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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네게서 시선을 앗아간 세월이 무심하다. 갈라진 틈새가 파고든 상처가 너를 더욱 값지게 만드는데도.
비슷해 보이지만 비슷한 거지 똑같은 건 아니다. 마치 추억을 떼어다 붙여놓은 것처럼.
반대편에 너의 그림자가 이곳을 보고 있어. 천천히 다가가면 너는 또 다시 반대편으로.
곱게 휜 모습이 이름처럼 땅에 걸린 무지개 같다. 사뿐히 내딛는 발걸음도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을 수 밖에.
한 걸음씩 낮아지는 풍경이 있다. 내딛는 다음 걸음이 망설여지는,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구름에 가려진 빛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 슬쩍 제 모습을 내비치는 저 재치를 보라.
영원히 슬픈 말을 새기고 있을 바위들이 나란히 늘어섰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외로워서 화가 난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걸까. 어느 쪽이든 다음에 떨어질 낙엽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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