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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벗 삼아 늘 같은 풍경을 보아 오면서 저마다의 바람을 이고 오늘도 그렇게 가만히.
고개만 내밀고 있던 것이 어느새 활짝 입을 벌려 화려한 꽃잎을 토해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성벽을 유지하고 있는 돌 하나하나가 처음부터 저리 둥글진 않았을 터. 누군가의 각오가 없었다면 이곳을 지킬 수 있었을까.
전용 도로가 생긴다는 건, 그곳으로만 다니라는 걸까. 길 위에 서면 늘 생기는 불안.
기나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어우러진 두 개의 모양. 기원을 따지지 않고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여유.
아주 조그마한, 머무른 이의 흔적. 어우러져, 스며들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본다.
바지런한 손길이 쉽게 저물지 않을 푸른 것들을 피워내고 있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할 수 있음을 발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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