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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형상을 한 조각이 입을 크게 벌리고 섰지만 어째서인지 송곳니가 보이지 않는다.
물결 따라 밀려오는 것이 어찌 바람 뿐일까. 켜켜이 쌓여 오는 포말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조용한 법당 안에 향기가 머물러 있다. 허공에 심어 둔 연꽃 덕일까, 그 안에 머물다 간 이름들 덕일까.
고인 물은 가끔 수면 아래의 세상을 보여준다. 더욱 푸르러진 빛깔들로 가득 찬 고즈넉한 세상을.
고개만 내밀고 있던 것이 어느새 활짝 입을 벌려 화려한 꽃잎을 토해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물이 고여도, 잎이 젖어도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너무나 좋아하기에 오랫동안 곁에서 떠다니고 싶을 뿐.
다 받아줄 줄 알았는데 수면을 맴도는 낙엽이 젖다 만 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
물속을 들여보는 까닭은 그곳에 다른 세계가 있기 때문.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수면에 비친 곳이 진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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