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최고급 냉장고부터 김치 냉장고, 야채 냉장고 등 다양한 냉장고가 즐비한 시대이지만, 과거 냉장고가 없었던 때에는 어떻게 음식의 온도를 유지했을까. 정답은 ‘옹기’에 있다. 옹기는 고추장,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보관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음식을 서늘하게 보관해주는 역할까지 하던 한민족 고유의 그릇이다. 과거에는 한 집안의 내력이나 가세를 볼 때 뒷마당의 장독대를 보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옹기가 얼마나 중요한 물건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전통 옹기들이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중에도, 여전히 예전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 있다. 충남 홍성에 자리한 갈산토기마을이다.
‘갈산토기’가 발달하게 된 이유
갈산토기마을은 예부터 진흙의 질이 좋고, 바다와 인접해 토기를 만들기에 좋은 환경이었다고 전해진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 자리한 갈산토기마을은 여전히 우리 고유의 방식으로 전통 토기를 빚어내고 있는 마을이다. 도로가 지금처럼 깨끗이 정비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옹기를 운반하기에 육로보다 뱃길이 쉽고 안전하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옹기점은 강가나 해안에 위치했는데, 갈산토기마을이 자리한 동성리 역시 지금의 간척지가 생겨나기 전까지는 바닷가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곳의 진흙은 예부터 질이 좋아서 토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토기는 배편을 이용해 위로는 인천까지, 아래로는 서천까지 보내졌다. 더욱이 이 지역의 백토와 인근에 자리한 대사리의 땔감은 옹기생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단순한 옹기점이 아닌 ‘옹기촌’이 들어서게 된 이유다.
갈산토기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곳
갈산토기마을의 모습. 양옆으로 늘어선 각양각색의 토기들이 눈에 띈다.
마을에 들어서면 농가 벽면 곳곳에 그려진 옹기 벽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마을의 특색을 살려 그려진 벽화에서는 옛 농촌의 정감이 물씬 풍겨진다. 벽화가 그려진 옆 편으로는 옹기가 죽 늘어선 현대식 건물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옹기 장인 방춘웅 선생의 호를 따 만든 ‘금촌관’이 그것. 과거 다섯 개 이상의 옹기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던 갈산토기마을에는 현재 두 곳의 옹기공방만이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금촌관’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5대째 이어온 장인정신으로 다양한 크기의 장독과 김장독, 질시루, 찬기, 화로, 소주걸이, 화분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금촌관에서는 연중 수시로 옹기 체험 학습이 열린다. 체험관을 찾은 어린 손님들은 옷과 자그마한 손, 그리고 뽀얀 얼굴에 흙을 묻힌 채 저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열중이다. 큰 항아리부터 조그만 접시, 술병과 호리병, 물 컵 등 만드는 모양도 크기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전시장 겸 판매장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어른의 몸을 훌쩍 가릴 만큼 커다란 항아리부터, 아주 작은 물 컵이나 접시류, 양념 그릇까지 다양한 크기의 옹기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익살스러운 얼굴 모양 토기, 탈 모양 옹기 등 이색적인 옹기도 많다. 이처럼 전통 옹기를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는 덕에, 최근 갈산토기마을은 꾸준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옹기체험공방은 각종 방송에 소개될 만큼 인기가 높다. 주말이면 옹기체험을 위해 외지에서 찾아오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다.
흙으로 빚은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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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 장인이 토기를 빚는 모습(좌)과 만들어진 토기의 모습(우).전통 옹기가 지닌 최대의 장점을 꼽으라면 오직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평생 옹기토를 뭉쳐온 장인의 손은 거칠고 견고하다. 갈산토기는 그야말로 흙으로 빚은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발 물레 위에 밑판을 넓게 펴고 옹기토를 떡 가래 모양으로 돌려가며 벽을 쌓아 올린다. 여기에 안공구레, 방망이, 수레, 도개 등의 도구를 이용해 30여 분 동안 발 물레를 돌리고 나면, 1m 높이의 커다란 옹기 모양이 나타난다. 이렇게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옹기는 한 차례 잿물을 입는다. 그 위에는 각기 다른 문양이 그려진다. 일련의 작업이 끝나면 다음은 전통가마에서 구워질 차례다. 기계식 가마를 이용하면 일손도 덜 들고 그릇이 깨질 일도 없지만, 천연의 나무로 구워야만 보다 깊고 진한 토기가 나온다. 하지만 나무를 때워 전통 방식으로 작업하는 일은 예전만큼 능률이 좋지 않아, 연중 몇 차례만 이용한다고 한다. 아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갈산토기마을의 장인은 우리 전통 토기를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부디 장인의 정성이 담긴 갈산토기의 명맥이 앞으로 오래도록 이어져 나가길 바란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3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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