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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 만인의 총에 세워져 있는 순의탑(좌)과 홍살문(우).

때는 조선 선조 30년(1597) 8월, 임진왜란 때 호남 지방을 차지하지 못해 패했다고 여긴 왜국의 선봉대가 남원 지역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전라도 지역을 점령한 뒤 북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왜군은 곧바로 남원성을 포위했다. 이에 군·관·민이 힘을 합쳐 맞서 싸웠으나 남원성은 결국 함락되고 말았다. 정유재란이라 불리는 이 전투에서 무려 1만여 명의 관리와 군사, 백성들이 순절했다. 전쟁이 끝난 뒤 피난에서 돌아온 성민들이 그들의 시신을 한 곳에 합장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이후 광해군 4년(1612) 충렬사를 건립해 전라병마사 이복남 등 8충신을 위한 제향을 하였다. 처음 남원역 부근에 있었던 무덤은 이후 민가에 둘러싸이게 되어, 1964년 현재의 자리로 옮기게 됐다. 1977년부터 호국선현 유적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1981년에는 사적 제272호로 지정되었다. 무덤의 이름은 만인의 얼이 담겨 있다고 하여 만인의 총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만인의 총에서는 매년 9월 만인 의사에 대한 제향을 올리고 그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만인 의사의 넋을 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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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인의 총 기념관(좌)과 순절한 만인의 넋을 기리는 충렬사(우)의 모습.

만인의 총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좌측으로 순절한 의사들의 넋을 기리는 순의탑이 보인다. 정면에는 만인의 총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관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는 각종 유물들과 사료들이 전시돼 있다. 또 전쟁에서 사용했던 당총통, 천자총통 등 무기류와 옛 남원성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도 만나볼 수 있다. 충렬사와 만인의 총을 직접 두 눈에 담기 전에, 당대의 시대적 배경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는 곳이다. 기념관에서 나오면 홍살문이 이어진다. 홍살문 다음은 충의문, 충의문 다음으로는 다시 성인문이 이어진다. 충의문과 성인문 사이에는 정화기념비가 자리 잡고 있다. 성인문 안 쪽으로 들어서면 이윽고 충렬사다. 사당에는 위패가 모셔져 있을 뿐, 초상이 그려져 있지는 않다. 충렬사 앞에는 방문객들이 제향을 할 수 있도록 향과 라이터가 마련돼 있다. 사당 앞에서는 누구나 절로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오래전, 이 나라를 위해 싸워주었던 이름 모를 의사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념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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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렬사 뒤편에 자리 잡은 만인의 총 전경. 

사당을 돌아서 뒤편으로 가면, 만인의 총을 만나게 된다. 만인의 유해가 모셔진 것 치고는 다소 소박한 규모에 놀란다. 도심 가운데 자리 잡고 있지만, 방문객들이 많지는 않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자명한 사실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데는 수많은 선조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만인의 무덤 앞에서 누구나 숙연해지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오래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일만 영웅의 넋을 기리는 곳, 만인의 총에서 선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