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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앉아 멜로디언을 들고서 굳어버린 한 남자를 보았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어떤 노랫말이 흘러나올지 영원히 기다려질 것만 같은.
눈부신 백사장 위로 우뚝 선 푸른 소나무 한 그루. 백사청송이 따로 없구나.
가파른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은 본디 낮은 절벽이었을 것이다. 거친 바위와 모난 자갈이 뒹구는 그곳은 어디로 떠내려 가버렸나.
걷고 싶은 만큼 진득하게 물 위를 걷게 해 주는 다리가 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물빛에 마음마저 시리다.
방금 뭍에서 건져낸 듯 탱글탱글한 속살이 이곳 사람들의 매운 손을 거쳐 혀를 자극하는 이 골목은 북적이지 않아도 떠들썩하다.
벽이 단순히 경계를 그리는 것이었다면 벽화는 그 경계를 다시 허문다. 실존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서.
세상에 일방통행인 길은 없다. 화살표가 아무리 그곳을 가리켜도 줄을 그어 횡단보도를 만들더라도 결국 사람은 가고 싶은 대로 가기 마련.
천장에서 바닥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어둠이 어제를 잠식해 나가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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