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은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한적한 곳에 있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며 계승해나가는 도시이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 안동댐 그리고 동남부권역으로 나뉘며 권역마다 특산물과 먹을거리 또 전통문화 볼거리가 다양하게 분포해 있으나, 안동시를 찾았을 때 꼭 해 보아야 하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예절 체험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야 하겠다.
보고 싶은 엄마 아빠에게
엄마, 아빠 잘 지내고 계세요? 갈수록 날이 더워져서 걱정이네요. 또 전기세를 아끼신다며 선풍기도 안 틀고 지내고 계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전 이곳 안동 예절 학교 수련원에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오히려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답니다.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지내지 못하던 제가 이렇게 나무 아래서 그늘 한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답니다. 언제나 그렇듯 소중한 건 곁에 있을 때 모르고 이렇게 떠나 있을 때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엄마 아빠의 사랑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그동안 엄마 아빠 말씀 안 듣고 어리광만 부리던 날들이 떠올라 더욱 부끄러워지네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놀고 방학 동안 하고 싶던 게임 때문에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떼를 썼는데, 이제야 이곳에 저를 보내신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동시를 찾으면 여러가지 예절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의 제 생활에 대해서 알려드릴까 해요. 우선 이곳은 정말 산 좋고 물 좋다는 말이 몸으로 확 느껴지는 곳이랍니다. 물론 첫날은 편안한 도심의 생활이 그립고 이런 전통 생활에 적응되지 않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곳을 떠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전통 예절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청바지와 티를 벗고 전통 복장이라는 한복을 입으니 재밌으면서도 마치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답니다. 이거 알고 계세요? 예절이란 무리 지어 사는 사람들이 약속해 놓은 생활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한 격식이라고 해요. 지금까진 이러한 전통 예절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엄마 아빠 속상하게 하는 일도 많이 했고, 저도 모르게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집에 돌아가서는 이곳에서 배웠던 전통 예절을 떠올려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앗! 그리고 인사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답니다. 인사는 상대방을 공경하는 것으로 예절의 첫 시작이라고 해요. 당장 떠오르는 건 앞으로 할아버지 제사 때나, 설날에 세배를 드릴 때 눈치를 보지 않고도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사자소학. 이건 너무 어려웠어요. 사실 제가 평소에도 한자랑은 별로 친하지 않았잖아요. 그건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답니다. 하지만 어른을 공경하고 언행과 행동에서 충효 사상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를 알고 나서는 더욱 집중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한자가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어려운 한자를 재밌게 익히면서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까지 알게 되었으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겠네요. 혹시 제가 일거양득이라는 표현을 써서 깜짝 놀라신 건 아니죠? 이렇게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는 아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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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예절이라는 내용도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다도는 눈으로 차의 빛깔을 보고 코로는 차의 냄새를 맡아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귀로는 차의 소리를 들으며 입으로는 맛을 음미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마음으로 차의 진수를 새긴다고 하니, 평소에 그냥 마시던 차에도 이렇게나 깊은 의미가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생각보다 어렵고 그냥 마시면 될 것을 뭐 이렇게 까다롭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생님께 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던가요? 어쩐지 오늘따라 차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지네요.
전통 악기를 배우던 시간은 절로 흥이 나고 몸이 들썩거렸어요. 이 역시 처음에는 따분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여러 가지 전통 악기를 다루었는데 전 장구가 가장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장구채를 잡고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흥을 돋우면 옆에 있는 친구가 장단을 맞춰 주었답니다. 이렇게 전통 악기와 우리 문화의 의미를 안 것뿐만 아니라 협동심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전통 놀이와 탈춤은 정말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겨웠어요. 사실 평소에는 친구들과 할 만한 놀이라곤 게임이 전부였잖아요. 이렇게 뛰어다니며 서로 몸을 부딪치기도 하면서 놀아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윷놀이, 투호 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굴렁쇠 등 민속놀이의 매력에 폭 빠지고 말았답니다. 탈춤은 짜인 대본보다는 즉흥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해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출연자들끼리도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배웠어요. 그러다 보니 탈과 탈춤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집에 돌아가자마자 안동의 하회탈에 대해서 공부해볼 생각이에요.
엄마 아빠 덕분에 이곳에서 너무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얼마나 신이 나는지 저녁이 되면 빨리 다음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답니다. 물론 엄마 아빠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앞으로는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효도하는 멋진 아들이 될게요. 어서 빨리 의젓해진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네요.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고 절 못 알아보시거나 하면 안 돼요.
[트래블스테이] 온계종택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갓집, 온계종택! 이곳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리의 전통문화와 선비정신이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형인 온계 이해 선생이 살던 종택으로 온계 12대손이였던 이인화의 의병활동 당시 이곳을 의병소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1896년 소실, 2005년 복원된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옛스러운 멋은 덜하지만 온계종택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방문한 이에게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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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9월 2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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