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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자리는 한 번 더 차오른다. 더욱 선명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계절 꽃을 저물게 했는지도 모른다.
길을 따라 그렇게 쌓인 건 줄 알았더니 이 길을 걷던 사람 수 만큼 네가 놓였던 거야.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데, 이 재잘대는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는 것일까. 놀이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이야기, 이야기들.
물빛이 끝을 모르고 번져나가는 와중에 묵직한 고기 한 마리가 조용히 기슭을 헤엄치고 있다.
하늘의 빛깔과 물 빛깔, 땅의 빛깔이 한 시야에 고요히 담긴다. 뒤섞인 듯, 끝내 뒤섞이지 않을 듯 묘한 풍경이다.
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낯선 물결이 고요한 그늘을 만드는 어느 구석. 물결을 따라 시선이 넘실넘실 곡선을 그린다.
땅의 기운을 받아 푸르던 것이 태양을 머금고는 붉은 빛을 띤다. 햇빛이 닿은 곳부터 점점 번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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