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의 동상 옆에는 직사각형의 거대한 비, 광개토태왕비가 세워져 있다. 비에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으니, 누구라도 한 눈에 이 비가 광개토태왕비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높이가 6m에 달하는 광개토태왕비의 모습은 장엄하고도 굳건하다. 마치 비의 옆에 서 있는 동상에서 볼 수 있는 광개토태왕의 얼굴처럼 말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본래의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는 광개토태왕의 묘와 함께 중국의 길림성 집안현에 세워져 있으니 광개토태왕광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복제된 비이다.(광개토대왕은 사대주의에 근거하여 광개토태왕을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나, 비의 이름은 ‘광개토대왕비’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이 이름을 인용한다.)

이 비에는 고구려를 건국한 추모성왕의 이야기부터 광개토태왕의 영토 개척에 이르는 내용이 비문으로 새겨져 있으니, 여기에서 고구려의 기상과 주체의식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과 어우러져, 광개토태왕 동상과 광개토태왕비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땅에 군림했던 옛 왕이 현대의 사람들을 인자히 굽어보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의 영토까지에 떨쳤던 그의 이름을 되새겨 보는 동안 우리 조상과 민족에 대한 애착도 함께 샘솟을테니 여러모로 기쁜 일이다. 가볍게 묵례라도 하고 돌아옴이 어떨까.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평안의 이유에는 분명 그의 몫의 수고 또한 포함되어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