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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옮길 수도, 부술 수도, 말을 걸 수도 없는 굳은 침묵. 그 가운데 아련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가득하다.
경내에 느티나무가 선 듯, 마음이 든든하다. 향기로운 생각들로 가득 차올랐을 커다란 느티나무.
구름마저 이곳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멀리서 억새풀 요란히 흔들리며 손짓한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작고 흐린 것은 눈길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때로 붙박힌 것과 함께 달린다. 굳은 땅 대신 말랑한 감정 위를 달리기 위해 여기에 잠시, 멈춤.
자갈길 걸으니 자박자박 저들끼리 소란스럽다. 그 어떤 고요도 이곳에 스며들지 못할 것 같다.
문을 살짝 열자 맛있는 냄새가 전신을 감싼다. 허기의 종류 만큼 다양한 모양의 빵들이 진열대 위에 놓여 있다.
불길이 일듯, 불빛이 일듯. 그 안에 담긴 삶들이 벅차고도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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