 46용사 3주기 추모… 플랜카드의 글씨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아픔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고,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는 우리들이 왜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민족의 아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져요.”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에 애기봉 전망대에서는 높이 30m 가량의 트리에 불을 밝히는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이마저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이 탑은 애기봉 전망대에 여전히 남아 있어 슬픔을 더하기도 합니다.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했을 때, 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끝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미션을 마칩니다. 오늘은 일기 쓰기 대신 지금은 사라진 문화 중 하나인, ‘북한 친구들에게 편지쓰기’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는 매년 여름이면 활기찬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바다로 향하는 길목, 바다보다도 더 탁 트인 곳이 있습니다. 바다를 직접 접하지 않은 곳, 부산 동래구의 주요 지역을 지나며 흐르는 '온천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쁘게 부산을 찾아 관광을 즐기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틈바구니 시간의 여유 즐기기!'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꽃길이다. 꽃을 따라 걷다보면 반가운 해바라기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온천천의 생태복원 사업이 정말 잘 이루어 진 것 같아. 이곳이 원래 30년이나 버려져 있었던 강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맞아. 이렇게나 싱싱하게 생글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나 맑은 곳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흐르는 온천천에는 수달 조형물이 서있다. ‘얼쑤 달수’라는 이름을 가진 수달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리도 맑은 도심 속 하천이라니, 부산이 부러워질 정도다.
“예전에 이곳은 부산 동래의 젖줄이라 불렸다고 해. 어때?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뛰노는 아이들과 빨래터의 아낙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그 행복을 이어가는 하천의 기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해. 일상을 보내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니까!”
산책길 주변으로 우거진 갈대숲이 자리했다. 이따금씩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이쪽을 내다보는 새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온천천에는 몇 개의 습지가 있을까? 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그 건재함을 이어가는 습지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
“이 습지를 지난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닷가의 모래해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니 이미 바다에 와 있는 것 같아.”
온천천 시민 공원은 왠지 달리고 싶은 곳이다. 탁 트인 시야와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달리면 끝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부산 동래구의 온천천은 서울의 청계천과 비교될 만큼 잘 만들어진 하천이라고 해. 특히나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꼭 청계천에 있는 것 같아.”
“도심 속에 있는 하천이지만, 자전거 길 등의 경관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해. 우리도 자전거 타러 갈까?”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넓기만 한 광장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신분증만 있으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니! 유료 자전거 장이 아니라면 더욱 쉽게 이곳에 찾아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겠어!”
“맞아. 자전거 정비도 잘 되어있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전거 대여를 하고 있으니 이용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 했던가? 다리 아래 비밀스럽게 이어진 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니 어느새 상쾌해진 발걸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고, 걷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한 길이 있어.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아플 것 같지만 차근차근 이 커다란 지압판을 밟아갈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이 온천천을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온천천 옆, 한편에 더 맑아 보이는 물이 졸졸 흐른다. 게다가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참이 더해지니 훨씬 더 상쾌하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에도 웃음이 가득해. 시민 공원이 이렇게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게다가 저 놀이장에서 이용되는 물은 인근에서 나는 지하수를 이용한다고 하니,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터가 아닐까해.”
봄이면 벚꽃터널이 만개한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앞으로는 가을의 코스모스 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계의 아름다움이 행복한 그들에게 이어질 것 같은 길이다.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 낼 정도라니, 정말 오래된 나무 인가봐. 분홍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유채꽃 밭이 기다리고 있어.”
“일상 중 조금의 시간만 낸다면, 잠시 나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니. 도심 속에 자리한 공원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아.”
볼 것도, 그 역사를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부산 동래구 온천천 시민공원입니다. 가만히 두어도 잘 흐르는 하천인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하천의 복원을 위해 힘쓴 사람들과 특히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흐르고 있다고 하네요. 바쁜 일정 중, 잠시마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동래구의 온천천이 흘러 바다로 가 하얀 모래사장이 되듯, 이곳에서의 추억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믿게 만드는 곳입니다. 시민천의 꽃길을 걸으며 여행 중의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자연의 아름다움만한 것이 없습니다. 여가 시간이 생길 때면 저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이 줄 수 있는 힘을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선이 놀다 간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고장인 경북 청송은 자연과 함께, 사람이 만든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편의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목적으로 더해진 손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획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에 어우러져라!’
