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의 지명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긴 성'(長城)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장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고려시대의 일로, 지역의 산세가 깊어 마치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게 됐다. 그런데 장성군에는 실제로 '긴 성'이 존재한다. 과거 5.8km 길이를 자랑했었다는 산성의 이름은 입암산성이 그 주인공이다. 노령산맥의 서남쪽으로 뻗은 입암산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다.
천연 요새에 쌓은 석축산성 '입암산성'
입암산성은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산성으로, 과거 호남 지방의 요새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626m의 입암산은 과거 호남 지방의 요새 역할을 했던 나름 지역의 명산이지만, 오늘날 내장산과 백암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산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아는 사람만 아는' 지역의 숨은 명소라 할 수 있겠다. 입암산 곳곳에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폭포와 소, 울창한 숲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 피서지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가을철에는 내장산에 못지않은 단풍 풍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암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바로 입암산성과 갓바위다. 산 정상에 자리한 입암산성은 후백제시대 때 나주를 왕건에게 점령당했던 견훤의 요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성 시기에 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삼한시대의 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려사절요'에 보면 입암산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는데, 고려 고종 43년이었던 1256년 몽골과의 격전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려 말에는 송군비 장군이 몽골군을 이곳에서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윤진장군이 왜적과 싸우다 이곳에서 전사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국난극복의 요새로서 활용된 입암산성은 한때 둘레 길이가 2795보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4곳의 포루와 2개소의 성문, 3개소의 암문이 있었으며, 5개의 사찰과 수십 곳의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입암산성은 현재 사적 제38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산성의 밑 부분은 백제 때의 것, 상부는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성 인근에는 임진왜란 때 순절한 윤진장군을 기리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
장성의 역사를 지켜봐 온 '갓바위'
입암산 갓바위의 본래 이름은 '입암(笠巖)'으로 이곳에서 산 이름이 유래했다.
입암산에 가서 '이 바위'를 보고 오지 않는다면, 입암산에 가봤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바위'에서 산의 이름이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산의 정상 부근에 위치한 갓바위는 바위의 모양이 마치 '갓(笠)'을 쓴 모양이라고 하여 입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곳 갓바위까지 오르면 산허리를 남북으로 가르지는 노령산맥의 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북쪽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정읍 지역의 평야도 감상할 수 있다. 서쪽으로는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길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또 내장산과 백암산의 수려한 봉우리들도 한 폭의 동양화처럼 가없이 펼쳐진다. 입암산이 '천연의 요새'라 불리는 까닭이 궁금하다면, 이 갓바위를 찾아가 보시라.
예부터 호남 지역의 요새 역할을 해왔던 입암산. 내장산과 백암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수려한 경관과 뛰어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8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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