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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

    지역경상남도 양산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

    • 프롤로그
    • 1.용을 타고 극락세계로
    • 2.‘9’를 찾아라!
    • 3.아홉 마리의 용
    • 4.금강계단의 진실
    • 5.단순한 연인설화를 넘어
    • 6.겨울에도 떠나지 않는 금개구리
    • 7.문수보살이 호랑이와 만난 불이문
    • 8.무풍한송
    • 에필로그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

    - 경상남도 양산시 -

    똑같은 이야기라도 햇빛에 말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말리면 전설이 된다고 했습니다. 삼국사기가 전자에 가깝다면 삼국유사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우리나라 유명 사찰의 창건 설화가 가득합니다. 그런 삼국유사의 전통을 계승한 경남 양산 하북면의 통도사는 딱 부러진 설명은 없지만 금강계단이 있던 연못터에 얽힌 설화붙터 명부전의 토끼 설화 벽화까지, 불교신앙과 민속신앙, 풍수사상이 두루 펼쳐진 궁극에는 하늘, 자연, 인간의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그리하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를 찾아라!

    통도사는 오리, 닭, 봉황, 독수리 용, 개구리 등 동물에 얽힌 전설이 많다. 대웅전 앞의 용꼬리 조각물의 비밀을 파헤쳐라.

    “이 조각물은 통도사의 창건설화와 관련된 장식물이로구나. 사찰 곳곳에 걸려있는 용모양 장식을 보더라도 알 수 있겠어.”

    “사찰의 법당이 하나의 반야용선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반야용선은 해탈을 통해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타고 가는 용모양의 배를 의미한다지? 어떤 모양이기에 그럴까?”

    통도사는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도 깊다. 이중 일제강점기 통도사 부흥을 일으킨 스님이 아홉 개의 강을 건너왔다는 뜻을 지닌 구하(九河) 스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구하 스님의 제자인 경봉 선사가 가왕 조용필을 만나 “가수면 꾀꼬리로구나? 꾀꼬리를 잡아와라”라는 선문답을 남겼대.“

    “나도 들어본 적 있어! 이 화두가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를 낳게 했다지?” “통도사의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을 더 찾을 수 있을까?”

    국내 주요 사찰은 연못이나 늪지대에 지어져 물을 다스리는 용과 밀접하게 연결되듯 이곳 금강계단 자리도 바로 그러하다. 이 연못터에는 어떤 설화가 있을까?

    “이곳에 원래 아홉 마리 용이 사는 연못이 있었는데 자장율사가 이를 쫓아내고 한 마리만 남겨 뒀다는 설화, 들어본 적 있니?”

    “그럼, 승려들이 이 금강계단 아래를 통해야 득도할 수 있다다는 뜻을 되새기게 하기 위해서 이 사찰을 통도사라 한 걸까?”

    금강계단의 ‘계단’은 사람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아닌 불사리를 모시고 수계의을 행하는 단을, ‘금강’은 일체의 것을 깨뜨릴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것을 말한다. 어떤 깨달음일까?

    “불교에서는 금강과 같은 반야의 지혜로 모든 번뇌를 물리칠 것을 강조하지. 통도사의 핵심인 금강계단 내 불사리탑도 그러한 자장율사의 뜻과 깊은 관령이 있어.”

    “통도사가 불보사찰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유도 이 불사리탑이 생겨난 과정을 듣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데, 혹시 알고 있니?”

    ‘용화전’ 벽화 7점은 막연히 불교 인연설화 정도로 해석됐으나 최근 그 의미를 두고 새로이 해석되면서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음… 이 벽화들을 봐 조선시대 사찰 벽화에는 고사 인물이나 ‘삼국지연의’와 같은 소설류에 등장하는 소재처럼 연인들을 다루고 있는 듯해. 일단 가장 흔하니까.”

    “처음에는 그랬지. 글씨가 희미해 과거에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정밀조사를 통해 보니 이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토리가 발견됐거든!”

    통도사는 거찰답게 산중에 19개의 암자를 품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암자인 자장암에는 ‘금와보살’ 설화가 전해진다. 아직도 암자 구멍 안에는 금개구리가 살고 있을까?

    “자장암은 차분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구나.” “‘금와보살’ 설화를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는 이도 있지 않을까?”

    “암자 주위를 떠나지 않는 금개구리 이야기 말이지?” “자장율사가 암벽에 뚫어놓은 구멍 안을 보면 아직도 금개구리가 있을까?”

    코끼리와 호랑이 조각상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불이문’을 찾아보자. 이 동물들에서 현실과 이상, 선과 악, 진리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중로전, 대광명전, 용화전, 관음전의 세 전각이 하나의 중심축에 일렬로 배치돼 있구나. 보봐! 저게 바로 불이문이야!”

    “그런데 좀 이상하지? 코끼리는 보현보살을, 호랑이는 문수보살을 상징한다고 했어. 원래 문수보살은 사자와 짝인데, 호랑이로 조각이 된 이유는 뭘까?”

    통도사 입구에서 1km에 이르는 소나무숲 또한 이 절의 자랑거리. 둘레가 한 아름 되는 수백 년 된 적송이 그늘 터널을 이루고 있다. 천천히 명상하면서 걸어보는 건 어떨까?

    “울창한 소나무 숲을 보면 불교의 총림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 스님들이 수풀처럼 얽혀 정진하는 도량처럼 기개 넘치지만 단아하잖아!”

    “이 소나무들, 임진왜란 때 왜적의 피해를 입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숲 가운데 하나라지?”

