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장류의 모든 것, 순창장류박물관

겨울의 끄트머리에 방문한 순창고추장민속마을 건너편에 위치한 장류박물관과 옹기체험관은 얼른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2007년도에 개관한 순창장류박물관은 전국 최초의 장류 테마 박물관으로 장류의 역사, 장 담그는 법, 각종 모형을 통한 순창고추장 소개와 장류 관련 민속유품 등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인 장류에 관한 많은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특별한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다. 포토존에는 임금님 수라상에는 필수로 올랐다던 순창고추장의 기품을 나타내는 화려한 상차림과 임금님의 병풍이라는 일월오봉도, 임금님 체험을 할 수 있는 곤룡포가 비치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통해 추억을 남기고 있다.
 

포토존을 지나서 제1공간에 들어서면 다양한 장류가 가진 역사를 알 수 있다.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추의 유입 경로를 문헌 자료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등 장류의 종류와 세계의 다양한 고추 등을 소개해준다.

또한 고추와 콩의 다양한 효능과 영양성분, 재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설명된 장맛을 결정짓는 재료로는 맑고 차고 순하고 냄새가 없는 생수나 약수와 붉은색으로 잡귀를 물리친다고 하는 대추, 그리고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부패를 방지하며 미네랄을 공급하기 위한 숯 등이 있었다.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설명하고 각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가 자세하게 설명되었다.
 

또한 순창고추장이 유명해진 이유에 대한 일화도 눈길을 끌었다. 눈과 입을 통해 백성들의 살림을 살피고자 했던 임금님의 밥상에는 작은 시골 마을의 반찬 하나가 매번 올라온다. 이것은 순창지역에서 만든 고추장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수라상에 오르게 된 사연이 특별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순창 만일사를 찾던 중 한 민가에서 점심으로 먹은 고추장 맛이 일품이라 훗날 왕위에 오른 후 궁중에 진상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순창 고추장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제1공간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곳이 제2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장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전통 메주 만드는 순서를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으며, 모형으로 만들어진 할머니 인형은 움직이며 구연하듯 설명을 해주어 어린아이들도 집중하여 듣게끔 해놓았다. 제2공간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짚을 이용한 옛날식 메주 띄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독대와 툇마루를 재현하고 맷돌을 이용한 콩을 갈고 절구로 고추를 빻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제2공간은 전통 장이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발효과정 관찰하기 안내와 발효과정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의 원리와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된 그림도 원형전시관을 채우고 있었다. 이 그림 밑에는 그림에 맞는 전통 그릇과 옹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현대에는 보기 힘든 물건들을 통해 전통 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다. 
 

제3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은 대형 고추다. 이곳에는 대형 고추를 모형으로 제작하여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대형 고추 모형으로 들어가서 고추의 속을 탐험하고 고추와 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곳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낮은 높이로 구성되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이 대형 고추 모형에 집중할 때 어른들은 세계로 뻗어가는 순창 장류 산업의 미래 조형도를 볼 수 있게 안내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기획전시실에서는 순창의 장류 역사와 인물 등을 유물과 자료로 전시하고 있으며 이중 꼭 살펴봐야 할 것은 지정문화재인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38호 순창성황대신사적현판이라 할 수 있다.
 
순창성황대신사적현판은 고려 말의 첩문 자료를 기초로 제작된 현판이며 조선 명종 18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현판은 영조 19년인 1743년에 만든 것이다. 이 현판은 각 지방에서 마을 공동으로 성황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기록한 것으로 성황 신앙의 역사상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속자료로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순청성황대신사적현판 외에도 설 씨 부인 권선문첩, 월인석보 15장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 장이 탄생하는 옹기의 모든 것, 옹기체험관

장류 박물관 뒤편으로 위치한 옹기체험관은 2014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점점 사라져 가는 옹기문화를 보존하고 순창만이 가진 특별한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마련된 체험관이다. 옹기체험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가마다. 대형 가마를 보니 옹기체험관에서 만날 다양한 옹기들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또한 무형문화재 청자 기능 보유자로부터 전수를 받으신 옹기체험관 관장님이 2주간 공들여 쌓았다는 옹기탑은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체험관 주위를 둘러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크고 작은 옹기들이 그릇에 관심 많은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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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장 입구부터 가득한 각종 옹기와 도자기는 이곳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체험장으로 들어서면 더욱 많은 세라믹 자기류들이 전시되어 있어 흡사 도자기 작품 전시장에 온 듯 눈이 바쁘다. 잠깐 들른 화장실에도 도자기에 담긴 다양한 화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체험관 관장님이 손수 내린 차를 도자기 찻잔에 담아 권해주시는 손길이 따스하다. 옹기체험관에 방문하여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좋은 장맛을 내기 위해선 유약을 많이 발라 번들번들한 옹기가 아니라 유약이 많이 발리지 않은 옹기가 좋다는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손쉽게 데워먹는 패스트푸드 문화가 우리 생활에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입맛이 바뀔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 때문인 것 같다. 마치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김치와 된장국을 찾는 아버지들 입맛처럼 말이다. 장류박물관과 옹기체험관을 둘러보는 내내 조상들의 맛, 그리고 장맛이 왜 그리도 중요한지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정성 들여 준비한 순창의 장맛이 오늘날 장수의 고장으로 알려지고 있는 순창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