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송악, 감악, 운악, 화악과 더불어 경기 5악에 속해온 관악산은 그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산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서울 동남부와 경기 과천, 안양에 두루 걸쳐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유명세 무색하지 않게 주말이면 개미처럼 줄지어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자주 등장하니 가 보지 않은 사람도 관악산은 이미 몇 번은 오르내려 본 듯 친숙한 것이다. 실제로 관악산은 2014년 한국인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산>(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전국 10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순히 가기 쉽다는 이유만으로는 이렇게 사랑받기는 힘든 법, 산 정상에 자리 잡은 범상치 않은 절경이 그 요인 중 하나다.
관악산, 불의 기운이 모여 있는 곳
기암괴석이 곳곳에 뻗어있는 관악산의 모습.
관악산은 관(冠)을 쓴 형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 기암절벽이 곳곳에 솟은 불꽃 모양을 하고 있어서 화산(火山)이라고도 불렸다. 형형이 불타오르는 관악산의 화기는 이미 조선 시대 때부터 유명했는데, 태조와 정도전의 일화로부터 엿볼 수 있다. 경복궁 터를 옮기려는 태조는 관악산의 화기가 우환을 부를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혔던 것. 하지만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한 정도전의 뜻을 받아들여 지금의 자리에 경복궁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관악산은 예로부터 그 기운이 뜨겁기로 소문났던 곳. 바위가 많고 가팔라 등산코스가 만만치 않지만, 산자락 곳곳에 하마바위, 악어바위, 남근석, 마귀할멈바위, 마당바위 등 살아있는 듯 생생한 기암괴석들이 관악산의 풍모를 더하고 오르는 재미도 준다.
정상에 타오르는 불길 잡아라
관악산의 뜨거운 기운을 알고 나면, 이제 최고봉인 연주봉에 다다라 감탄할 차례. 연주봉 절벽이 다름 아닌 거대한 불꽃바위로 싸여있기 때문이다. 연주대(戀主臺)는 그 위에 평평한 석축으로 만들어진 터를 가리키는데, 그 위에 지어진 불당 응진전(應眞殿)은 넘치는 화기 덕분에 늘 참배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사실 화산(火山)이라 불리는 관악산에는 불꽃처럼 생긴 바위가 또 있다. 이는 해발 629m 지점, 연주대와는 몇 발자국 떨어진 정상석 곁에 있는 불꽃 형태 바위로, 앞서 말한 절벽 불꽃바위보다는 아담하지만, 정상에 오른 이들의 사진 속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유명인사다. 옆에서 불타는 거대한 불꽃바위로부터 한줄기 불길이 떨어져 나와 정상에서 타오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연주대 불꽃 바위,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그 위용이 실감 난다
여러 절경이 어우러진 연주대는 경기도 기념물 20호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사찰 연주암(戀主庵)에 속한다. 신라 시대 고승 의상대사가 처음 절벽 위에 암자를 세울 때에는 의상대라고 하였다. 연주대에 오르면 서울의 시가지를 볼 수 있는데, 날씨가 맑은 날은 멀리 경복궁까지 시야가 걷힌다. 이는 조선 태종의 왕자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왕위계승에서 밀려난 후 방랑 중에 올라 궁을 바라보며 왕위에 대한 미련을 달랬기 때문에 새로 연주대라 칭하기 시작했다는 설과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이처럼 안타까운 이야기도 얽혀있지만, 연주대는 불의 기운이 가득한 관악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곳. 장렬하게 타오르는 불꽃바위와 연주대를 보고 있노라면 그 치뻗는 정기가 온몸에 스미는 듯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의 기운을 향해 오르는 길
연주대가 속한 사찰 연주암, 멀리 연주대가 보이고 관악산의 불꽃 같은 능선도 느껴진다
서울, 수도권 세 개의 시계에 넓게 걸쳐있는 만큼 관악산은 등산 코스도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에 따라 다양하다. 꼭 정상을 향하지 않더라도 골짜기별로 색다른 경치가 있으므로 다른 방향으로 여러 줄기의 능선을 따라 코스를 잡으면 관악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오르는 연주대는 주로 사당, 과천 향교 방면에서 시작해 서울대학교 공학관으로 내려오거나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코스가 발길이 잦다.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대략 다섯 시간 정도면 하산까지 끝난다고 한다. 물론 연주대에서 불의 정기를 충분히 받고 내려오려면 일정을 조금 여유롭게 할 것을 권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관악산의 매력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역사와 생태를 배우는 자연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탐방로는 과천 시청사와 중앙공무원 교육원을 거쳐 안양시와 성남시까지 이어지는 6km 구간이다. 둘레길은 총 6구간으로 나뉜다. 제1구간인 남태령부터 시작해서 용마골 입구, 과천향교, 세심교에서 안양시 경계로 6구간이 끝난다.
세심교의 계단 입구에는 한자로 이름이 적혀져 있다. 작고 얕은 계곡이 듬성듬성한 바위들을 끼고 흘러가고 있다. 그 위로 단조로운 갈색 빛의 나무로 된 세심교가 놓여 있다. 세심교를 지나 과천 청사 뒤쪽 길로 곧바로 올라가면 큰 나무가 많지 않은 길이 나타난다. 길이 밝아 걷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양옆으로 무수히 나 있는 나무와 풀들을 지나면 과천 시가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 나온다. 푸른 산을 배경으로 도시 건물들이 들어 서 있다.
초록빛 야생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는 아무래도 관악산 둘레길 자연학습장이다. 이곳은 발 디딜 틈 없이 풀과 꽃이 자라있어 초록 바탕에 나 있는 꽃은 연보라색 점을 찍어 놓은 듯하다. 빽빽하게 나 있는 나무들로 울창한 숲 속 한가운데 내가 서 있고, 세상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 이런 것이 산의 기운을 받고 숲과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웅장한 관악산 연주대의 절경, 그 뜨거운 기운을 받으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금세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것 같군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10월 2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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