    어떤 이들은 양산이 영축산 통도사 빼면 볼 것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물론 통도사는 참으로 좋은 사찰이고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양산에서 통도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깁니다. 그럼에도 통도사에 들르면 얼마나 많은 볼거리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로 가득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소나무 사이로 한밤중 휘영청 빛나는 달을 바라보거나 새벽안개 속을 헤매면 어디에선가 문득 문수보살을 친견할 것만 같습니다. 이번 주말 천년설화가 가득한 통도사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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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쟁의 끝에 선 봄(春)

    투쟁의 끝에 선 봄(春)

    지역대전광역시 중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투쟁의 끝에 선 봄(春)

    • 프롤로그
    • 1.야트막한 돌담의 가지런함
    • 2.소박하고 적막한 생가의 봄
    • 3.편액에서 느껴지는 굳은 의지
    • 4.붉은 피 한주먹을 한(韓)나라에 뿌리리
    • 5.툇마루에 앉아 봄을 기다림
    • 6.가슴 한 편에 끓는 피
    • 7.단재 동상 앞에 서서
    • 8.다음을 기약하며
    • 에필로그

    투쟁의 끝에 선 봄(春)

    - 대전광역시 중구 -

    적막하고 소박한 초가집 앞에 서니 일제치하에 민족의 울분과 저항의식을 한 이상화의 시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의 한 야트막한 산길로 들어서면 구한말 불굴의 독립운동가, 문인으로 활동하며 민족의 역사 속 뜨거운 투쟁을 벌인 단재 신채호 생가가 모습을 보입니다. 번잡한 중심가에서 벗어난 길목에 초가지붕과 장독대, 툇마루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단재의 피끓는 투쟁의지로 인해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중구의 끝에서 피끓는 봄을 맞이하고 오라!’

    중구 어남동의 단재로로 들어서면 정겨운 풍경이 맞이한다. 야트막하고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에 소박한 초가집에서 민족정신의 자존감을 실감할 수 있을까?

    “단재교 지나 이 길로 들어서면 나온다고 했는데, 도심 같지 않게 집이 드문드문 있어서 찾기가 어렵네.”

    “저기 돌담으로 두른 집 초가집 하나가 보이는데? 생각보다 소박하고 정겹다. 이곳에서 민족정신과 피끓는 투쟁의지를 느낄 수 있을까?”

    인적이 드물어서 일까, 화려하게 꽃이 피는 봄이 아니라서 일까? 장독대와 초가지붕이 조금은 쓸쓸하다. 머릿속에 온통 독립운동뿐이었던 그의 생각과 숨결을 읽어본다.

    “대전의 중심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풍경이라 조금 놀랐어. 인적도 드물고. 가끔 머물다 간 사람들도 흔적을 남기지는 않으니까. 어쩐지 조금 썰렁하다.”

    “그래도 생각지도 않게 시골풍경을 마주해서 인지 나는 조금 푸근한 걸?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과 장독대가 낯설지 않고 정겨워.”

    초가지붕 아래'단재정사(丹齋精舍)'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편액에 걸린 뜻대로 정신을 수양하며 자신 안에 피끓는 무언가를 생각해보자.

    “단재정사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어쩐지 정사라는 뜻에서 정신을 수양하던 단재의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

    “이곳은 단재가 8세가 되던 해까지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곳이라는데, 그럼 어릴 때부터 심성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녹아있던 걸까?”

    차갑게 얼어붙은 땅에 끓는 피 한주먹을 뿌려서라도 봄을 맞이하겠다는 단재의 굳은 투쟁의지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고자 한다면?

    “선생은 언론계에 입문하면서 애국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고 해. 붓 하나로 친일파의 매국행위를 비판하고 온 국민이 국권회복에 앞장설 것을 주장하였지"

    " 뿐만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애국계몽에 발 벗고 앞장서신 분이셔. 민족역사에 대한 끓는 애착이 곳곳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지.”

    고즈넉한 단재정사 툇마루에 앉는다. 멀리 단재의 동상에서 선생의 굳은 표정이 전달된다.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나의 봄, 누군가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을 떠올려본다.

    “문학으로, 언론으로, 역사 연구로 독립운동과 민족계목에 앞서며 온 마음 다해 나라를 생각하다 순국하신 선생의 삶을 돌아보니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져. 나는 내 삶에 한 번이라도 피끓는 순간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잠시 우리의 봄 그리고 선생의 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지나야 비로소 봄이 오고 꽃이 핀다. 계절도 그러한데 우리네 인생이야 어디 안 그럴까.

    “꽃이 피고 초록이 파릇하게 물들면 여기도 이렇게 쓸쓸하진 않을 텐데, 안 그래?”

    “봄을 품고 있기에 겨울이 아름답다고 하잖아. 곧 봄이 올 거야. 선생도 봄을 기다리며 열심히 발로 뛰며 독립운동에 열중하신 게 아니겠어? 봄이 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많아 질 테고.”

    한 손에는 서책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우뚝 선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동상이 마당 어귀에 서있다. 사람들은 단재 동상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떠날까?

    “슬슬 일어날까? 곧 해가 저물겠어.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마지막으로 단재 선생 동상을 보고 가자. 생각보다 부드러운 인상에 다정함도 느껴져. 구래도 서책과 도포자락을 휘날리시는 모습에서 선생의 굳은 투쟁의지와 민족사를 염려하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를 나서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만은 않다. 아쉬움과 끓는 마음 때문이다. 그럴 땐 다음 봄을 기약해보자.

