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을 마주한 휴식, 괴정고택,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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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을 마주한 휴식, 괴정고택


참판 댁이나 대대로 존경받는 사대부가의 고택들은, 주변의 풍경보다 집채의 규모와 구조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으레 집의 기단은 어떻고 주춧돌은 어떻게 세웠으며 기둥은 어떤 형태인가를 먼저 살펴보기 일쑤이다. 하지만 초야에 묻혀 한 폭의 수채화를 닮은 소박한 기와집, 그리고 아궁이에서 밥 짓는 냄새가 흐리게 퍼져나가는 희뿌연 고택은 소달구지 소리만큼이나 정겹다. 

                    
                

대문이 아름다운 괴정고택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한국의 미를 간직한 옛집이다.

 

괴정고택은 조선 효종 때 처음 지어진 집으로, 역사만 해도 400년이 넘는 고택이다.

진안군 용담댐에서 주천마을로 내려오면 우리네 고향처럼 정겨운 마을 하나가 들어온다. 높고 낮은 산 아래 자리한 주천마을은 역시나 경치 좋기로 소문난 동네라 공기부터가 깨끗하다. 구부정한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하신 채 버선발로 손주를 맞이하는 할머니가 멀리서 보일 정도로 아담한 괴정고택은 수수한 멋을 지니고 있다. 조선 효종 때 처음 지어진 집으로 그 역사만 400여 년에 이르는 고택이다. 주천서원의 문중인 광산 김씨 종갓집으로, 현재는 종가의 친인척이 직접 살림집으로 사용하며 유서 깊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문밖에서 머뭇거리며 서성일 때면 푸근한 인상의 종손이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이 손님들을 반긴다. 4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종갓집이지만 수수한 모습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괴정고택에서의 하루는 제법 특별하다. 이 집의 보물이라면 보물인 밥상은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알짜배기다. 대대로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음식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 한 상을 내오면, 객들은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곶감을 넣은 찰밥과 김치, 콩잎 장아찌 등의 소박한 반찬임에도 불구하고 한 그릇 뚝딱이다.
 

괴정고택의 진정한 멋은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에 있다.

괴정고택의 특별한 보물은 집 안에 있다. 전통양식의 곡식 창고와 김치 저장고가 그것인데 독특한 방식으로 남아 있어 괴정고택만의 오래된 멋을 느낄 수 있다. 사람 두 명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협소한 공간의 김치 저장고는 자칫 낡은 창고나 헛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김치 저장고다. 고택안쪽으로 들어서면 8개 남짓한 장독들이 바닥에 쏙 하고 박혀있는데 그 모습이 참 정겹다. 사방이 나무판으로 막혀있지만 김치 저장고 안은 서늘하다. 김치가 잘 익을 수 있는 적정한 온도와 환풍기능이 잘 되어있어, 오래된 묵은지 하나를 꺼내 먹은 시원한 기분이 든다. 뒤뜰로 나가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이 있다. 고택의 풍경 중 빠지면 섭섭하다는 장독은 크기며 높낮이가 달라 더욱 정겹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장이 알맞게 익어갈 수 있도록 담장 위에 마련되어 있으며, 여인들의 고유 공간으로 아담하지만 밉지 않은 고집이 살짝 엿보이는 공간이다.
 
‘ㄷ’자 형식의 건물들 안쪽에는 넓은 마당이 자리하고 있다. 화분이며 여러 살림살이가 어우러져 옛집의 풍미를 더해주고 있다. 한옥을 대체로 수려한 풍경에 한 부분으로 생각한 선조들의 정신에 어울리는 괴정고택은, 앞마당도 흙냄새와 풀냄새로 가득하다. 한 폭의 풍경화와 마주한 듯한 이곳은 시간의 흐름조차 무색할 만큼 편안하고 안락한 쉼(休)을 선물한다.
 
괴정고택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것은 주변의 풍경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신선이 노닐다 간 듯한 와룡암은 계곡과 정자가 어우러져 의연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름이면 최고의 피서지로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용이 누운 듯한 형상의 바위 위에서 시원한 수박 한 입으로 풍류를 즐긴다. 고택에서 10여 분이면 닿는다는 주천서원은 괴정고택 문중이 관리하는 곳으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와룡암을 마주 보는 곳에 위치한 주천서원은 광산 김씨 문중에서 주천사를 창건하였다가 서원으로 승격되어 이황, 이이를 비롯한 7인의 성현을 배향하고 있다.
 
집은 관리하지 않으면 더 빨리 낡으며, 사람 사는 냄새가 퍼지고 손길이 닿아야 온전함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괴정고택이 이렇듯 400여 년 동안 소박하지만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후손들의 마음과 더불어 고택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으리으리한 멋과 높다란 솟을대문은 없지만, 공간마다 소소하고 은밀하게 느껴지는 정겨움이야말로 한옥의 참된 멋이며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참된 휴식이리라.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진다고 재촉할 필요는 없다. 길목 하나마다 고택에서 풍겨오는 희뿌연 장작 냄새에 작은 여유와 쉼표가 따라붙을 것이다.

 

*주변 관광지
 
와룡암
전북 진안군 주천면에 위치한 와룡암은 조선 시대의 암자로, 1984년 전북문화재자료 제18호로 지정된 곳이다. 효종 5년 긍구당 김중정의 개인 서당으로 건립되었으나 훗날 여러 문인 학사들을 배출한 학당으로 변모되었다. 계곡과 바위가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주천서원
전북 진안군 주천면에 위치한 주천서원은 1924년 광산 김씨 문중에서 창건하였다가, 1974년 서원으로 승격되며 7인의 성현을 배향하고 있다. 매년 9월 보름에 향사를 봉행하고 있으며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용담호
용담댐의 건설로 생긴 용담호는 진안군의 대표적 드라이브코스로, 댐 일주도로가 연결되어 많은 이들이 호수 위를 달리며 용담호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용담호 주변의 마이산과 운일암, 반일암 계곡의 절경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거친 담장의 모습이 오히려 정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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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담장의 모습이 오히려 정감 있다.
  • 두 채의 건물 사이로 보이는 괴정고택의 모습이 운치있다.
  • 대문은 비교적 최근에 세워졌다.
  • 괴정고택에 새롭게 보수한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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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진안군 괴정고택에서 소박하고 수수한 우리 한옥의 멋을 느껴보세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킨 정겨움과 고즈넉한 여유도 함께 누려보세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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