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활쏘기는 예의범절, 음악, 붓글씨 등과 함께 육예(六藝)에 속하는 기예로 양반에게는 의무, 서민에게도 흔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비록 신분계층은 사라지고 없지만, 활쏘기는 요즘의 외국어 능력에 비교할 만큼 중요했던 것. 어린 아이들은 사극에 나오는 활쏘기 혹은 올림픽 경기인 양궁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하는데, 한국의 전통 궁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파주 영집 궁시 박물관으로 가보자.

한국 최초의 활, 화살 전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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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영집궁시박물관에서는 한국과 세계 각국의 궁시를 모두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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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껏 집중한 아이들. 파주 영집궁시박물관에서 활 만들기 체험이 한창이다.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 인근에 있는 영집 궁시박물관은 우리 전통 활과 화살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국 최초의 박물관이다. 설립자는 중요무형문화제 47호 궁시장(弓矢匠) 기능보유자인 유영기 씨. 영집은 그의 호. 궁시장은 활과 활촉을 만드는 기술과 그 일에 종사하는 장인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그는 한국의 몇 안 되는 궁시장이다. 옛날에는 궁시장을 합쳐서 말하지 않고 활을 만드는 궁인(弓人), 화살을 만드는 시인(矢人)으로 각각 분류했다. 장인의 고유기술에 대한 예우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5대 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유영기 씨는 그중 시장으로 선대가 중요시했던 활쏘기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 박물관을 세웠다고 한다. 어떤 박물관이든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전시실. 전시실은 모두 소재별로 나뉘는데 활, 쇠뇌, 화살 전시관 등 6군데다. 각 전시실은 한국의 것과 세계의 것으로 분리해두어 국궁에 쓰였던 형태와 세계 곳곳의 것을 비교하는 점에서 탁월하다. 여섯 분류로 나뉘는 전시품은 모두 300여 개에 달한다. 주요 전시품 중 한국의 것으로는 한 번에 여러 발을 쏠 수 있는 다연발 화살 신기전과 소리가 나는 화살 효시(嚆矢), 각종 다양한 화살 등이 있고 영국, 인도, 중국 등 세계 독특한 궁시의 모형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외에 활쏘기에 필요한 준비물과 화살 제작 도구, 화약무기들도 전시한다.

직접 만들고 쏴보는 궁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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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뒷 마당에 있는 활터에서 직접 만든 궁시를 쏘아보는 아이들.

지금까지 말한 궁시는 장인의 정신이 깃든 예술품인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설레는 물건.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그것을 직접 만들어 보고 쏴볼 수도 있다니 열광할 만도 하다. 영집 궁시박물관에서는 어른아이 모두 궁시체험을 할 수 있다. 활 만들기 체험을 신청하면 궁시장 조교의 설명과 함께 전시실을 둘러본 후 대나무 소재의 활(방태기활)과 화살을 만들게 되는데, 이는 완성 후 박물관 마당에 있는 활터에서 직접 쏘는 체험까지 포함한다. 전체 시간은 넉넉히 3시간 정도 소요되며, 만들고 쏘아본 활은 당연히 집에 가져갈 수 있다. 활쏘기는 바른 자세와 차분한 호흡, 고도의 집중에 필요한 기예인 만큼,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남길 수 있겠다. 수시로 체험을 진행하며, 예약을 하면 더 수월하게 참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