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건을 사용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것들의 생김새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된 모든 물건들의 외형은 사실 ‘디자인’의 일부분으로, 수많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향한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 생활용품들의 디자인들은 공동체가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과 근대화를 향한 여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을 소개한다.
한국 근현대사와 디자인 100년의 역사를 한 눈에
서울 마포구 와우공원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여타 박물관과 달리 주택가의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설 박물관인 관계로 별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으며, 주요 명절 및 월요일, 화요일을 제외한 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건물 2층과 3층을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구한말과 식민지 시대 그리고 광복 후 오늘날까지 총 7가지 테마로 나누어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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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의 특징은 막연하게 우리가 디자인에 대해 품고 있는 편견을 처음부터 타파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화려한 콘셉트 아트나 전시장에 전시된 화려한 고급 제품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의 첫 전시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바로 조선 말기에 만들어진 태극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구한말 만들어진 서양식 명함, 그리고 근대적인 조판 양식으로 만들어진 각종 언론지들의 모습은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여기는 글쓰기나 인쇄 양식 역시 그들에게는 디자인적인 ‘혁신’이었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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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근대화의 과정이 일제에 의해 강제적인 것으로 변질되면서, 디자인 역시 왜곡된 근대화의 양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시실에서는 왕족이 쓰는 물품을 만들던 이왕직 미술품제작소가 일제의 강압으로 결국 시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수공업자 신세가 되고, 조선의 궁궐들은 훼손된 채 엽서나 관광지도의 삽화로 묘사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일본어와 조선어 표기가 혼재된 각종 상업광고들 속에서 우리는 조선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지배자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추억과 일상에서 디자인을 발견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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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한국의 디자인은 경제발전과 산업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다.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을 통해 제조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이제 생활 곳곳에 우리가 만든 제품들이 디자인적 요소를 품고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미학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편성된 이 전시공간 속에 위치한 전시물들은 모두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물건들이다. 어릴 적 읽었던 잡지 속 만화 캐릭터와 고물 텔레비전, 구형 삐삐, 그리고 올림픽과 엑스포에 쓰였던 홍보자료와 캐릭터 상품들이 이목을 끈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생활과 디자인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이 디자인으로 짜여진 예술 그 자체이자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자신의 소지품들이 보잘것없어 보일 때,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외부행사나 세미나가 있는 날에는 운영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방문 전 전화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이재호
발행2018년 11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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