    “떠나려니 조금 아쉽다.”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뭉클했던 순간을 느꼈으니 그걸로 만족해, 무언가를 얻고가는 여행이 이렇게 뜻 깊은지 오늘로 처음 알았어. 그래도 영 아쉽거든 다음 봄엔 단재 기념관과 사당도 둘러보기로 하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엔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일제에 대한 저항의지로 가득했습니다. 1999년 새롭게 복원되어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는 선생의 검소하고 소박했던 생활을 보여줍니다. 성균관 시절부터 민족운동에 관심을 가진 선생은 고운 핏덩이를 한나라 땅에 고루 뿌려 곧 봄을 맞이하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열심을 다하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중구에 위치한 선생의 생가에서 민족을 위해 투쟁한 이들의 넋을 기리며 피끓는 의지를 배우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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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에서 만난 황희정승

    파주에서 만난 황희정승

    지역경기도 파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파주에서 만난 황희정승

    • 프롤로그
    • 1.새로운 파주
    • 2. 황희를 만나다
    • 3.황희선생묘소에서 듣는 이야기
    • 4.걷던 길을 걸으면
    • 5. 갈매기를 벗삼는 정자
    • 6.양지대에서 바라본 풍경
    • 7.방촌선생영당
    • 8.황희정승을 떠올리다
    • 에필로그

    파주에서 만난 황희정승

    - 경기도 파주시 -

    경기도 파주는 출판단지 혹은 헤이리 예술마을과 같은 특화된 관광명소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황희정승과 율곡이이와 같은 조선 초기 명재상과도 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파주시 금승리로 들어서면 청백리의 표상이자 귀감을 보인 방촌 황희 선생의 묘소와 유적지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처럼 황희선생의 은둔생활에서부터 다시금 관직에 이르다 말년을 보내며 파주와의 깊은 연을 맺게 된 황희선생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파주에서 황희의 발자취를 좇고 오라’입니다.

    파주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광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과감히 백지로 비워두자. 그리고 역사책 하나 끼고 파주로 뛰어들자.

    “파주는 꽤 여러 번 갔던 곳이잖아. 새로울 것이 있을까?” “이번 여행은 좀 달라. 그러니 우리가 다녔었던 파주에 대한 기억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거야. 이번여행의 테마는 역사거든.”

    “역사? 그럼 무슨 유적지 같은 거야? 파주에 그런 역사적 유적지가 있었다고?”

    황희선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여러 요직을 거치며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익히 들은 바 있다. 그런데 황희정승과 파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황희선생 유적지? 오늘 역사탐방 한다더니 그 인물이 우리가 아는 그 황희정승?”

    “그래, 조선 초 가장 오랜 기간 재상으로 청백리의 귀감이 되신 방촌 황희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여행이 될 거야. 먼저 태종과 세종을 도와 조선이 바로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소신과 원칙은 물론 관용과 배려로 정치를 펼치시던 선생의 묘소로 가보자.”

    황희선생유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황희정승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묘역 앞에 서면 선생께서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와, 재상의 명성답게 상당한 크기의 봉분이구나. 인적이 드물고 조용해서 더 위엄이 넘치는 것 같아.”

    “묘역 아래에 세워진 신도비에는 선생의 삶을 기록해 두었는데 신숙주가 짓고 안침이 썼다고 전해져. 묘역 건너편엔 선생의 셋째 아들인 황수신의 묘도 자리하고 있다고 해.”

    황희선생이 과거에 걸었던 길을 뒤쫓아 걸어본다. 선생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면 선생이 남긴 숨결과 정신을 배울 수 있을까?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은 황희선생에 대한 큰 업적을 알 고 있을 텐데 묘역이나 유적지가 파주에 조성되어 있는 줄은 모를 것 같아. 나처럼.”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유적지를 찾고 선생의 뒤를 좇아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는 것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관직에서 물러난 선생이 여생을 보내던 반구정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임진강의 절경이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반구정을 들어본 적은 있는데 이곳이 황희선생과 관련된 곳이었구나!”

    “반구정은 선생의 나이 89세에 관직을 사양하고 돌아와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던 곳으로 알려져 있어. 예부터 이곳에 갈매기가 많이 날아들어 그 이름도 갈매기를 벗삼는 정자라 하여 반구정이라 이름 짓게 된 거야.”

    1915년 반구정을 옮기면서 지은 양지대 위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춘다.

    “양지대는 반구정을 재건하면서 원래 반구정이 있던 자리에 옮겨 지은 정자야. 선생의 유덕을 우러르는 마음으로 양지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상량문에 적힌 그 뜻을 보면 백성들이 선생을 생각하던 마음이 그대로 전달 돼.”

    “아름답고 평화롭긴 한데 저기 임진강 사이로 보이는 철조망이 가슴 아프기도 해.”

    황희선생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6.25전쟁으로 인해 불에 타 1962년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심스럽게 선생의 영정 앞에 서본다.

    “여기는 방촌선생영당이야. 본래 영당은 불에 타 소실되어 1962년에 복원되었지. 영당 중앙에 선생 영정도 모시고 있어. 묘역과는 달리 조금은 소박한 영당은 어쩐지 선생의 정치적 삶과 닮아 있는 것 같아.”

    “그래. 방촌영당은 경기도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되어있고 그 옆에는 동상도 조성되어 있어.”

    파주에서 떠올린 황희선생은 우리가 익히 일던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재상까지 역임한 인물에서 나아가 황희선생의 다양한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파주에서 황희선생의 발자취를 좇게 되어 뜻밖이었어. 여행지는 단 한 번의 여행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 같아.”

    “네 말이 맞아. 파주의 유명한 관광지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숨겨진 여행지에서 새로운 문화, 역사의 견해를 넓힐 수도 있지.”

    파주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도시라는 생각이듭니다. 임진강변을 따라 걷는 풍경을 좇는 여행이나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아울렛 그리고 특화마을 등이 올망졸망 모여 하나의 지구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파주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관광지들도 많이 있는데요. 파주의 황희선생 관광지를 비롯하여 안보관광(DMZ), 파주삼릉, 맛고을 등의 관광지가 파주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문화와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보람된 여행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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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에서 만나는 눈꽃세상

    평창에서 만나는 눈꽃세상

    지역강원도 평창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평창에서 만나는 눈꽃세상

    • 프롤로그
    • 1.순백의 세상, 대관령 눈꽃마을
    • 2.뽀드득 뽀드득
    • 3.걷다보면 보이는 감동
    • 4.발왕산을 품다
    • 5.동계올림픽 종목들이 궁금해
    • 6.대관령의 또 다른 체험 메카
    • 7. 메밀꽃 필 무렵 봉평시장에 가면
    • 8. “이거 안 먹고 가면 후회합니다~”
    • 에필로그

    평창에서 만나는 눈꽃세상

    - 강원도 평창군 -

    평창은 겨울이 기다려지는 곳입니다. 눈꽃축제를 비롯해 한철 내내 충분히 겨울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눈이 온 마을을 덮는 평창에는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도 평창은 여행으로 제격입니다. 소금을 뿌린 듯 하얀 메밀꽃밭을 보노라면 그간의 스트레스는 모두 잊어버리고 황홀경에 빠지게 되니까요. 언제나 봉평시장은 메밀전병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눈과 함께하는 평창 여행은 오감을 만족시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평창에서 겨울을 만끽하라!’

