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게 일제에 항거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조헌 선생은 의병을 일으켜 영규대사와 함께 청주성을 수복한다. 이후 권율 장군의 관군과 합세해 금산의 왜군을 공격하기로 기약한다. 그러나 왜적의 기세로 보아 아군이 열세임을 깨달은 권율 장군은 작전을 바꾸어 공격 기일을 늦추자는 편지를 조헌 선생에게 띄운다. 하지만 이를 받아보지 못한 조헌 선생과 700명의 의병은 그대로 출정하게 된다.
 
왜적은 조헌 선생이 거느린 군의 수효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이때 왜적은 조총과 같은 신형 무기로 무장하고 공격을 감행한다. 이제 맞선 조헌 선생의 아군은 활과 칼, 그리고 창과 농기구 등이 전부였다. 조직적인 훈련이 부족했던 의병부대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왜적의 공격을 세 번에 걸쳐 격퇴한다. 왜적은 마지막 총공격을 감행해 조선 의병들의 막사에까지 침입하게 된다. 이때 조헌의 측근 한 사람이 잠시 피하여 전열을 가다듬을 것을 종용했으나, '오늘의 사태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든가 뒤로 물러서든 간에 다만 의(義)라는 글자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끈질기게 항거했다.
 
조헌 선생의 막하를 비롯한 칠백의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도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후퇴함이 없이 적을 무수히 무찌르고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난 후 왜적들은 그들의 시체를 3일 동안 운반, 불태워 버리고 영남지방으로 퇴각한다. 칠백의인의 장렬한 최후의 소식이 호남, 호서지방에 전해졌다. 칠백의인의 유족들은 자기 부형이나 자식을 잃은 것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조헌 선생의 순절을 슬퍼했다. 
 

조헌 선생의 제자 박정량과 전승업 등이 그들의 시신을 거두었다. 조헌 선생은 장수의 깃발 아래서 운명하였고, 그의 수하들은 조헌을 에워싸고 있었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제자들은 하나의 봉분을 만들고 그 이름을 칠백의총이라 지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헌 선생과 칠백의인을 기리기 위해 순의단을 설치하고 제사를 올렸다. 또한 지방 유림들은 종용사를 건립하여 대의에 따라 의연하게 순국한 사람들을 모시기도 했다.
 
 

숭고하고 찬란한 호국정신을 기리며

하지만 종용사와 순의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경찰서장에 의해 폭파되었다. 민족문화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적과 싸웠던 영웅들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금산 군민들은 파괴된 비석의 파편을 숨기고 보존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 성금을 모아 칠백의총을 보수하고 종용사를 다시 지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 속에서 다시 만들어진 칠백의총은 2963년에 사적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종용사 경내에 대한 정화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칠백의총과 종용사가 되었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9월 23일에 칠백의사 순의제향을 실시하여 칠백의인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