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넑은 평야가 펼쳐진 강골마을 모습
서툰 솜씨로 장작을 패고는 연신 마른기침을 콜록거린다. 아궁이에서 나오는 희뿌연 연기 때문이다. 마른장작인지 물기를 한껏 머금은 장작인지 구분도 못하고 일단 불쏘시개로 애꿎은 아궁이속만 헤치며 군불을 땐다. 그리고는 어디서 났는지 엿 하나를 들고 우물우물이다. 코에서 나는 것인지 입에서 나는 것인지 모를 단내가 부엌을 가득 감싸고도는 강골마을의 풍경이다. 가마솥에서 푹 고아 길쭉이 늘여내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달달한 맛이 일품인 엿이 만들어진다. 그 달달한 맛은 달달한 시간을 지나서야만 하는데 강골마을은 엿의 명소로 마을에서 깊고 달큰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강골마을은 광주 이 씨의 집성촌이다. 400여년에 걸친 시간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솟을대문까지 갖춘 제법 규모 있는 종택을 비롯해 큰 한옥들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아흔아홉 칸을 헤아리는 경북 안동 일대 종택과는 차이가 있다. 강골마을을 돌아보는 일은 어릴적하던 보물찾기와 같다. 이 보물들은 조선 후기의 고택부터 식민지 시대를 건너 6·25전쟁과 새마을운동 무렵의 시간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마을에는 고색창연한 고택과 빼어난 누각도 있지만, 시멘트 기와를 얹은 해방 전후에 지어진 집들도 있고, 1970년대쯤 슬레이트로 지붕을 새로 얹은 집들도 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시대에 다르게 지어진 집이지만 이곳은 이마저 하나의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조선시대,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 경제가 발달하던 1970년대까지 마을 안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마을 중앙에는 광주 이 씨 종택인 감찰댁이 있다. 1835년에 지어진 고택으로 최근 문화재청이 대대적으로 보수로 사랑채나 중간채의 모습이 변하긴 했지만 안채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중간채부터 마당 그리고 안채로 이르는 공간을 순서대로 높여가면서 지어 안채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중간채 기와 지붕 위로 오봉산의 절경이 펼쳐진다, 또 하나의 보물은 종택 담과 우물로 연결되는 작은 구멍이다. 종택의 어른들은 이 구멍을 통해 물을 길으러 온 아낙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큰 샘’으로 불리던 이곳이 ‘소리샘’이라고 불린 이유가 이 때문이다.
초가로 삼간인 이식래 가옥은 어렴풋이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시골의 옛집을 떠오르게 한다. 돌담 너머 집을 에워싸고 있는 대나무 숲과 때 묻은 흙담벽, 아궁이, 가마솥, 장독대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한층 더 배가 시킨다. 안주인의 택호로 불리는 집들도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상량문에 1937년에 지어졌다는 내력이 선명하게 씌어 있는 소촌댁은 6·25당시 B26폭격기가 철로를 폭격당시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강골마을에서도 대숲길 속에 숨긴 듯 들어서 있는 아치실댁은 보물창고다. 방 벽에는 1967년 4월의 크라운맥주 달력이 40년 넘게 붙어 있고 스탠다드석유회사의 나무로 짠 상자와 집주인의 일제강점기 앨범들이 보관돼 있다. 해방 전후의 교과서, 시사잡지, 낡은 책자들이 가득하다. 아치실댁은 1930년대에 지어진 고택으로 처마 밑 풍경이 고택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뒤꼍에 서있는 굴뚝은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때 난방한다. 창고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옛날 두레박과 가마솥 등의 손때 묻은 옛 생활용품들은 애틋함을 더한다. 2실의 객실을 운영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 불편할 수 있지만 전통 한옥 체험을 하기 좋다. 김구선생 은거지를 비롯 안담산 장군 유적지, 충절사, 해평리 석장승 등의 문화재와 유적지들이 있어 함께 방문하면 좋다.
강골마을에서 ‘최고의 장소’는 바로 마을 뒤편의 S자로 휘어진 길을 돌아 만나는 열화정이다. 조선 현종때 지어진 정자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빼앗고 남는다. 열화정은 뒤로는 대숲과 동백숲을 배경으로 앞으로는 ㄱ자형 연못을 두고 있다. 고색창연한 누정 뒤편의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있다.
강골마을은 ‘제5호 기록 사랑 마을’로 지정됐다. 호남에서 기록 사랑 마을로 지정된 것은 강골마을이 처음이다. 이 마을은 고샅길과 100년이 넘은 한옥, 우물, 대나무 숲, 굴뚝, 툇마루 등이 남아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전통의 멋을 간직한 곳이다. 한옥마을에 밤이 더 빨리 찾아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낮보다 밤에 한옥의 온기를 더 깊게 느낄 수 있고 밤하늘에 뜬 별을 세며 못 다한 이야기를 하염없이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엿기름 냄새보다 더 달큰한 냄새가 온 방을 가득 메운다.
*주변 관광지
보성차밭
한국차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으로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해 습도와 온도가 차 재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한다업관광농원이 이곳에 차 재배를 시작한 것은 57년부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 재배지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차의 질도 국내 제일을 자랑한다.
태백산맥문학관
소설 「태백산맥」을 통해 어둠에 묻혀버린 우리의 현대사를 보며 동굴과 굿판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고 절제된 한 발 물러선 모습으로 문학관을 시각화했다. 문학관은 깊이 10m 아래에 자리하고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종상 화백의 벽화는 높이 8m, 폭 81m다. 해방 후 부터 6ㆍ25를 거친 민족 분단까지 '민족사의 매몰시대'를 벽 없이 공중에 떠 있는 2층 전시실에 반영했다.
보성 공룡알 화석지
보성 공룡알 화석지는 지난 2000년 4월 24일 천연기념물 제418호 및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공룡알 화석지는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알둥지가 발견된 곳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광주 이 씨의 집성촌인 강골마을에서 어렴풋한 기억 저편 시골 옛집의 추억을 떠올려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2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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