    우리나라 대표 눈 마을인 평창 눈꽃 마을은 매년 눈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온통 새하얀 눈이 마을을 덮고 있으니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까지 든다.

    “새하얀 눈이 끝이 안보이게 펼쳐져 있어요. 이곳이 눈의 나라 같아요.”

    “그래, 평창은 네 말대로 눈의 나라란다. 매년 눈이 내리면 평균 250m의 눈이 내린다고 하니 웬만한 농구선수 키보다 더 큰 눈이 온다는 구나. 그래서 이곳은 매년 눈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단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가장 먼저 발자국을 새기는 그 짜릿한 기분! 대관령 눈꽃마을은 13km의 대관령 바우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뽀드득 소리가 지금도 귀에 맴맴 돈다.

    “온통 발자국이 제 발자국이에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제일 먼저 발자국을 새기니 기분이 정말 좋아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도 듣기 좋고.”

    “그래. 그것도 좋지만 바우길을 걸으며 눈 덮인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단다. 신나게 뛰어다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사색에 잠겨 걷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수 있지.”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다보면 목장의 울타리와 은은한 솔향기가 풍기는 소나무 숲을 지나게 된다. 눈 쌓인 하얀 언덕과 저 멀리 보이는 풍차는 감동 그 자체이다.

    “저기 좀 보렴. 우리가 걸어온 길에 우리 발자국만 남은 것 보이니? 설국이 따로 없구나. 저기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보니 이국적인 느낌까지 드는데?”

    “겨울인데도 걷다보니 땀이 흐르는 것 같아요. 그럴 땐 이렇게 바우길의 풍경을 보는 것! 그것이 이 길의 매력인 것 같아요.”

    용평리조트는 태백산맥의 발왕산 북쪽 자락 대관령면에 개장한 한국 최초의 현대식 시설을 갖춘 스키장이다. 이곳에 오면 꼭 경험해봐야 할 코스가 있다는데?

    “하늘에서 설산 전경을 즐기려면 9시부터 운행하는 발왕산 케이블카 운행시간에 맞춰야 해. 드래곤 프라자 쪽이야. 서두르자.”

    “와~ 1,458m까지 정말 한참을 올라가네요. 정상의 등산로도 험하지 않다는데, 단풍이 흐드러지면 꼭 산행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평창은 웅장하기까지한 스키점프대가 랜드 마크처럼 우뚝 솟아있다.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지금부터 전해지는 듯하다.

    “와, 저기 보이는 것이 영화에서 보던 스키점프대 맞죠? 정말 아찔한 높이에요. 영화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

    “우리 선수들은 무서움도 떨쳐내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단다. 스키점프 말고 동계올림픽엔 어떤 종목들이 있는지 보러갈까?”

    대관령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떼목장으로도 유명하다. 양 먹이를 주고 양젖으로 치즈를 만들며 꽁꽁 언 몸을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대관령에 와서 양들을 못보고 가는 줄 알고 내심 아쉬웠는데! 근처 바람마을에서 양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

    “의야지 바람마을에는 눈꽃마을처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단다. 양들에게 먹이도 주고 치즈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눈썰매도 탈 수 있지. 그래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단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만 익숙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효석의 소설 <메필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장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자 경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장날이 아닌가 봐요. 그래도 여기 장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농가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과 가축을 팔러온 주민들로 이렇게 왁자지껄하네요.”

    “그래도 장날에 맞춰 오면 좋지. 장이 서는 날엔 강원도 일대의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는 장꾼들이 그 옛날 허생원처럼 장터로 모여드니까.”

    점심에 맞춰 찾는 장터는 허기를 자극한다. 향토 특산물로 별미인 메밀부침을 하는 식당만 십수 곳이 몰려 있어 고소한 메밀 맛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전통 맷돌에 메밀을 갈고 있네요. 메밀전병 부치는 모습은 축제 때만 볼 줄 알았는데.”

    “저 반죽을 솥뚜껑에 직접 부쳐내는 진풍경도 이곳 봉평시장이 아니면 절대 볼 수가 없지. 저 집은 메밀 반죽을 통에 넣고 눌러서 작은 구명으로 면을 뽑아내는구나.” “저게 바로 메밀국수로군요. 여기까지 왔는데 저 두 가지 다 맛봐요!”

