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은 다른 성남시의 지역과 비교해 볼 때 토속적인 이미지가 매우 강한 곳이다. 성남의 다른 지역들은 오히려 서울의 강남과 비슷한 곳이 많은 반면, 이곳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과 좁은 골목, 북적북적한 사람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다. 성남동 중에서도 특히 모란역 일대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고 있는 것은 모란시장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모란시장. 전국 최대 민속 ‘5일장’인 이곳은 매월 4일과 9일에 열린다. 그때가 되면 모란역 인근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장이 서지 않는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란역이지만 장이 설 때에는 과연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니 그 현장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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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이 서는 날이면 모란역 5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시장 냄새’가 난다. 좁은 인도 한 켠에는 노점상이 잔뜩 들어서 있다. 각종 과일이나 나물들은 물론, 아련한 추억의 장난감들, 한 달이나 쓸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각종 물건들, 돋보기안경과 같은 물건들은 물론, 과연 저것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잡화들까지. 물건을 팔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여유를 가지고 노점상 좌판을 살펴보고 싶다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파에 밀리고 밀려가다 보면 어느새 모란시장에 닿아 있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각종 분재를 팔고 있는 화훼상들. 꽃이 많으니 이 구역이 화훼상가인가 생각하고 있자면 또 그건 아니다. 바로 뒤편에는 꽃무늬 가득 박힌 바지들을 팔고 있고, 또 그 뒤편에서는 꽃무늬 가득한 바지를 입은 아주머니가 약초를 팔고 있다. 또 그 뒤편에서는 약초로 만든 음료를 팔고 있다. 1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란시장은 특유의 기분 좋은 어수선함으로 가득하다. 모란시장을 구경하는 요령이 어디 있을까. 점포들 사이사이로, 행여나 바닥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밟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다 보면 시장은 점점 북적북적해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란시장을 지나다 보면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는다. '싸요, 싸! 일단 와서 구경 해 봐!'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알 수 없는 외침에 뒤를 돌아보면 함박웃음을 띤 상인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의 시장, 과거 우리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체험 터, 바로 모란시장이다.
옛 모습 그대로 정겨운 우리들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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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시장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모란시장은 ‘사러 가는’ 시장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작복작, 어깨를 부대끼며 온갖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모란시장. 밭에서 난 작물들을 중심으로 견과류나 약초 등과 함께 수산물, 의류, 가축 등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종종 논란거리가 되기는 하나, ‘보양’을 목적으로 하는 품목들의 거래 또한 모란시장에서 볼 수 있는 주된 풍경 중 하나다. 식용견과 흑염소는 물론, 살아있는 지네까지도 이 시장을 거쳐 가니 처음 모란시장을 찾았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수십 년 전의 시장이 이랬을까. 곳곳에서 시장의 ‘현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모란시장은 전통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인지 모른다. 모란시장이 서는 날이면 평균 1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엄청난 인파의 홍수가 아닐 수 없다.
모란시장은 1974년에 본격적으로 개장되었으니 이제 겨우 40여 년 된 셈이다. 다른 지역의 유명 전통 5일장에 비하면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인 셈. 그런데 국내 유수의 5일장들을 제치고 수도권 최대 규모의 5일장이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수도권의 다른 전통시장들이 5일장이 아닌 상설시장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모란시장은 5일장으로 운영된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매일 같이 운영되는 시장에 비해 5일장은 아무래도 축제처럼 운영되기 마련이다. 둘째로 이 지역은 조선 시대부터 수도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장들이 있었던 전통이 있는 곳이다. 삼남 지방의 많은 물건들이 한양으로 들어가기에는 여러 제약들이 있었고, 따라서 그 길목에 있는 이곳에 자연스럽게 장이 섰기 때문이다. 모란시장이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된 것은 40여 년에 지나지 않지만, 실제의 역사는 그보다 매우 깊은 셈이다.
어머니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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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의 ‘모란’은 꽃의 이름이 아니다. 물론 작약과의 모란도, 모란시장의 모란도 ‘牡丹’이라는 한자를 쓰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모란시장 일대는 광주시(당시 광주군)에 속한 황무지였다. 이때 광주군수를 역임했던 사람이 모란시장 일대를 개간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의 고향이 평양이었다. 평양 땅의 모란봉 부근에 살고 계실 어머니를 그리며 개간된 땅에 ‘모란’이라는 이름을 옮겨다 썼으니, 여기에 생긴 장이 ‘모란시장’이 된 것이다. 그러니 모란시장의 ‘모’를 牡가 아닌 母로 풀이한 이야기를 꾸민다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북적이는 장터에서 고개를 들어 다른 쪽을 바라보면 바로 길 건너편에 들어선 백화점이 보인다. 오늘을 살면서 어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넉넉한 인심과 수많은 사람의 사연을 엿볼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품은 시장, 어머니 같은 상인들을 만날 수 있는 시장, 정과 웃음이 넘치는 시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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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2월 2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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