마치 병풍 같이 둘러쳐져 있는 기암절벽에 놀랄 수밖에 없는 곳, 주왕산. 그래서 옛 이름은 석병산(石屛山)이었다고 한다. 주왕산에는 전설 또한 무수하다던데?
“지금의 이름인 주왕산은 주왕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해. 당나라에서 반역을 일으켰던 주왕은 이 산까지 도망을 쳐 와서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는 주왕이 군사를 숨겼던 무장굴, 주왕의 딸이 성불한 곳이라는 연화굴, 그리고 주왕이 죽은 곳인 주왕굴이 있지. 이 산에서는 주왕이 흘린 피 때문에 수진달래가 피어났다고 해.”
주왕산의 상징은 바로 높이 솟은 기암. 주왕은 이곳을 노적가리로 위장하여 적들을 물리치기도 했다고 한다. 기암의 위압적인 자태를 감상해 볼까?
“아직 산을 오르지도 않았는데 기암이 보여! 야, 저게 바위란 말이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의 높이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저 거대한 바위의 틈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더 신기하지 않니?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풍경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일까?”
주왕산에는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월외폭포의 네 폭포가 있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절구폭포와 용연폭포라고 하니, 빼놓을 수 없는 순서.
“깎아지른 것 같은 계곡 사이를 걷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두 단으로 흘러내린 폭포가 만들어낸 풍경이 정말 예술이야. 이게 다 자연의 작품이라니, 믿기지 않아.”
“용연폭포의 모습도 굉장해. 이 폭포 또한 위의 소와 아래의 소, 두 개의 단으로 되어 있어. 높이가 30m는 되겠는데? 위쪽 소에 있는 세 개의 동굴 모양이 정말 신기해!”
주왕산 자락에는 대전사가 자리하고 있다. 창건 당시에는 아주 웅장한 절이었다고 하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이 소실되어 남아있는 것은 일부 뿐.
“기암이 대전사를 굽어보고 있어. 대전사도 천년고찰이라고 하는데, 주왕산이 너무 아름다운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도 하지. 건물이 곱게 낡은 모습이 뒤쪽의 기암과 어울려.”
“절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는 가끔 절이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 본다니까?”
대전사에 이르는 주왕산 등산길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 주왕산의 아름다움을 둘러보았다면, 가까이에 있는 주산지로 이동해 보자.
“맑은 공기에 기분이 아주 좋아. 마치 주왕산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데 왜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는 거야? 단순히 가까운 거리여서는 아닐 것 같은데…”
“주왕산은 자연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고, 주산지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야.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주산지는 주왕산을 흐르는 물을 모아 만든 호수. 다른 인공 호수와는 달리, 이 호수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호수라는데, 그게 정말일까?
“주산지는 1720년에 착공하여 그 다음 해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였대. 그 길이가 100여 미터에 이르는데, 조선 시대에 어떻게 그런 호수를 만든 것인지 정말 놀라워.”
“저수지나 인공 호수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주산지는 다를까?”
“그럼. 주산지는 주왕산의 기암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인걸.”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인 주산지의 풍경은 가히 압도적. 주산지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물속의 나무들이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호수가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예술 사진이 탄생할 것 같은데? 어라,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잖아! 저 왕버드나무를 좀 봐. 나무는 원래 물에 약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수백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주산지에서 살아온 것일까?”
“저게 바로 주산지를 상징하는 나무야. 저 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는 저수지, 주산지. 버티지 못하고 둥치만 남은 나무들과 물속을 맴도는 잉어들이 있기에 더욱 운치를 더한다.
“둥치만 남은 나무에 고인 물이 아름다워. 저 멀리 물을 가로막은 둑이 보이고, 일부러 방생해 둔 것 같은 잉어들도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그건 이 저수지를 만든 사람들에게 자연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까 본 대전사처럼 말이야.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 같아.”
주왕산과 주산지는 각각의 매력보다는 함께 둘러보았을 때의 매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온 몸으로 던져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 파괴, 환경오염과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 나머지,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해져 가는 지금, 주왕산과 주산지에서 배울 점 또한 아주 많습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의 아름다움에 취하셨다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