    계올림픽 유치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평창은 그야말로 겨울여행과 레포츠의 메카로 우뚝 서 있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인 스키점프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케이블카는 설산으로 무장한 발왕산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 옛날 흥성거렸던 봉평장도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훈훈한 정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봉평오일장은 또 어떻고요. 장터 입구에 있는 허생원과 동이, 나귀의 조형물이 추억 여행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곳, 신나는 눈꽃축제의 향연, 평창으로의 이 겨울이 끝나기 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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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류의 맛이 있는 조령리 도리뱅뱅이

    풍류의 맛이 있는 조령리 도리뱅뱅이

    지역충청북도 옥천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풍류의 맛이 있는 조령리 도리뱅뱅이

    • 프롤로그
    • 1.진짜 도리뱅뱅이 맛집은 어디?
    • 2.도리뱅뱅이의 시초
    • 3.뱅글뱅글 둘러내와 ‘도리뱅뱅이’
    • 4.겉은 바삭, 속살은 보들보들
    • 5.도리뱅뱅이 그 재료가 궁금해?
    • 6.누런 향토 빛 머금은 밤막걸리도 한 잔
    • 7.풍류의 맛이 담긴 도리뱅뱅이
    • 8.낭만과 함께해온 옥천사람들
    • 에필로그

    풍류의 맛이 있는 조령리 도리뱅뱅이

    - 충청북도 옥천군 -

    옥천을 즐기려면 금강을 알아야 합니다. 금강, 어떻게 즐길까요? 먼저 눈이 호강하는 금강 드라이브 코스가 있죠. 금강휴게소 자락의 금강유원지에서 즐기는 수상레포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배부르고 신나는 '금강의 맛'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죠? 조령리에 가면 별미 도리뱅뱅이를 맛볼 수가 있습니다. 그 재미있는 이름만큼이나 입안에서 맴도는 느낌도 참으로 유쾌 발랄하다죠?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도리뱅뱅이를 오감으로 맛보고 돌아오라’!

    금강휴게소에서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굴다리를 지나 도리뱅뱅이 마을로 들어선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닿아 다가가기가 제법 수월하다. 근데 이 마을 진짜 맛집은 어디에 있지?

    “도리뱅뱅이마을이라 아무 데나 가도 다 도리뱅뱅이가 있겠구나!” “이 마을에 도리뱅뱅이가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은 따로 있어."

    "대표적으로 선광집이나 대박집을 꼽을 수 있는데, 대박집은 내비게이션이 인식을 못하네?” “그렇다면 선광집으로 가자!”

    금강 자락 어디서든 도리뱅뱅이를 맛볼 수 있지만 도리뱅뱅이의 시작은 이곳 조령리(도리뱅뱅이마을)다. 언제부터 이곳을 도리뱅뱅이마을이라 부르게 됐을까?

    “할머니, 이곳 지명이 원래 도리뱅뱅이마을인가요?” “도리뱅뱅이마을은 무슨. 외지인들은 다 여기를 그렇게 부르대? 여기는 조령리여!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도리뱅뱅이 만드는 법을 외지인들이 알려주고 가면서 해먹기 시작했지."

    "그렇게 역사는 깊지 않지만 어찌되었건 도리뱅뱅이를 처음 선보인 건 바로 이곳 조령리네요?”

    별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재료나 함께 곁들여먹는 음식도 알아야 하지만, 그 이름의 어원도 알아야 진짜 맛을 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도리뱅뱅이’라 하는지도 알아야겠지?

    “왜 도리뱅뱅이지? 금강이 휘돌아나가는 옥동천에서 잡아 요리했기 때문일까?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를 잡아 내장을 꺼낸 뒤 여러 마리를 둥글게 이어 붙여낸 후 기름을 부어 자작하게 튀겨내지. 그때 이 동그란 모양을 보고 도리뱅뱅이라고 했어. 머리를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마주봐’라고도 부르지.”

    손가락 굵기 만한 피라미로 요리한 도리뱅뱅이를 마주했다. 질서 있게 담아낸 비주얼이 참 좋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데. 이제부터는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해보자.

    “속살이 정말 부드러워! 기름에 바싹 튀겨졌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면서 고소해. 신기하게 느끼한 맛이 없어서 자꾸 손이 가네.”

    “이 약간 매콤한 고추장 양념이 가려주는 거야. 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기름에 튀겨낸 뒤 곧바로 양념을 발랐어. 옥천의 별미를 대표할 만한 맛이구나!”

    뼈째 먹어 칼슘도 풍부한 도리뱅뱅이, 피래미로 요리했다. 그런데, 도리뱅뱅이 재료는 계절마다 달라진다는데?

    “이건 피라미로 요리했네?”

    “도리뱅뱅이는 계절에 따라 민물고기 재료가 달라지는 게 특징이야. 겨울이면 피라미 대신 빙어가 올라가기도 하고 빠가사리로 더 유명한 동자개, 모래무지, 새끼붕어 등이 메인재료가 되기도 하지.

    탱글탱글한 생선살을 살캉살캉 씹다보면 걸죽한 시골막걸리 한 사발이 떠오른다. 여기에 곁들여먹는 특이한 막걸리가 있다는데?

    “메뉴에 특이한 이름의 막걸리가 눈에 띄어. 안 그래도 시골막걸리가 막 떠올랐는데, 이건 밤을 넣어 만든 밤막걸리야.”

    “도리뱅뱅이와 막걸리의 궁합이 환상적군. 이걸 두고 금상첨화라 하는구나.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먹거리의 즐거움이 느껴져. 그래서 옥천 사람들이 풍류의 멋을 안다고 하나봐.”

    한 음식평론가는 옥천을 빼놓곤 영동의 맛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옥천 특유의 풍경과 향을 품은 도리뱅뱅이를 마주하면 옥천 사람들의 삶도 느껴질까?

    “도리뱅뱅이에서 풍류의 맛이 느껴지지 않니?”

    “맞아. 옛날엔 강가에서 천렵을 즐기며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민물고기 튀김을 만들어 먹는 것을 최고의 피서로 쳤다지?” “정말 이런 피서가 다시없겠어!”

    금강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의 풍치는 매우 유명하다. 도리뱅뱅이마을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탈 생각이라면 금강휴게소에 잠시 들러보자. 한편의 명시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이야 정지용 시인 덕에 '향수의 고장'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복권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옥천은 금강줄기로 더 유명했다지?”

    “맞아. '옥천'을 모르는 이들도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하면 '아, 거기'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기왕 여기 온 김에 정지용생가로 한번 가보는 건 어때?”

