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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맑은 것들이 맑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빈 벽이 물든 듯 일렁거리고 있다.
던지는 이의 호흡과 무게에 의해 투호의 운명이 정해진다. 힘을 더 주어서도 안 되고 숨을 흐트려서도 안 된다.
소원을 염원하는 작은 초는 누군가의 바람이 등불이 되기 위한 조건이자 딱 그만큼의 시간.
허리를 숙이면 평소와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천연덕스레 제 몸에서 가지들을 틔워내고 작은 나무로 선 저 모습을 보라.
연꽃이 만개하는 것이 언제쯤일까. 떠나기도 전에 다시 찾고 싶어지는 이끌림.
흙으로 된 마당과 댓돌, 가지런한 기와와 나무로 된 집. 문득, 담장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저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고야 만다.
쉬고 싶으면 언제든 앉기만 하면 된다. 쉼터가 많을수록 길은 한산해지는 법이고, 발자국은 줄어든다.
빈 자리, 꼭 그 자리에만 조용히 빛이 스민다. 빈 자리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닌지, 발걸음을 늦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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