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의 이치가 깃든 고택, 김종길 가옥(주천고택 조견당),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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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의 이치가 깃든 고택, 김종길 가옥(주천고택 조견당)


잿빛 기와지붕이 물결처럼 이어지고 그 위에 샛바람이 물결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조상들은 집 하나를 지을 때 자연과 어울린 건축을 중요시하였으며 건물 당 이름을 짓는데도 머무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헤아리는 세심함을 보였다. 나무의 결따라 집안의 이야기가 스며들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이는 것 없이 견고하다. 이렇듯 대대손손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어 올리지만 때때로는 보수를 통해 더 오래도록 명맥을 잇기도 한다.

                    
                
  •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김종길 가옥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김종길 가옥
     

  •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김종길 가옥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김종길 가옥

강원도 골짜기 영월군 주천면 자리한 김종길 가옥은 조선 순조 27년, 1827년에 지은 고택이다. 한강 상류인 주천강변에 지은 가옥 주변에는 화사한 연꽃이 있는 연못과 보호수로 지정된 5백 년 수령의 밤나무, 크고 작은 소나무와 꽃나무들이 자리하여 고풍스러운 고택에 운치를 더한다. 전형적인 영서지방 민가 형식을 따른 이 고택은 다른 가옥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여 지난 시대의 풍파를 몸소 겪어냈다. 집을 지을 당시엔 120칸에 이르는 대저택이었지만, 6.25 전쟁을 거치면서 소실되거나 훼손되어 지금은 안채만이 당시의 건축물이다.    

2007년에 이르러서야 안사랑채와 바깥사랑채가 결합된 ‘ㄴ’ 자 형태의 사랑채가 복원되었다. 2009년에는 다시 사랑채 앞에 별채가 들어서서 옛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행랑채 역시 새로 지은 것인데 대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헛간, 오른쪽에는 넓은 방과 부엌이 자리하였다. 고택은 현대식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갖추어 사람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려 애쓰는 중이다. 안채에는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건넌방과 부엌을 두고 왼쪽에는 웃방·안방·부엌·사랑방을 두었다. 사랑방은 부엌의 광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웃방과 안방 밖으로 툇마루를 설치하였고 건넌방 앞에서 시작된 ‘ㄱ’자형 툇마루는 안방 앞까지 연결되어 있다.
 

  • ㄱ자형의 툇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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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반가의 기품이 느껴지는 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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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자형의 툇마루의 나무결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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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마 밑 풍경이 내는 소리에도 양반가의 기품이 느껴진다. 

안채의 기단은 자연석으로 1단을 쌓고 주춧돌은 비교적 큰 자연석을 다듬어 썼으며, 그 위에 네모난 기둥을 세웠다. 지붕은 홑처마에 한식기와를 얹은 팔작지붕 형태이다. 안방과 웃방 후면에 2칸의 툇마루를 마련해 두었는데, 근처에 장독대를 두고 이 집안 여인네들이 집안일과 휴식을 하는 곳으로 쓰도록 하였을 것이다. 안채 대청마루 왼쪽에는 ‘조견당’이라는 당호가 걸려 있다. 이는 ‘세상의 진리가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밝게 비추어 보아야 한다’는 뜻으로 불교의 ‘반야심경’에서 따온 것이다. 고택의 주인인 김주태 씨에 의하면 법흥사를 오가다 이 집에 머무른 한 스님이 주인의 부탁을 받고 당호를 지어 주었다 한다. 새로 복원된 사랑채인 효성재는 ‘샛별 같은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장소’이길 바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사랑채는 크게 작은방 8개와 너른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고 별채에는 현대식 식당과 다실이 자리하였다. 

조견당 안채 동쪽 지붕 합각에는 해가 조형돼 있고, 서쪽과 북쪽에는 달과 별이 각각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동쪽 벽에는 오행의 원리를 담은 화방벽(火防壁)이 조성돼 있다. 이는 모두 음양오행의 철학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화방벽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불에 타지 아니하는 재료로 쌓아 올린 벽으로, 이러한 기능성에 당대 철학의 묘를 가미하였으니, 화방벽 자체가 선조의 지혜와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고택에는 음양오행의 철학 외에도 건축 당시부터 어려운 이웃을 돌보아 온 아름다운 전통이 깃들어 있다. 건축할 당시 어려움에 처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먹을 것을 나눠 먹으며 집을 지어올린 것이다. 

이 고택에 머무른 조상 중에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람은 없다. 이 집안에서 특별히 생각하는 분은 ‘장릉참봉’을 지낸 이집 주인장의 증조부다. 종9품 미관말직이지만 이 지역에선 유력자가 하는 벼슬이었다고 한다. 주인의 명성보단 그들이 베푼 선행과 고택에 담긴 음양오행의 철학이 고택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세상의 어두운 이치를 밝은 빛으로 볼 줄 아는 이가 되기를 바라는 집의 당호처럼 고택에 머물며 옛 사람들이 추구한 세상의 이치와 선한 마음을 되짚어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울 듯하다. 

 

*주변 관광지
 
청령포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머무르던 곳으로, 송림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서쪽은 육육봉이 솟아 있다. 삼면이 깊은 강물에 둘러싸야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어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청령포 내에는 금표비, 단묘유지비, 망향탑, 노산대, 관음송 등 단종의 흔적을 알리는 유적들이 있다. 
  
어라연(魚羅淵) 계곡 
동강 상류에 속하는 영월 어라연은 동강의 비경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빼어나 2004년 명승 제14호로 지정되었다. 강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난다 하여 ‘어라연’이라 이름 붙었으며, 예로부터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삼선암’ 또는 ‘정자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골짜기가 깊으면서도 양쪽 기슭의 천 길 낭떠러지 사이로 뿌리 내린 늙은 소나무들이 빽빽이 자리하여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한반도 지형 
영월에는 한반도 전체를 옮겨놓은 듯 우리나라의 지형을 쏙 빼닮은 곳이 있다. 바로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한반도의 지형과 몹시 흡사하다. 수천만 년 전, 땅 표면이 높아져 생긴 감입곡류하천과 하안단구도 볼 수 있다.
 

나긋나긋 걷노라면 저절로 사색이 되는 고풍스러운 기와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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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긋나긋 걷노라면 저절로 사색이 되는 고풍스러운 기와 담장
  • 파란 하늘과 어루어진 고택의 건물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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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빼어난 강원도 영월에 자리한 김종길 가옥에서 머물며 옛 사람들이 추구한 세상의 이치와 선한 마음을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2월 2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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