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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게 맺힌 붉은 열매 옆, 그만큼 붉은 파라솔 아래 그늘이 묘하게 설렌다. 마치 처음 뛰기 시작한 심장처럼.
항구에서는 많은 것이 떠나간다. 고깃배도 여객선도, 구름도 바람도 떠나간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두 개의 그림자가 나란히 섰다. 그림자의 주인이 나란히 서 있으니, 무엇이든 나란할 수 밖에.
하늘은 하루 중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만 묘한 빛깔로 물든다. 꽃물이 든 하늘 앞에 누가 쉬이 걸음을 뗄 수 있을까.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쉴 새 없이 물이 흘러간다. 이제는 그저 돌고 도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불꽃이 식어버린 새하얀 돌 위에는 사람들의 입김만 배었다가 쉬익 소릴 내며 빠져나가네.
바람에 스며든 녹차향이 코끝에서 진하게 퍼진다. 따뜻한 물이 없어도 저 태양만 있으면 녹차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꿈 꾸기를 멈춘 것이 언제부터일까. 빙글빙글, 다시 한 번 천천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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