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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보일 만큼, 딱 그만큼 올라온 담장의 높이를 의심한 이 누가 있는가. 담은 가리기 위해 쌓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은 비뚤게, 약간은 불완전하게.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수면 위 색바랜 것들이 떠다니며 그림자를 만든다. 누구의 상념인지 다리 중간에서 발목이 잡혀버렸다.
누군가의 기억의 중심에 선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빨간 등대 앞에 한없이 움츠러들고 마는 마음.
꽃들의 빛깔은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한다. 어찌 저리 선명하고 고운 빛깔로만 열릴 수 있는지, 부러움에 내는 탄성.
틈새마저 덮어버린 초록 이불. 돌을 덮기 시작한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터.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또 하나의 문이 보여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발을 뻗어본다.
기차가 떠나간 뒤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철길 따라 이어지는 흔들림을 쫓으며 노란 선 밖으로 한 발짝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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