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둘러보기

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은 어진실 1관, 어진실 2관, 역사실, 가마실로 이루어진다. 먼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어진이 전시된 어진실 1관은, 경기전의 진전과 유사한 분위기로 지어져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곳에 보관된 태조어진은 현존하는 유일의 진본으로 평상시 집무복인 익선관과 청룡포 차림으로 백옥대와 흑화를 착용한 전신상 어진이다. 키가 크고 몸이 곧바르며 귀가 아주 컸다고 전해지는 태조의 풍채가 그대로 느껴지며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이나 왕의 초상인 어진 주변, 임금이 잠깐이라도 자리하는 장소에 펼쳐지며 왕권을 상징하고 왕실의 번영을 기원했던 그림 병풍 일월오봉도가 어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어진실 2관에는 조선 시대 임금인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의 초상화 6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봉안된 초상화는 거의 현대에 이르러서 모사된 초상화이다. 역사책에서 한 번씩 보았던 것만 같은 익숙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 괜스레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진실 2관을 지나서는 역사실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경기전 건립, 태조어진 봉안, 태조어진의 수난과 보존, 태조어진의 관리, 경기전 제례, 전주의 조선왕조 관련 유적지, 조선왕조실록 등 경기전, 태조어진과 관련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조선을 거느리던 임금의 얼굴이 생생히 그려진 어진실 외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다 가는 곳, 바로 가마실이다. 가마실에는 1771년 조경묘의 위패를 봉안할 당시 사용하였던 가마와 1872년에 태조어진이 모사되어 경기전에 봉안될 당시 사용하였던 가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마의 모양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화려하며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쓰임새가 있음을 알게 되는 이곳에서 가마에 올라타 사극의 한 장면을 흉내 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조선시대에 살았더라면?

어진박물관이 단순히 옛 물건들이 전시된 곳임에도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얼까? 바로 조선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 당시의 문화를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진박물관에서는 조선을 품은 경기전이라는 이름의 ‘경기전 체험마당’이 다양한 행사들로 꾸려져 경기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경기전의 정문에는 엄한 모습으로 듬직하게 문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을 볼 수 있다. ‘경기전의’에 기록된 ‘충의군 2인이 무관의 공복인 푸른 철릭을 입고 외신문을 지켰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체험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굳건하게 서 있는 수문장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한, 태조의 청룡포, 왕비의 홍적삼, 공주의 당의, 왕자의 자적단령, 사규삼 등의 왕실의상과 소품을 직접 입어보는 왕실의상 체험은 조선을 거느리는 왕이 된 듯한 이색적인 추억을 선사한다. 옷을 갖춰 입고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앉아 사진을 찍는다면 태조어진 못지않은 나만의 어진을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왕실 제례체험, 어진화사 체험, 만들기 체험, 포토존, 트릭아트, 디딜방아 체험, 가마체험, 궁중 놀이 체험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체험이 경기전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경기전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체험을 즐기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모르게 될 터. 타임머신을 탄 듯 조선시대로의 생생한 시간여행까지 가능한 이곳에서 찬란했던 조선 문화를 함께 향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