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신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

서울역과 철도에 의해 가로막혔던 서울 도심을 하늘로 연결하던 것이 바로 서울역 고가도로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이 고가도로는 퇴계로, 중림동, 만리동, 청파동, 한강대로를 연결하던 큰 축이며 역사적으로는 서울역과 더불어 산업근대화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가도로가 교통 안전과 도시 미관에 대한 끝없는 논의 속에 녹지 및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한 건축·조경·구조 분야의 협업으로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쓰임새가 바뀐 공중공원은 일일 교통량 4만 6천 대의 차량 대신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최대 5천명이 거닐 수 있는 하늘공원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자동차를 쏟아내던 교량은 어느덧 17개의 보행로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흡수하고, 남대문시장, 숭례문, 한양도성, 세종대로, 서울역 광장, 손기정공원, 서소문공원. 악현성당 등 서울의 문화공간과 주변 관광지를 연결하는 동맥이 된 것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빠른 속도의 도로와 사람이 걸어다니는 느린 길은 근본적으로 속성이 다르다. 도로는 이동을 위한 공간이고 길은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공간이다. 이번에 새롭게 단장한 서울로 7017을 통해 과거 도시의 일부였던 인공적인 환경이 다시 사람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으며, 자칫 슬럼화될 수 있는 도시의 자연 치유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오감을 공유하는 녹지, 문화의 공간

1,024m 서울 고가도로의 교각 위에는 645개의 원형화분과 50과 228종 24,085주의 다양한 수목이 식재 되어 있다. 이름도 생소하고 평소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와 야생화가 맛있는 반찬처럼 도심의 식탁 위에 꾸려졌다. 계절별로 꽃이 피는 시기도 달라서 사계절 내내 피는 다양한 꽃으로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QR코드를 찍으면 식물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볼 수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에서 ‘해설이 있는 서울로 산책’ 예약을 하면 매주 월·수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마다 서울로 7017의 탄생 뒷 이야기, 서울로 주변 스토리, 원형 화분에 식재된 꽃과 나무 등에 대한 해설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며 7월부터는 토요일 저녁 7시까지 확대된다.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선보인다.
 

거리음악회 같은 무료공연 등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와 트램펄린이 설치된 놀이기구,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호기심 화분과 같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 외에도 정원교실, 장미마당, 서울로 전시관, 문화재 보호구역, 목련광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분식 등 공중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야경과 설치미술

서울역 광장과 고가 보행로를 연결하는 환경미술가 황지해 작가 ‘슈즈 트리(Shoes Tree)’도 볼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헌 신발 3만 켤레로 이루어진 높이 17m, 길이 100m의 초대형 정원 미술작품으로, 서울역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하길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달리는 도시가 아닌 걷는 도시를 표현한 재능기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이 작품은 폭 25ｍ·깊이 4ｍ의 움푹 파인 원형 광학렌즈 모양을 갖고 있다. 안에서 밖을 올려다보면 새로운 느낌의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작품이다.
 

서울로7017에 밤이 찾아오면,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빛이 나는 계단과 111개 통합폴에 달린 LED 조명 555개, 그리고 원형화분을 두른 띠 조명에서 뿜어 나오는 551개의 파란색 불빛은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서울의 새로운 야경 명소로 태어난다 서울역, 회현역 버스정류장과 연계된 5개의 계단과 6개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접근할 수 있고 주변의 한양도성, 남산으로 이어진 보행로 등과도 연결되니 서울의 밤을 즐기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