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넓고 푸른 동해와 남한 제일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설악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기로 이름난 도시다. 특히 속초 시민들의 도심 속 안식처가 되어주는 영랑호는 동해안 석호 중에서도 경치가 가장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바닷물의 침식과 퇴적과정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곳으로 다른 인공호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움과 멋스러움이 있다. 약 8km에 이르는 영랑호의 호반은 여유와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전거 길로도 사랑받고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영랑호라는 명칭은 신라의 ‘영랑’이라는 화랑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랑을 비롯한 술랑, 남랑, 안상 등의 화랑은 금강산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함께 무술대회장인 금성(지금의 경주)으로 가던 중에 우연히 이 호수에 이르게 된다. 이때 영랑은 설악산 능선 아래로 기개 좋게 선 울산바위와 범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앉은 범바위,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의 모습을 보고 반해 무술대회도 잊고 그만 이곳에 머물게 된다. 이때부터 이 호수를 영랑호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영랑호는 속초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명소다. 그러나 이 영랑호 변에 화랑의 기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영랑호 화랑도체험관광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랑호 화랑도체험관광지는 우리 전통문화와 화랑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4년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청소년을 비롯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영랑호 화랑도체험관광지의 대표 인기 프로그램은 단연 승마체험이다. 힘차게 발을 내딛는 말 위에서 체험객들이 자신감도 얻고 진취적 기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말에 시승할 때부터 진행요원들이 안전하게 돌봐주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 활쏘기 체험도 이곳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활쏘기 체험은 오래전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무기였던 활의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과녁을 명중시킬 때마다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밖에도 격구, 봉술대련 등 먼 옛날 화랑들이 즐기던 경기들을 체험해볼 수 있다. 격구는 본래 말을 타고 공채로 공을 치는 경기인데, 화랑도체험관광지에서는 지상에서 행하는 경기로 대신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기 종목과는 달리 공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뜻대로 잘 되지는 않지만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봉술은 막대를 이용하는 전통 무술기법이다. 봉술대련은 외나무다리에서 막대를 활용해 상대방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랑호 화랑도체험관광지의 체험들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일단 한번 체험해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겨울, 하루쯤은 스키 등 빤한 레포츠 체험에서 벗어나 영랑호 변으로 떠나보자. 오래 전,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수련에 정진했을 화랑의 모습을 떠올리며 일일 화랑으로서 그 기백을 느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