    청정 보청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직접 요리해 팬에 뱅뱅 돌려 내오는 도리뱅뱅이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면 포만감에 절로 흡족해질 겁니다. 과거 대청댐으로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금강이 휘돌아나가는 옥천 조령리. 다른 휴게소와 달리 금강유원지이자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은 이 마을은 여전히 강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이곳 도리뱅뱅이의 맛은 이제 특산품을 넘어 옥천의 맛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강줄기가 그려낸 풍경에 더해진 옥천 민물 맛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옥천으로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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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

    지역전라남도 장흥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

    • 프롤로그
    • 1.천지인 둘레길
    • 2.아찔한 성벽을 따라 난 성문, 어디에 있을까?
    • 3.돌을 머리에 얹고 종종걸음
    • 4.장원봉 두 형제 이야기
    • 5.억불산의 치맛자락
    • 6.슬픈 바위의 전설
    • 7.며느리밥풀꽃 같은 동학군
    • 8.최후의 격전지에서 염원을 담아
    • 에필로그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

    - 전라남도 장흥군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한다면 ‘잘 키운 재래시장 하나, 열 마트 안 부럽다’는 말도 가능하겠습니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지근거리에는 동학농민들이 호남지방에서 끝까지 버티다 장흥에서 최후나 다름없는 일전을 치렀던 석대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토요시장만 둘러보고 올 일도 아닙니다. 성을 에워싸고 도는 예양강과 함께 어우르는 산 과 들 등 자연환경을 돌아 볼 수 있는 ‘천지인(天地人)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그것입니다.

    장흥군이 토요시장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길 ‘천지인 둘레길’은 장흥읍사무소 뒤쪽 탐진강변 홍살문에서 시작된다.

    “이제 흘러간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20년 전 재래시장 모습이 있다고 해서 장흥 토요시장을 보러 왔는데, 이 근방에 ‘천지인 둘레길’이 있다고?”

    “맞아. 장흥읍성 터를 중심으로 탐진강 수변공원, 동학공원을 연결시켰어. 이 벽화를 따라 산길로 들어서면 바로 삐비정과 만난다는데,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아?”

    장흥읍성은 능선을 따라 흙과 돌로 쌓은 포곡식 산성인데 일부 구간은 자연 그대로 낭떠러지를 성벽으로 활용해 아찔함도 느껴진다고.

    “성곽을 걷는데 위험하지는 않을까?” “나무로 안전판을 이어 놓았잖아.”

    “아! 동쪽과 남쪽, 북쪽에 성문이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 같은데, 우리가 제대로 잘 찾지 못하는 걸까?”

    평지의 성곽과 달리 산길을 오르내리는 북문 쪽은 산길을 오르내리는 흙길이다. 이 길 위에서 꼭 해봄직한 옛 풍습이 있다는데?

    “길을 걷다보니 정말 건강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니? 평지의 성곽과 달리 산길을 오르내리는 덕분일까?”

    “글쎄. 하지만 이 길 위에서는 옛 풍습이 하나가 있어. 나를 따라해 봐. 자! 이렇게 돌을 머리에 이고 성 밟기를 하면 건강해진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한번 해봐.”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진녹색의 동백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일러준다. 급기야 발견한 돌로 쌓은 석성, 과연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을까?

    “경사가 다시 가파르다 싶더니 이 길이 우리에게 장원봉을 보여주려고 했나보구나. 여기 지명 유래가 적혀 있어.”

    “어디 보자. 지금의 경찰서 뒤편 마을이 장흥 위씨 마을이었다는군. 여기에 사는 위원개, 위문개 두 형제가 장원급제를 해서 장원봉이라고 했대. 두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장원봉을 지나 동학전망대로 가는 길은 장흥읍내와 억불산을 보며 걷는다. 왼편으로 보이는 억불산의 자태를 보면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을 듯한데?

    “장흥읍과 안양·용산면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저 봉우리 말이야. 다소곳한 며느리를 닮고, 산의 능선이 며느리의 치맛자락 같지 않아?”

    “저게 바로 며느리바위야.” “그렇구나. 왠지 애달픈 이야기도 스미어 있을 것 같아.”

    마삭줄이 지천인 봉우리에 놓인 며느리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마음씨 착한 며느리와 구두쇠 시아버지 이야기, 이는 가련한 동학농민의 사연과도 꼭 닮았는데.

    “하루는 시아버지가 시주하러 온 스님을 내쫓았어. 이를 본 며느리가 대신 사과하며 시주를 했더니 그 스님이 ‘마을에 큰 홍수가 날 것이니 산으로 도망을 가되,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귀띔을 해줬대.”

    “착한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애절한 비명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결국 돌아봤겠지?”

    억불산의 자태를 보며 걷는데 길섶 여기저기에 며느리밥풀꽃이 피어 있다. 진분홍색의 꽃잎에 하얀 밥알을 품은 꽃이 애틋하기만 한데?

    “천지인 둘레길에 며느리밥풀꽃이 정말 지천으로 피어 있구나. 여기에도 며느리의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겠지?”

    “며느리는 하나같이 착한데 시부모는 왜 그리 모질게 그려졌을까.” “요즘 시부모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야.”

    장흥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쪽 낮은 언덕의 동학전망대. 이곳에서 동학농민군이 최후까지 관군과 싸웠던 석대들녘을 조망해보자.

    “호남지방에서 끝까지 버티다 최후나 다름없는 일전을 이곳에서 치렀을 테지.” “여기가 그런 곳이라고?”

    “동학군이 1894년 공주싸움에서 지고 곧이어 전봉준도 붙잡혔지만 장흥에서만큼은 달랐다고. 장흥성을 함락하고 깃발을 꽂아 위세를 떨쳤던 현장이 저 석대야.”

