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영, 그녀의 삶을 더듬다

‘명성황후’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녀의 본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명성황후 생가에서만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봄 직한데, 그녀가 이 집에 머물렀을 때는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명성황후가 이 작은 집에 머물렀을 때의 이름은 '민자영'이었다.
 

명성황후, 민자영은 영의정을 지냈던 인물인 민치록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으나 그 총명함은 널리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한다. 그녀가 고종의 비로 간택된 것은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였다. 당시 민씨 집안은 몰락하는 중이었고, 세도 정치에 불만을 품은 흥선대원군이 미력한 가문의 여식을 고종의 비로 맞아들이고자 한 것. 고종의 비가 된 뒤에도 행복한 길만이 이어진 것은 아니다. 고종이 궁인으로부터 얻은 왕자는 명성황후를 고립시켰으며, 명성황후로부터 태어난 원자는 겨우 닷새 만에 숨을 거두고 만다. 

시기상으로도 거듭되는 물리적, 정치적 외침으로 인해 나라가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였으니 명성황후는 나라를 일으키고자 백방으로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듯, 일본군에 의해 시해되는 참변을 당해야 했다. 그녀의 장례식이 치러진 것 또한 시해된 지 무려 2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으며, ‘명성황후’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 또한 사후의 일이었다 하니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을 가늠할 척도를 정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명성황후의 일대기를 듣고 나서 돌아보는 명성황후 생가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극’이라는 단 두 글자로 담아내기 힘든 그녀의 가혹했던 삶이 시작되기 전, 철모르는 어린 소녀로 집안의 풀꽃을 매만지고 있었을 ‘민자영’의 흔적이 바로 이 명성황후 생가에 남아 있는 것이다.

 

명성황후 생가, 자세히 돌아볼까?

여주읍 능현리는 조선 제26대 고종 황제의 비로 일본인에 의해 시해당하여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쳤던 명성황후가 출생하여 8세까지 살던 집이다. 1995년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었으며, 명성황후가 어렸을 때 공부했다는 방이 있었던 자리에는 탄생을 기념해 세운 ‘명성황후 탄강구리(明成皇后 誕降舊里, 명성황후가 태어난 옛 마을)’라 새겨진 비가 있다. 

생가 앞에는 기념관이 건립되어 각종 자료와 유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160여 석 규모의 문예관이 있어 명성황후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기도 하다.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 위치한 명성황후 기념관에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영정 등을 비롯한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봄, 가을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