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심가에 있는 숭고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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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앙공원 전경,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충혼탑에 다다른다.

부산역에서 서쪽으로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곳에 큰 공원 두 개가 마주 앉아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얼핏 리본 모양처럼 보이는 이것은 부산 중심지에 자리한 중앙공원과 민주공원. 중앙공원은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판자촌을 이뤘던 대청산을 휴식처로 가꾸려고 조성한 곳으로 처음에는 그 명칭이 대청공원이었다가 중앙공원으로 바뀌었다. 이는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데, 가장 꼭대기에 충혼탑이 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나라에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위패를 모신 의미 깊은 장소다. 충혼탑은 그 형태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해 복잡한 세상을 잠시 잊고 생각할 여유를 만들어준다. 자칫 무거울 법도 하지만, 충혼탑 아래로는 광장, 소공원, 도서관 등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조성했다. 봄에는 공원 일대에 벚꽃단지가 아름다워 나들이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다.

 

민주화 정신, 그 이름도 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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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공원 내 민주공원의 전경. 멀리 공원의 뜻을 상징하는 '뜻기림횃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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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공원에서 즐거운 아이들. 민주열사들의 희생도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더 뜻깊어질 것이다.

지도상으로는 마주하고 있는듯하지만 사실 민주공원은 중앙공원에 속한 것으로 충혼탑이 있는 오르막 맞은편이 민주공원이다. 4.19 민주혁명, 부마 민주 항쟁, 6월 항쟁으로 이어진 민주화 정신과 그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99년 개관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나 그중 가장 눈여겨볼 곳은 ‘4.19 광장’.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부당한 권력에 맞선 4.19 혁명 희생자들의 위령탑과 영령 봉안소가 있는 곳이다. 본래 위령탑은 용두산공원에 세워졌던 것인데, 2007년 영령 봉안소를 지으면서 이리로 옮겨왔다.

민주공원 역시 중앙공원처럼 오르막으로 돼 있어 4.19 광장을 지나 올라가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는 가리사리 마당(인식의 장)과 함께 민주항쟁기념관이 나온다. 중소극장을 갖춰 다양한 공연과 행사에 쓰이고 때때로 다양한 전시도 열린다. 조금 더 올라가 공원 꼭대기에 닿으면 부산의 시가지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가 있다. 생각을 거듭하며 걸어 올라온 길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란 배려다.

그리고 민주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부터 보이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는데, 바로 민주공원의 상징과 같은 ‘뜻기림횃불’이다. 위치상으로 민주항쟁기념관 건물 위 중앙에 있다. 타오르는 횃불 모형으로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과 고통, 인내를 상징한다. 밤에는 조명을 밝혀 더욱 멀리서도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뜻기림횃불의 모습은 민주공원의 뜻처럼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중앙공원과 민주공원은 부산 중심가에서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공원이다. 게다가 400여 종의 들꽃과 다양한 식물을 가꾸어 경관도 아름답다. 민주주의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깊은 의미와 더불어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니만큼, 온 가족이 함께 찾아 봄을 맞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