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바닷길이 더욱 안타까운 곳, 실미도로
인천광역시 중구는 인천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인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도, 우리나라의 제 2 무역항인 인천항이 있는 곳도 바로 인천광역시 중구이다. 축제가 많고 볼거리가 많으니, 찾는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모두 그 이름은 알고 있으면서도 중구 여행에서 빼 놓고 마는 장소가 있다. 영종도의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 실미도다.
조용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 여행지는 숨겨진 특별함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꼭 어울리는 곳이겠다. 실미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2003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나라 영화 중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실미도>, 격동의 역사 속에 억지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실미도>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응당 한 번쯤은 봐야 할 영화로 만들었다.
1971년 8월 23일에 훈련병들은 제 몸을 불살라 죽었다 하지만 인천광역시 중구의 한 구석에, 실미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혹은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처럼 말이다. 영화의 큰 흥행에 이어 또 하나의 흥행작, <천국의 계단> 또한 실미도 인근의 무의도 일대를 촬영지로 삼으며 이곳은 펜션들과 음식점, 조립식 주택들이 줄지어 선 ‘영화 촬영지’로 변했다. 2015년, 지금의 실미도는 옛 이야기를 모두 잊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2015년, 실미 해수욕장의 풍경은 영화 속의 처절함이 어색할 정도로 평화롭다.
<트래블투데이>는 실미도로의 여행을 권한다.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한지도 십 년이 훌쩍 넘었으니, 이번 여행은 들뜨는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걷기에 좋겠다. 걷다 지치면 잠시 명상에 잠기거나 얼굴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묵념을 건네는 그런 여행. 나른한 봄날의 가벼운 여행으로 퍽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 바닷길이 열리네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의 거리는 육안으로 보아도 결코 멀다고 할 수 없는 거리이다.
실미도를 찾아가려면 우선 실미 해수욕장의 해변을 따라 걸어야 한다. 실미도는 무의도와 하나가 되었다가, 또 두 개가 되곤 하는 섬. 무의도는 크고 작은 섬들을 몇 개인가 거느리고 있는 비교적 큰 섬인데, 이 무의도가 거느린 섬들 중 하나가 바로 실미도인 것. 그러나 실미도와 무의도를 ‘하나가 되었다가, 또 두 개가 되곤 하는 섬’이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실미도와 무의도 사이의 바닷길이 열리기 때문.
그러니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의 거리가 결코 멀다고는 할 수 없다 해도 썰물 때가 찾아올 때까지는 해변의 명상을 즐겨야만 하겠다. 실미 해수욕장은 한적하고도 맑은 풍경을 가지고 있으니 이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닷길이 열렸을 때, 실미도와 무의도 사이의 거리는 걸어서 고작 오 분 거리다. 육안으로 보아도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직접 걸어보았을 때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 경이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바닷길이라는 것이 신비롭기는 마찬가지다.
돌다리를 건너, 실미도와 무의도 사이를 걷는 사이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몰려올 것이다.
진도의 거대한 바닷길에 비하면 앙증맞기만 한 이 바닷길을 바라보는 사이 영화 <실미도> 속에서 보았던 젊은이들의 눈빛이 다시 떠오르고 말 것이다. 그들도 이 길을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얼마나 건너고 싶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니 무의도에 실미도로 가는 ‘발걸음’은 조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곳,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곳. 실미도로 떠나는 여행은 소소하기에 더욱 특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