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오래된 그루터기, 심향사는 소란한 도시와 인접해있지만, 그와는 동떨어진 또 다른 세계인 듯하다. 경내에 들어서면 4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팽나무가 고적하고 은은한 정취를 풍기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이곳. 아름다운 자연,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심향사에선 우리 민족이 꽃피워낸 소박한 문화와 수행자들의 일상을 경험하며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도심 속 정갈한 멋을 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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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심향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찰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진 곳이다. 개울이 흐르고 수풀이 우거진 산속을 올라 마주했었던 절과는 달리 나주 시내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주변에 위치한 중학교, 고등학교와 함께 친근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그러나 그 역사가 신라 시대부터 시작되는 아주 유서 깊은 사찰로 거란족의 침입으로 인한 현종의 몽진과 같은 무구한 역사가 담긴 곳이다.
심향사는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미륵원’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이다. 언제부터 심향사로 이름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해 내려오는 기록에 따르면 ‘신왕사’, ‘신황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해온 듯하다. 고려 현종 때에는 거란군이 침입하자 현종이 나라의 평안과 무사를 위해 이곳 나주로 몽진하여 기도를 올렸다고 전해지는데, ‘신황사’라는 이름이 황제 ‘황’ 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임금이 이 절의 대법회에 참여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까지도 이곳을 찾아와 지혜와 복덕을 얻고자 귀이 하는 많은 이들을 보면 심향사에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공덕이 넘쳐흐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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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공덕도 심향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이지만 경내에는 천 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많은 문화재가 있어 심향사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미륵전, 극락전을 비롯하여 고려 시대 때 제작된 석탑과 석불에선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느껴지는 듯하고 특히 이곳에 모셔져 있는 유형문화재 심향사아미타여래좌상은 베에 칠을 한 건칠불상으로 고려말 불상 연구에 있어 귀중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마음을 찾는 향기로운 도량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심향사를 찾아보자. 가까운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어 마음이 허전할 때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심향사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기에 고적한 사찰에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 있다. 템플스테이의 기간은 마련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유형에 따라 1박 2일에서 1주일까지로 다양하지만 이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 느림의 시간 속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심향사에 마련되어 있는 템플스테이 유형은 총 6개로 자신이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서 체험할 수 있다. 사찰의 자연과 문화를 만끽하며 편안한 쉼을 누리는 휴식형, 사찰의 문화유산을 즐기며 연등 만들기, 차 만들기, 염주 만들기, 불교식 요가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해보는 불교문화 체험형, 갯벌탐사, 철새 탐조, 야생화 탐사 등을 하며 자연과 생명체의 공존을 배우는 생태 체험형, 사찰의 지역문화나 세시풍속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형, 참선과 명상을 하며 자신을 살펴보고 타인과의 조화로움을 깨달아 보는 수행형, 마지막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약 2~4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는 템플 라이프형이 있다.
6개의 템플스테이 유형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들은 각각 다르지만 기본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심향사에서 본격적인 템플스테이를 시작하기 전에 사찰예절 및 주의사항과 사찰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이후 자유롭게 사찰을 돌아다니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유시간을 가지고 발우공양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습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저녁 공양을 하고 저녁예불을 드리며 예경의식을 체험한 후에는 6개의 유형에 따라 달리 마련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취침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둘째 날의 시작은 새벽 3시 30분부터로 이른 아침을 시작하고 간단하게 세면을 한 후 새벽예불을 드리고 참선체험 및 불교식 체조로 몸을 깨운다. 이후 아침 공양을 하고 차를 마시며 스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 후 점심공양을 마치고 집으로 회향한다.
친구처럼 편안한 위로와 위안을 선물하는 심향사는 제각기 바쁘게 달려만 가는 세상 속에서 가쁜 숨을 들이쉬며 지쳐버린 이들을 말없이 품어줄 것이다. 나 자신을 내려놓은 법을 깨우침으로써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심향사로 건강한 여행을 떠나보자.
천 년의 세월이 만들어 낸 지혜와 고적한 사찰이 주는 편안함에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는 기분! 트래블피플도 한 번 느껴보시겠어요?
글 트래블투데이 서덕아 취재기자
발행2016년 10월 2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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