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두고택의 대문은 위엄이 넘친다.
옛 선비의 걸음걸이라 함은 느릿 느릿 팔자로 체면을 지키면서 걸어야 한다. 급한 용무가 있어도 절대 뛰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보여야 한다. 무릇 예절이라 함도 마찬가지다. 질서를 바탕으로 한 예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서두르지 않으며 체면을 지키고 마음을 다해야 한다. 지형이 댓잎 네 개가 붙어 있는 개자 형상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함양 개평마을은 함양의 대표적인 선비마을로 일두고택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고택 60여 채가 모여 있는 곳이다. 함양의 중심에 위치한 개평마을은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선비정신이 깊이 뿌리내린 지역이다. 특히 함양에서는 조선조 오현 중 한분인 일두 정여창선생의 고향인 개평마을에 선생의 뜻과 덕을 기리기 위해 일두고택을 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로 지정하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개평 한옥마을 내에 있는 함양일두고택은 마을 내의 다른 한옥들과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예절의 고장이라 쓰여 있는 개평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유난히 조용하고 고요한 느낌이 감돈다. 역시 개평마을을 제대로 느끼려면 시간이 더디게 흐르듯 느릿한 선비의 걸음으로 돌아보아야 제 맛이다.
개평마을은 마을 자체의 돌담이 참 아름답다. 담장을 옆에 끼고 걸으면 부푼 마음에 빨라졌던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돌담과 고샅에서 옅은 흙냄새가 걸음걸음마다 흩뿌려지는 개평마을의 담장을 돌아서면 골목의 중심에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로 알려진 일두고택이 드러난다. 표지판에 함양정병호가옥이라 쓰여 있다고 잠시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 문헌공 일두 정여창 고택은 1570년대 후손들이 중건한 것으로 지정당시 소유주의 이름을 따라 변경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두고택의 'ㄱ'자 형 사랑채
3,000여 평의 대지에 남도 지방의 대표적 양반 고택 구조를 띠고 있는 일두고택은 기와를 얹은 돌담을 담장으로 두른 멋스럽고 기품 있는 외형에 꽃과 나무들로 어우러져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솟을대문을 향하는 길바닥이 다른 고택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는 박석을 깔았기 때문인데 넓적하고 얇게 뜬 돌을 바닥에 깐돌을 말한다. 솟을대문으로 향하는 길에 박석을 깔아놓은 이유는 가마 혹은 말을 타고 오는 지체 있는 분이 집으로 향하는 소리를 짐작하기 위해서다. 박석을 따라 들어간 곳에 만난 솟을대문 앞에서면 충효의 상징인 홍살문이 드러난다. 충, 효 정려 편액 5점이 걸려 있어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안채로 들어서는 일각문과 사랑채가 눈에 들어온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시원하게 삐져나온 누가 인상적인 사랑채는 기단위에 올라선 'ㄱ'자형이다. 사랑채에서도 긴 석주를 초석으로 삼아 눈길이 간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현판이 아닌 큰 글씨로'문헌세가', '충효절의', '백세청풍' 등의 편액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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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두고택의 'ㅁ'자 형 안채와 우물2
일두고택의 내부는 아주 깔끔하게 보존돼있다.안채는 'ㅡ'자형으로 정면 7칸, 측면 1.5칸의 남향을 하고 있다. 공간이 탁 트여 화사한 느낌의 안채는 안사랑채와 사당, 곳간 등이 담장으로 엄격히 나뉘어져 있다. 안채는 사랑채보다 약 300여 년 전에 중건되었으며 건립 연대가 가장 오래되었다. 그래서일까 중후하고 오래된 기품이 가득하다. 안채와 아래채 사이에 위치한 우물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는 이 마을에 관한 이야기로 마을이 배의 형상을 하고 있어 자연암반 위에 난 다섯 개의 우물 말고는 다른 우물을 파면 가라앉는다는 전설이 흐르고 있다.
안채 좌측으로는 아래채가 있고 뒤편으로는 가묘와 별당, 안사랑채가 따로 나 있으며 'ㅁ'자 마당을 둘러싼 형상으로 건물들이 지어졌다. 안채는 바라보는 각도에서도 저마다 다른 멋을 선사한다. 안채에서 아래채를 바라보는 멋과 아래채에서 안채를 올려다보는 멋이 각각 달라 연결된 듯하면서도 구분된 한옥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채에 긴 석주가 눈에 띈다면 안채는 대청마루 두 칸 크기의 섬돌이 안채의 중심을 잡아 주며 위풍당당한 느낌을 더해준다. 푸근하고 열린 공간의 느낌에 탄탄한 기반과 깐깐함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듯하다. 안채의 툇마루와 대청마루의 시원한 풍경도 일품이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가는 공간에 선비들의 전용측간으로 바깥 측간까지 나가지 않고 간단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안채로 가다보면 길 반대편에도 측간이 나 있는데 미로처럼 담장을 쳐 안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하였으며 충분히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실용적으로 다가온다. 그 밖에도 별당과 사당, 행랑채 등 총 12채로 구성되어 있다.
일두고택의 담장을 따라 걷는 길
정성을 다해 축조된 한옥은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도 건재하다.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탄탄한 기반으로 빛이 바랄지언정 부서지지는 않는다. 천년의 가옥으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고택은 사람들의 오고 감으로 더 건재할 것이다. 조용한 걸음으로 살펴본 일두고택의 주변으로 산책로가 나 있어 돌담으로 난 골목골목의 전경을 걸음에 담아보는 것도 좋다.
*주변관광지
함양상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함양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 선생이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현재는 상림만이 옛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함양상림은 인공적으로 만든 숲으로는 가장 오래된 숲으로 희귀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남계서원
경상북도 군위군 대북리에 위치한 남계서원은 1581년에 창건된 서원으로 조선 중기 문신 류성룡과 이호민을 배향하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위패를 하회로 옮겼다가 6·25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되어 1990년에 7개 문중 후손들의 뜻으로 복원되었다.
개평한옥마을
일두고택이 위치한 개평한옥마을은 100여 년이 훌쩍 넘는 고택 60채가 모여 있는 마을로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돌담장을 두른 여러 고택들을 둘러볼 수 있으며 선비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사랑채에 쓰여있는 '충효절의'를 따라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있는 일두고택입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6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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