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첫발을 디딘 서창향토문화마을은 초록 물감을 엎지른 듯 상큼한 들판을 갖고 있었다. 양반가의 가옥 양식을 본뜬 기와집들에서 ‘이리 오너라.’ 하는 한청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반듯한 직선과 둥근 곡선의 어우러짐이 무척 아름답다. 특히 처마 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의 솜씨인 양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선이 장관을 이룬다. 처마가 드리우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전해진다. 적요한 낙숫물에서는 소중한 사람과 마주앉아 차의 향기로움에 취하고 싶어진다. 뒤뜰로 열린 문으로 보이는 장독대도 꽤 멋있다. 일명 ‘그 집 장맛’이 있는 곳으로 단정함이 돋보인다. 뒤꼍에는 살림살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절구부터 시작해 나무공이, 가래, 망태, 삼태기, 지게 등에서 이 마을의 향토성이 짙게 묻어난다.  
 

서챵향토문화마을은 본래 한옥이 자리 잡고 있었던 마을이다. 몇몇 가구만 단란하게 모여 살던 마을이 문화체험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은 1998년경의 일. 자라나는 아이들과 옛 추억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와 농촌 문화를 더욱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전통한옥마을로 조성됐다. 이 때문에 마을에는 마을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 외에도 민속용품자료전시장과 향토문화체험관 등 다양한 체험, 전시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전통문화, 전통놀이, 전통예절, 도예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변에는 서구 8경 중 하나인 만귀정, 습향각, 묵암정사 등 옛 건축물이 남아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올해 농사는 풍년이로세, 만드리 풍년제

'올해 농사는 풍년이로세~' 흥겨운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만드리 풍년제가 열리는 현장이다. 서창향토문화마을을 대표하는 이 풍년제는 매년 7월 백중 무렵 서창들녘에서 진행된다. 오래 전, 한해 농사를 잘 지은 주인들이 머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마을 주민과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 전통은 이어져, 풍년제가 열리는 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하늘에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행사가 끝나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농기와 만드리기를 든 선소리꾼 등 100여 명이 논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만드리 풍년제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소리꾼들의 소리와 함께 일제히 김매기에 돌입한다. 옛날에는 김매기를 마친 머슴들이 황소를 타고 들녘을 순회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며 몇몇 풍습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신명 나는 풍물 소리는 매년 울려퍼진다. 꽹과리를 필두로, 북, 장구 소리가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동시에 마을에서도 엿장단 타령, 풍물놀이, 판소리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매년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난타, 가요, 품바 등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수준 높은 공연도 펼쳐진다. 그 밖에도 전통 탈 만들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행사에서 마을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만드리 풍년제. 만드리 풍년제가 앞으로도 오랜 전통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