    천지인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장흥읍성을 에워싸고 도는 예양강에서 역사를 만나기도 하고, 토성산과 함께 사계절 꽃이 피는 탐진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장흥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느끼게 됩니다. 옛 추억과 즐길 거리가 많은 장흥토요시장을 경유하면서 남도의 맛과 전통시장의 멋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역의 역사와 발전상을 한 눈에 살피며 걷는 이 길은 하늘과 땅,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가져다줍니다. 여러분은 이 길에서 어떤 조화로움을 느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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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짜리 세계 여행

    하루짜리 세계 여행

    지역경기도 안산시 편집국        사진안산시청 2014-11-11 호감도

    하루짜리 세계 여행

    • 프롤로그
    • 1.반가운 손 인사
    • 2.만국기
    • 3.소리들이 한 곳에
    • 4.씬 짜오! 즈드랏스부이쪠!
    • 5.거리에서의 새로운 문화 발견
    • 6.삶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공간
    • 7.국경 없는 마을
    • 8.‘어울림’에 앞장서다
    • 에필로그

    하루짜리 세계 여행

    - 경기도 안산시 -

    안산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갑자기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별칭 ‘국경 없는 마을’, 100여 개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인 안산 다문화거리에 닿게 되는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안산시 총 인구 70여만 명 중 5만 명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만들어낸 거리가 바로 ‘안산 다문화거리’입니다.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오늘의 미션,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세계를 느껴라!’입니다.

    안산시 원곡동 일대에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산다. 키다리 아저씨를 찾았다면, 안산 다문화거리 주민 센터 앞으로 제대로 찾아온 것이라던데?

    “키다리 아저씨? 어딜 둘러봐도 그런 조형물은 안 보이는데? 조형물이 아니라 건물 이름인가? 난 잘 모르겠어. 넌 어때? 키다리 아저씨가 보여?”

    “바로 저기 있잖아. 내 눈에는 국기로 만들어진 키다리 아저씨가 아주 잘 보이는걸. 알록달록 화려한 키다리 아저씨가 보이지 않니?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데 말이야.”

    다문화거리 주민센터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다문화 홍보 학습관이 있다. 키다리 아저씨를 보고 주민센터를 찾았다면, 다문화 홍보 학습관은 바람개비를 찾으면 된다.

    “세계 각국의 인형에, 장식품들을 좀 봐.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이집트의 신들의 모습이 신비로워 보여. 우리나라의 신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긴 것이 흥미로워.”

    “난 이 아프리카 인형들이 마음에 들어.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친근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는데? 저기 걸려있는 가면들도 재미있어.”

    안산 다문화 홍보 학습관에서는 현지인의 설명을 들으며 세계의 전통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것이 묘미. 현지인이 연주해주는 악기를 듣고 있으면 세계 여행을 떠나는 기분!

    “타악기도, 현악기도 모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르게 생겼어. 세상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난 특히 미얀마의 붉은 하프가 기억에 남아. 전갈 같기도 하고 배 같기도 한 것이, 그 모양만 보고 있어도 반할 것 같았다니까? 미얀마의 전통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

    다문화 홍보 학습관의 여러 코너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바로 전통 의상 체험 코너. 각 나라의 의상과 모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을 입어볼까?

    “난 여기 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가 마음에 들어! 치파오와 비슷하면서도 단아하고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아. 나 어때? 씬 짜오!”

    “나는 러시아의 사라판이 마음에 들어. 붉은 빛깔이 정열적으로 보이지 않니? 나도 아까 배운 러시아어로 인사 한 마디 해 볼까? 즈드랏스부이쪠!”

    안산에서 매년 5월 거리 축제가 열린다.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거리축제 한마당 일명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일상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여서 일까. 이 뜨거운 열기를 좀 봐.” “2005년에 처음 시작된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잘 정비된 안산의 도시 특성을 살려 거리를 활성화시킴은 물론 시민에게 공연의 즐거움과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고자 개최되었지.”

    “이 거리축제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지?”

    거리극 축제로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국내 최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야외 공연장에서는 해외팀과 국내팀이 거리극을 다채롭게 펼친다.

    “거리를 무대로 삶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세계의 광대들의 춤사위를 좀 봐.” “정말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눈이 휘둥글해질 정도로 신묘한 서커스 기술을 선보이고 있어.”

    “저쪽에는 마임 퍼포먼스가 한창이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야외에서 소규모로 거리극을 펼치는 지역축제가 또 있을까?”

    이주노동자들이 많아 원곡동 일대는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이주노동자들과 외국인들의 천국이다. 특히 안산역 건너편으로 향하면 이국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세계 60여 개국 6만여 명의 외국인과 150여 개의 외국계 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원곡동 일대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다문화공동체의 집결지야.”

    “어마어마하구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한 게 88서울올림픽 때였는데, 이제는 이곳에 온전히 정착한 듯해.”

    이곳에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중국식당 등 다양한 먹거리와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안산에서만 볼 수 있는 이주민 시설이 참 다양해. 안산이주민센터(옛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이주민의 인권과 권익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노동자가정을 위한 ‘코시안의 집’도 참 독특해. 이주여성상담소 ‘블링크’도 있고. 아산이 다문화 정책의 대표 도시로 손꼽히는 이유가 다 있구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다니, 떨치기 힘든 유혹인 것 같습니다. 세계인들로 북적대는 안산시의 명물 거리를 걷는 동안 직접 입어보고, 들어보고, 먹어볼 수까지 있으니 아마 더 멀리 보고, 더 멀리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요? 하루 동안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 안산 다문화거리. 내친 김에 세계 각국의 인사말을 배워 두면 어떨까요? 땀 비엣, 응아이 마이 갑 라이 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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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앞 소소한 일상 탈출구

    학교 앞 소소한 일상 탈출구

    지역서울특별시 관악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학교 앞 소소한 일상 탈출구

    • 프롤로그
    • 1.추억의 빈대떡집
    • 2.고시촌에만 있는 고시전문서점
    • 3.너도나도 라볶이만 찾는 분식
    • 4.고시촌 명물 돼지국밥집
    • 5.말이 중고책이지~!
    • 6.왜 그리 술 마실 일도 많았는지
    • 7.‘폐인’과 ‘득도’의 관계
    • 8.퇴촌을 지키는 장수생들
    • 에필로그

