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옆의 추억 박물관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찾는 이들의 목적을 요약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되겠다. 첫째는 인제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민속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 둘째는 바로 옆의 박인환문학관을 한 번에 둘러보기 위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정겨운 박물관에서 각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보고자 하기 위한 것. 
 

이 세 가지 중 어떤 이유가 가장 ‘무게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여행의 목적이란 트래블피플마다 모두 다르게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이 세 가지 이유 중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은 트래블피플의 인제군 여행, 그중에서도 인제산촌민속박물관으로의 여행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은 산골짜기, 인제의 민속 생활상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는 곳. 시골의 풍경과 작은 솟대들, 베틀과 맷돌, 물레방아 모형과 같은 소소한 전시품들 사이에서 트래블피플이 가지고 있던 추억들도 조금씩 되살아날 것이다.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이미지로 가득한 인제군이라는 고장을 여행할 때에 이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빼놓는 일은 꽤 서운한 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찾고자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이곳이 ‘국내 유일의 산촌민속 전문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단순히 전시물들이 곳곳에 배치된 모습을 상상하고, 이에 국한된 관점으로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돌아보는 일은 퍽 ‘안타까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찾았을 때는 이곳에 어떤 산촌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시마당에서는 ‘산촌 사람들의 삶과 믿음의 세계’, ‘산촌 사람들의 애환과 여유’라는 제법 구체적인 타이틀이 붙은 전시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자의 전시 테마에 따르면 산촌의 봄부터 겨울까지에 이르는 풍경들과 산촌 사람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각 계절을 맞이하는지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산촌 풍경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함도 느낄 수 있다. 

‘산촌 사람들의 애환과 여유’에는 산촌 사람들의 식생활이 포함된다. 취자떡(칡떡)과 송구떡, 바심, 메떡, 올챙이국수, 콩탕밥 등. 인제산촌민속박물관에서가 아니면 도무지 만나보기가 힘들 것만 같은 음식들의 이름을 접하는 동안 어느새 웃음이 나오게 될 것이다. 산촌 사람들의 사계에 대한 전시에서는 물론, 식생활에 대한 전시에서도 산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자그마한 인형들이 상상의 과정을 돕고 있다. 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한층 더 수월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특별 전시실에서는 인제군을 구성하고 있는 읍, 면 단위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야외 전시장에서는 복원된 토막집과 김부대왕당, 그리고 갈이틀과 디딜방아간처럼 산촌의 어귀 어딘가에 자리했을 법한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니 이들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산촌의 이야기에 빠져 돌아보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으로의 여행은 산골로의 산책인 듯 산뜻한 걸음을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