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역사(歷史)를 간직한 역사(驛舍)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에 위치한 정선선에 있는 기차역인 나전역은 과거 석탄이 산업의 원동력이고 탄광이 번성했던 시절, 오가는 광부들로 늘 북적이곤 했다. 보통의 역으로 시작하여 많은 사람이 오가던 역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나전광업소 폐광과 함께, 1993년 역무원 없는 간이역으로 격하되었다. 텅 빈 기차역과 철로만 남아 있게 된 것이다.
 
2011년 여객 취급까지 중단되면서 철거 직전까지 가게 된 나전역. 이내 오래된 기차역만의 감성을 지닌 곳이자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관광명소로 복원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또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아 제 역할을 잃은 철로에는 정선 아리랑열차가 개통되어 작고도 큰 활기를 띠게 되었다.
 

과거처럼 사람이 붐비진 않지만, 당시 사용했던 대합실 의자, 난로 등의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온기를 전해온다. 먼지가 쌓인 매표소에선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열차 시간표가 덩그러니 붙어 있으니 참으로 그립고 아련하다. 역사의 디테일한 옛날 감성은 화장실에도 남아 있다. 1960년대의 화장실 그대로를 재현해 놓은, 옛날 나전역 그 자체였다. 다만 이곳에 자리한 모든 것은 보는 것만 가능하고 만지거나 이용할 수는 없으니 그 점을 유의하자.
 

이제는 역사가 아닌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나전역을 위해 정선 아리랑열차는 나전역에 10분가량 머무른다. 열차를 탄 승객들은 이곳에 잠시 내려 역사와 그 주변을 잠시 둘러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적막했던 역사가 활기를 띠고, 어느새 훈훈한 온기로 가득 찬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이곳 나전역에 잠시 내려 1960년대의 향수를 느껴보자.

 

새로운 곳에서 재조명을 받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아온 덕분인지, 나전역이 풍기는 분위기와 정취는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특별함이 담겨 있다, 철거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은 나전역은 자신만의 가치로 1992년 개봉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재조명을 받는다.
 
이후 드라마 <모래시계>와 각종 CF 촬영지로 꾸준히 등장한 나전역은 현재에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각 작품에서 아름다운 배경으로 시선을 끌어온 나전역의 명성은 이제 옛날 못지않으니, 이곳의 특별함이 궁금하다면 어서 떠나보자.
 

석탄 산업으로 한창 번성했던 나전역은 탄광의 폐쇄와 함께 그 찬란했던 시간도 한순간의 영광으로 묻혀 버렸다. 그런데도 폐쇄의 위기를 극복하며 나전역만이 가진 특유의 정취와 분위기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났다. 이런 게 기적이고 운명이 아닐까. 정선 아리랑열차를 타고 내리는 나전역에서의 10분은, 10년도 훌쩍 넘은 나전역의 옛이야기로 금세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