    학교 앞 소소한 일상 탈출구

    - 서울특별시 관악구 -

    대학동은 가파른 고갯길에 놓여 있습니다. 대로변에서부터 멀어질수록 경사는 심해집니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대로변 쪽에는 젊은 학생들이, 고갯길로 올라갈수록 오래 공부한 일명 ‘장수생’들이 자리합니다. 공부를 할수록 세상과 멀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세상을 참되게 바라보는 것일까요? 고시 9단을 꿈꾸는 이들이 사는 신림 9동은 아무래도 낯설지만, 낯선 그 곳을 지키는 장수생들이 있기에 아직 ‘녹두거리’의 풍경도 예전 모습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녹두거리’의 진풍경을 만나라!

    ‘황해도 빈대떡집’은 그 자체로 추억이다. 단연 압권은 모듬전과 빈대떡. 빈대떡은 돼지기름을 이용해 부쳐야 제 맛이라는데, 그 추억의 맛 한번 볼까?

    “아유~ 오랜만이네. 동동주랑 해물파전 내줘?” “두 말 하면 섭섭하죠! 요즘 장사는 잘 되세요?”

    “그럭저럭~. 우리 집이 80년대 가난한 대학생들, 고시생들한테 전이랑 술 싸게 팔아서 장사 이만큼 했지. 그래서 여기도 ‘녹두거리’라고 했잖아.”

    많은 서점들이 들어서 있지만 고시생들이 즐비해 있는 만큼 고시전문서점이 3~4블록마다 자리한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쭉 둘러보니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고시학원과 고시전문 독서실 50여개, 서점·복사가게도 수십 곳이 성업 중이구나.”

    “그래도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시간을 기억해내는 건 어렵지 않아. 이 ‘상원서적’도 여전하잖아. 90년 후반까지는 시위관련 전단지 인쇄물과 전공서적 제본이 주종을 이뤘지.”

    ‘행운분식’은 보통의 분식점들과 같이 여러 가지 메뉴가 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 중 90% 이상이 라볶이를 먹는데, 얼마나 맛있기에?

    “밥은 주문 안 했는데요?”

    “밥은 기본으로 드려요. 떡, 어묵 다 드셨으면 라볶이 국물에 김가루랑 깻잎, 깨 참기름도 뿌려드릴게요. 자, 공깃밥이랑 계란프라이 같이 비벼 드시면 돼요!” “와~ 정말 맛이 환상적이네요!”

    서울에서 돼지국밥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녹두거리에는 ‘원조돼지국밥’이 있다. 경상도 출신도 이곳 국밥은 맛있게 먹고 간다는데?

    “이곳은 의외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경상도 출신 사람들도 있고 그 사람들이 권유해서 발붙였다가 단골이 된 서울 토박이들도 꽤 된다고 하대요?”

    “그렇지. 우리 돼지국밥은 돼지 뼈를 푹 고운 육수에 고기랑 부추를 넣은 방식이 경상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방식 그대로야.”

    녹두거리에 위치한 한 중고책방. 50평 남짓한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는 방대한 책들만큼이나 긴 머리의 범상치 않은 외모를 가진 책방주인도 명물이다.

    “서울에, 아니 전국을 통틀어 이만한 중고책방이 없어요! 말이 중고책이지, 깨끗해서 새 책이나 다름없으니 쭉 둘러봐요.”

    “사장님 명함에 새긴 ‘세상의 모든 책을 삽니다’란 글귀는. 좋은 책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신가요?”

    그 시절엔 무슨 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모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일거리’와 ‘마실 거리’가 끝이 없고 늘 마무리는 우정 어린 눈물과 웃음이었다.

    “한때 대학로의 전설이던 ‘캠브리지’가 완전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부활했네요.” “캠브리지, 옥스퍼드, C&C 이 트로이카가 힘없이 쓰러진 데에는 대학문화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너무 옛 모습만 고수한 탓이 커!”

    “그래서 이렇게 옥상 테라스까지 갖춘 현대식 캠브리지로 재탄생시켰군요!”

    득도해서 퇴촌한 친구가 있었는가 하면,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폐인도 있었다. ‘대륭독서실’을 보면 치열한 고시생활에 폐인과 득도 사이가 멀지 않음을 재차 깨닫는다.

    “솔직히 신림동에서 ‘득도’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거야. 득도하기 전에 빨리 붙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봐라. 외로운 고시촌 골방에서 '득도'한 사람들이 어떻겠냐. 대부분 오만하고 자기독선에 빠질 수밖에 없지.”

    “맞아요. 시험에 떨어지는 것보다 그 횟수만큼 거만해지고 게을러지는 거더라고요.”

    전국의 수많은 고시생들 가슴속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이고 속을 시커멓게 태우며 '심지(心志)'를 질기게 만들어야 결국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고시에 합격한 뒤에 ‘이 지긋지긋한 생활 끝내서 좋지만 스스로 좁아지고 어두워져서 세상에 나갈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나도 그랬지. "

    "고시에 합격하든 아니면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든, 어떤 순간이든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 그게 내가 이 고시촌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

    서울대 앞 녹두거리는 대학생들과 고시생들, 또 장수생들의 추억과 애환이 깃든 곳입니다. 현재 비교적 많은 패스트푸드점과 브랜드 간판을 내건 상점들도 들어서면서 80∼90년대와 같은 멋스러운 정취는 다소 떨어진 감도 없잖아 있지만 여전히 옛 기억을 반추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 수 있는 서점과 독서실, 빈대떡집과 돼지국밥집 등 추억거리들이 살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때의 녹두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떠세요? 고단한 삶의 문턱에서 순간을 즐길 줄 알게 된 그 시절을 어느새 그리워하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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